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막바지 타결로 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외교부 노광일 대변인은 정례브리핑 자리에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협상을 통해 우리나라 위상에 걸맞은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상당 부분에 대해 이견을 좁히고, 잔여 쟁점분야에 관해 협의를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고 덧붙였다.
한ㆍ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가로막고 있는 최대 쟁점은‘사용 후 핵연료’의 처리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956년 원자력 불모의 땅이자 에너지빈국인 우리나라에 미국은 원자력 기술을 이전했으나 몇 가지 강력한 단서 조항을 붙였다.
그것은“미국이 제공한 원자력 기술을 이용해 농축(Enrichment)과 재처리(Reprocessing)를 해선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었다.
농축의 경우, 우라늄 광물을 원심분리해서 만든다. 원심분리법은 우라늄(U-238)이 우라늄(U-235)보다 무거운 점을 이용하는데 우라늄 광물을 통에 넣고 엄청난 고속으로 회전시키면 더 무거운 우라늄(U-238)은 바깥쪽으로 몰리고, 가벼운 우라늄(U-235)은 분리돼서 안쪽에 남는다. 이것이 농축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기술적으로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 반면에 재처리는 이 우라늄 농축보다는 쉬운 편이다. 우라늄(U-235)을 10% 이내(임계량 이하)로 농축해 핵연료로 사용한 후, 이를 재처리하면 ‘사용 후 핵연료’를 얻을 수 있다. 여기서 얻는 물질이 바로 플루토늄(Pu-239)이다.
이는 다시 고에너지의 핵연료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가 부족한 우리나라에 매우 유용하며, 향후 직면할 저장 공간의 부족 문제도 해결이 가능한 기술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재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플루토늄, 그 출생의 비밀은?
재처리는 사용 후 핵연료에 남아있는 유효성분인 플루토늄(Pu)을 화학적으로 추출해내는 작업이다. 사용 후 핵연료는 고준위 방사능 물질이며, PU는 맹독성이 있어서 재처리 작업시에는 핫셀(Hot cell)과 같은 특수한 방호시설에서 작업을 수행한다.
핫셀과 같은 차폐 작업시설에서 원자로 조종사는 투명 납유리를 통해서 작업실 내부를 들여다보면서 원격 조정 장치로 작업을 한다. 이 핫셀에서 원자로 조종사는 중성자를 조절하는 일을 담당한다.
일단 핵반응이 일어나면 중성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므로 중성자를 흡수하는 제어봉을 넣었다 뺏다하면서 중성자를 조절하는 것이다. 이는 원자로의 출력은 일정하게 유지하는 반면에 에너지의 누수가 없는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해진다.
원자로 조종사는 더 이상 핵분열이 일어나지 않으면, 핵연료 봉을 원자로에서 꺼낸다. 이것이 바로 사용후 핵연료이며, 여기에 플루토늄(Pu-239)이 들어있다. 원자로 내에서 우라늄(U-238)이 중성자를 흡수하면 Pu-239로 전환되는데 원자로를 일정기간 가동하면 이것이 축적된다.
따라서 이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일정 비율의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다. 축적되는 Pu-239의 량은 원자로의 열 출력과 운전기간에 따라 다르나 일반 경수로의 경우, 사용후, 연료의 약 1%미만이 Pu로 바뀐다.
전문가들은“플루토늄이 고농도로 농축해 임계질량에 도달하면 우라늄(U-235)과 똑같이 핵폭발을 일으킨다”고 말한다. 이 재처리 방법이 우라늄(U-235)의 농축보다 훨씬 더 획득이 쉽고, 핵무기(Nuclear weapon)를 만들기 쉬운 것이다.
실제로,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핵무기 개발선진국들의 대부분이 이 사용 후 핵연료를 사용해 핵무기를 제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루토늄의 순도를 낮춰라
3% 농축 우라늄 100톤을 사용해 1,000MWe급 경수로를 3년 가동하면, 사용 전에는 97%의 U-238과 3%의 U-235 비율을 갖지만 사용후에는 95%의 U-238과 3%의 핵분열 생성물 찌꺼기 또 1%의 U-235와 1%의 Pu 등으로 나눠진다.
이 생성된 플루토늄(Pu)들 추출하는 방법은 사용후 핵연료 봉을 5㎝ 길이로 절단해 용해 조에 넣은 뒤, 초산 등으로 녹여 플루토늄을 분리해낸다. 여기서 핵무기로 쓸 수 있는 플루토늄은 Pu-239의 순도가 93% 이상인 것이다.
전문가들은“플루토늄의 순도는 원자로 내에서 핵연료의 연소도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연소도란? 핵연료가 원자로 내에서 얼마만큼 많이 연소되는가 하는 정도를 나타낸다. 이는 열출력의 크기와 운전기간이 변수로 알려져 있다.
이는 핵연료를 적게 태우면 즉, 연소도가 낮으면, Pu의 순도는 높으나 생성량은 적게 된다. 반면에 연료를 많이 태우면 즉, 연소도가 높으면 Pu의 순도는 낮으나 생성량은 많아진다. PU의 순도와 생성량은 연소도 정도에 따라 미리 결정되고, 재처리 단계에서는 변하지 않는다.
일례로, 연소도가 1MWd/t이면 연료 1t당 약 1g의 Pu가 생성된다. 즉, 1t의 핵연료를 1MW의 출력으로 하루(1d) 동안 연소시켜야 1g의 Pu를 얻을 수 있으며, 핵무기급 Pu 생산을 위해서는 연소도가 1000MWd/t 미만이어야 고순도의 Pu 생산이 가능하다.
재처리 단계에서는 이미 생성된 Pu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손실 없이 추출해내느냐가 관건이 된다. 현재 재처리 방식으로 습식인 퓨렉스(PUREX)의 경우, 사용 후 핵연료를 질산으로 녹여서 플루토늄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핵무기 제조에 쓰일 수 있는 고순도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
반면에 건식인 파이로(Pyro)의 경우, 섭씨 800도의 용융염에 사용 후 핵연료를 녹인 뒤, 플류토늄을 추출하는 방식이지만 불순물이 많이 섞여서 순도가 낮아 핵무기 제조로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불순물이 더 많이 섞인 플루토늄 추출방식이 비핵화에 더 적합한 기술이다.
- 조행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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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4-11-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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