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살충제 계란 파동이 일어난 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소비자들은 당시 받았던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황이다.
바로 살충제 계란 파동의 원인을 제공한 닭 진드기의 퇴치방안이 아직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닭 진드기의 생존력이 워낙 강한데다가 털 속에 깊숙이 숨어 있어서 살충제 외에는 별다른 방제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농촌진흥청이 살충제 계란 파동의 재발을 방지하고, 양계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근 들어 닭 진드기 예방 및 방제방법을 소개하는 자료집을 보급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닭 진드기 퇴치를 위한 국내·외의 적용방법 수록
닭 진드기는 양계장에서 서식하며 닭에게 붙어사는 흡혈 곤충이다. 눈에 보일까 말까하는 크기의 벌레가 피를 빨면 얼마나 빨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흡혈이 주는 피해는 만만치 않다.
우선 직접적인 피해로는 빈혈과 산란저하 등이 있고, 질병 전파 등과 같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하지만 닭 진드기에 대한 효과적인 예방 및 방제 방법이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어서 많은 양계농가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 같은 문제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닭 진드기에 대한 예방 및 방제가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살충제 계란 파동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에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 것도 바로 이런 문제들로 인해 발생했다.
따라서 이번에 농촌진흥청이 발간한 자료집에는 국내·외를 통틀어 닭 진드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도했던 효과적인 방법들이 모두 들어있다. 닭 진드기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예방을 위해 진드기의 크기와 특징은 물론, 유입경로 및 농장 내 주요 서식지와 닭 진드기로 인한 피해사례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료집에 게재되어 있는 닭 진드기의 특징을 살펴보면 크기는 보통 0.5㎜ 이하로서 어둡고 습하며 좁은 틈을 선호하는 야행성 곤충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리당 총 30∼50개의 알을 낳으며 흡혈 없이도 9개월까지 생존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닭 진드기 유입경로도 흥미롭다. 원거리에서 유입된 것은 야생조류나 쥐, 또는 파리를 통해 옮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양계장 내에서는 사람이나 차량, 그리고 사료 급이 시설 등을 통해 닭들에게 전파된 것으로 파악됐다.
닭 진드기의 주요 서식지도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에어덕트 안쪽이나 계란을 이송하는 벨트, 또는 닭장의 천장이나 사료가 투입되는 사료조의 밑 연결부위에 닭 진드기가 주로 모여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효과적 방제를 위해 물리적 방법과 화학적 방법 병행
닭 진드기들이 양계장에 얼마나 존재하는지를 파악하는 모니터링 방법은 폭발적인 개체수의 증가를 막고, 방제시기를 결정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진드기 모니터링에는 크게 나무막대기를 이용하는 방법과 테이프를 이용하는 방법이 사용되는데, 나무막대기 방법에는 PVC 파이프와 그 안에 들어가는 나무막대기가 필요하고 테이프를 이용하는 방법에는 너비 3㎝ 정도의 테이프를 준비한다.
이들 모두 양계장의 바닥이나 모이통 등 진드기가 있을만한 장소에 부착했다가 일주일 정도 지난 뒤에 떼서 검사하게 되는데, 나무막대기를 이용하는 방법의 경우 파이프 안에 들어 있던 나무막대기를 밖으로 뺐을 때 막대기에 붙어있는 진드기의 숫자에 따라 등급을 나눠 방제시기를 결정하고, 테이프를 이용하는 방법 역시 붙어있는 진드기의 숫자로 판단한다.
이렇게 모니터링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다가 진드기의 개체수가 많아져 방제작업이 결정되면 물리적 방법과 화학적 방법이 번갈아서 실시된다.
대표적인 물리적 방법으로는 휴지기에 양계장 내 온도를 45℃로 가열하여 닭 진드기를 사멸시키는 방법과 자외선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빛을 싫어하는 진드기의 특성을 이용한 간헐적 조명 점등 방법을 통해 진드기가 닭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막거나 늦출 수 있다.
반면에 화학적 방법은 기피제로 잘 알려져 있는 식물인 백리향과 마늘, 그리고 계피, 우엉, 쑥, 신선초, 천궁 등의 추출물을 살포하거나 저 농도의 과산화아세트산을 살포하여 닭 진드기를 방제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다음은 이번 자료집 제작의 실무를 담당한 농촌진흥청 가금연구소의 강환구 농업연구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자료집에 게재된 방제 작업들을 검토하다 보니 상당히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개된 방법들 중에서 축산 농가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는지 궁금하다
실리카나 규조토를 이용한 살충 방법을 사용할 때 주의 사항이 있는데, 바로 양계장이 건조한 상태로 있어야 효과가 높다는 점이다. 또한 실리카와 규조토의 질도 좋아야 하는데 순도에 따라 살충 효과가 현저하게 달라진다.
- 해외에도 닭 진드기로 인해 축산 농가들이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내 상황과 비교하여 차이점이 있는지?
모니터링 방법은 우리보다 한 단계 앞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진드기 종류 자체가 같기 때문에 해외나 국내나 방제와 관련해서는 똑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7-10-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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