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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객원기자
2014-09-02

살아있는 세포를 유리로 코팅하다 [인터뷰] 최인성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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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세포를 단단한 껍질로 포획해 세포 생존력을 높이고 제어하는 기술인 세포피포화 기술. 단일 또는 일정 수의 세포를 세포친화적 방법을 사용해 100 나노미터(nm)이하의 얇고 단단한 캡슐에서 세포가 생존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이 기술은 현재 단일세포생물학, 미생물 간 정보전달 메커니즘 연구의 토대가 되고 있다. 세포를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센서 빛 분석시스템의 핵심기술, 그리고 조직공학의 기반기술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박테리아나 미생물의 경우 세포피포화 기술이 상당부분 진행돼 왔지만 동물세포의 경우 세포벽이 부재하고 외부 환경에 따라 민감해지기 때문에 생존력을 유지하며 피포화하는 작업은 매우 어렵고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자궁경부암 세포에 무기껍질 도입

사진 왼쪽부터 공동연구자 양성호 교원대학교 교수와 제1저자 이준오 박사과정, 최인성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 ⓒ 최인성
사진 왼쪽부터 공동연구자 양성호 교원대학교 교수와 제1저자 이준오 박사과정, 최인성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 ⓒ 최인성

국내 연구진이 세포친화적인 생체모방 규소화 반응을 통해 무기껍질을 자궁경부암 세포에 성공적으로 도입해 주목을 받고 있다. 최인성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팀이 유리껍질로 동물세포를 살아있는 채 피포화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세포를 유리껍질로 하나씩 포획하면 외부의 이온농도 변화나 물리적 충격 등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할 수 있어 단일세포를 이용한 고감도의 바이오센서 개발 등을 위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당 연구결과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화학분야 국제학술지인 ‘앙게반테 케미’ 지에 발표되기도 했다.

“자연계에는 유해한 외부 환경에 대항하기 위해서 생물학적으로 단단한 껍질을 형성하는 생명체가 있습니다. ‘Cryptobiosis’ 라고 불리는 이와 같은 현상은 어떻게 보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동면하는 동물상태의 극한 단계라고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들은 물리화학적으로 약한 세포막으로 이뤄져 있어요. 물론 진화론적으로 보면 세포막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세포를 다양한 분야에 응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동물세포의 취약성이 문제가 되죠.”

이러한 이유로 최인성 교수팀은 유리로 세포벽을 형성하는 규조류나 유리해면체의 유리 구조체 형성과정을 모방해 인공적으로 동물세포에 유리 코팅을 했다. 화학반응 조건에 취약한 동물세포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조건을 스크리닝 한 후 최적의 코팅 조건을 찾아냈다. 그 결과 더욱 중요하게 코팅되지 않은 세포에 비해 유리로 코팅된 세포는 생존력이 길게 유지됐으며 외부 유해 물질의 공격에 훨씬 잘 견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저희 연구팀은 자궁경부암 세포를 단단한 유리로 하나씩 감싸는 데 성공했습니다. 유리껍질에 포획된 세포는 건조나 압력 같은 외부의 물리적 자극에도 불구하고 원래의 둥근 모양을 유지했어요. 동물세포를 무기물로 포획한 것은 이번 저희 연구가 처음 이룬 성과입니다. 껍질에 여러 물질과 결합할 수 있는 고리(티올기)를 달아 비오틴 같은 유용한 기능기를 세포에 부착해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요.

실제 세포에 손상을 줄 수 있는 화합물이나 단백질 분해효소를 장시간 처리한 경우 유리껍질에 포획된 세포는 보통의 자궁경부암 세포보다 생존률이 높았습니다. 또한 통상 배양접시에 붙어 자라는 세포임에도 불구하고 유리껍질로 감싼 자궁경부암 세포는 접시표면에서 분리돼 배양액에 떠서 자라는 등 세포의 생장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최인성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비교적 실험이 쉬운 자궁경부암 세포를 모델로 진행한 사례다. 비록 자궁경부암 세포를 사용했지만 다양한 동물세포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어 폭넓은 활용이 예상된다.

실리카 만드는 규조류 통해 얻은 아이디어

리카를 이용한 자궁경부암 세포피포화 모식도. (위) 부착세포인 자궁경부암세포를 배양접시에서 떼어낸 뒤 규소화 반응을 통해 단일세포 수준에서 실리카 껍질을 형성한다.  ⓒ 한국연구재단
리카를 이용한 자궁경부암 세포피포화 모식도. (위) 부착세포인 자궁경부암세포를 배양접시에서 떼어낸 뒤 규소화 반응을 통해 단일세포 수준에서 실리카 껍질을 형성한다. ⓒ 한국연구재단

“병원에서 다루고 있는 줄기세포 혹은 면역세포를 예를 들더라도 이와 같은 세포를 장기간 보관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세포 보관 조건을 간단히 하고 생존력을 높이며, 필요할 때 코팅을 분해해 사용할 수 있다면 세포치료제 뿐 아니라 의학 분야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은 세포를 이용한 질병 진단과 유해물질 진단용 센서의 경우 동물세포가 보통의 환경에서 사멸한다는 문제가 있었어요. 이를 해결한다면 적은 양의 샘플로도 빠른 속도로 센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러한 연구는 동전의 양면 같은 성질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점도 있지만 생화학무기 개발 같은 곳에 악용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는 거죠. 일반적인 조건에서 사멸하는 세포를 코팅해 생존력을 유지한다면 무기로도 사용할 수 있거든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저희기술은 각각의 단위 동물세포를 다양한 유해환경에서 보호해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리껍질로 살아있는 세포를 피포화 하는 작업.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이는 최인성 교수팀에서 처음 제시한 방법으로 이전에 최 교수팀에서 지속적으로 연구를 진행한 규조류나 유리해면체 연구 결과를 단일 세포에 적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 최인성 교수 연구팀은 효모와 클로렐라 같은 상대적으로 안정한 미생물에 유리껍질을 만든 경험이 있었다. 세포에 유리코팅을 하자고 하는 발상자체가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인 만큼 이번 연구 결과 발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후속 연구가 진행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규조류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유리성분인 실리카를 만드는 것에 착안해 이뤄진 연구. 이번 연구의 아이디어는 최인성 교수가 규조류가 유리껍질을 합성하는 방법에서 얻은 것이다. 연구에 대한 몰입과 고민이 없었다면 이러한 아이디어도 얻기 힘들었을 것이다.

“저는 그동안 생명체에서 발견되는 무기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규조류의 유리 세포벽, 유리해면체의 유리 외골격, 조류의 알껍데기, 조개껍데기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무기구조체에 호기심이 많았죠.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같은 무기구조체의 형성과정을 연구하고 화학적 작용기작을 밝혀 새로운 구조체 형성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더불어 저의 또 다른 관심은 세포에 대한 화학자들의 접근 방식이었어요. 화학자들은 주로 분자를 다룹니다. 이처럼 세포도 연구 대상으로서 그리고 제어 및 조절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조작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이러한 두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연결돼 세포를 유리로 코팅하는 연구를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호기심이 도출한 연구결과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난점들을 극복해야 했다. 최인성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학생의 노력과  뜻밖에 얻는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물세포를 유리로 코팅하기 위해 약 2년의 시간이 걸렸다. 늘 발생하는 문제는 어떤 조건에서도 세포가 죽는다는 것이었다”며 운을 뗐다.

“하지만 연구를 진행한 학생이 열심히 조건을 찾아냈고, 그 결과 간단히 용액만 바꿔줌으로써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 1저자 학생은 왜 처음부터 용액을 바꿀 생각을 못했을까, 라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습니다.(웃음)

저희팀의 이번 연구는 다른 연구자가 생각하지 않았던 발상을 활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저희 연구 결과를 보고 학계에는 다양한 반응이 있어요. 이게 가능해? 혹은 정말 이상한 생각을 했군. 그래, 해서 뭐하려고? 등등의 반응이 주입니다.(웃음) 이러한 반응을 보인다는 건 이 분야가 다른 연구자들이 그동안 생각하지 못한 영역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화학적으로 코팅할 수 있는 물질은 유리에 그치지 않고 매우 다양합니다. 문제는 세포의 생존력을 유지하면서 코팅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화학적 물질을 개발하고 코팅 방법론을 더욱 명확하게 확립해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줄기세포 및 면역세포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더불어 원할 때 코팅을 깨트려서 세포를 적시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합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4-09-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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