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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7-11-07

"사람 등 포유류는 밤을 좋아했다" 크고 사나운 공룡 피해 주로 밤에만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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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은 2억 2800만 년 전인 트라이아스기부터 살았지만,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은 쥐라기다.   일 년 내내 초여름처럼 따뜻해서 열대우림이 곳곳에서 생겨났고 공룡이 살기에 매우 적합했기 때문이다.

먹이가 풍부해지자 초식 공룡들은 엄청난 양의 식물을 먹어 치우면서 점점 거대해졌다. 이어  초식 공룡을 잡아먹는 육식 공룡의 수도 크게 늘어났다. 이렇게 공룡은 1억 년 이상 지구를 지배했다. 그러다 6500만 년 전 갑자기 멸종했다.

주목할 점은 공룡의 멸종이 다른 동물들에게는 희소식이었다는 점이다. 특히 포유류 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포유류의 삶의 패턴도 바뀌었다. 이전까지 공룡을 피해 야행성 동물로 살아오던 포유류들이 주행성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인간 등 포유류의 조상이 공룡이 번성했던 6560만 년 전까지 공룡을 피해 밤에만 활동했던 야행성 동물이었다는 사실이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사진은 포유류인 새끼 사슴.
인간 등 포유류의 조상이 공룡이 번성했던 6560만 년 전까지 공룡을 피해 밤에만 활동했던 야행성 동물이었다는 사실이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사진은 포유류인 새끼 사슴.
ⓒWikipedia

공룡 사라지자 야행성에서 주행성으로 변화    

그 중에는 인간도 포함돼 있었다. 야생성에서 주행성으로 삶의 패턴이 바뀐 인간 등 포유류 동물들은 이후 지구를 지배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기 시작했다. 또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진화 과정이 시작됐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주장이다.

7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한 과학자들은 이스라엘 텔 아비브 대학의 진화생물학자인  로이 마오르(Roi Maor) 교수,  영국 런던 대학의 케이트 존스(Kate Jones)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이다.

고생물학자이면서 진화론자인 이들 과학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초창기 포유류가 야행성이었다고 생각해왔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 동물들에게서 유달리 밤을 사랑하는(night-loving) 특성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

실제로 포유류 대다수가 밤 생활이 가능한 눈을 지니고 있다. 냄새에 민감하고, 작은 소리를 식별할 수 있으며, 코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즉시 파악할 수 있는 예민한 수염을 갖고 있는 점 역시 야행성의 흔적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야행성이었던 이들 포유류가 언제 주행성 동물로 바뀌었는지 그 시기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었다. 동물 화석에 있는 눈구멍이나 콧구멍을 통해 그 시기를 판별하기는 불가능했다. 시도는 했지만 번번이 잘못된 결론을 도출하기 일쑤였다.

연구진은 다른 방식을 생각해냈다. 2415종의 포유류 동물을 대상으로 주행성 및 야행성 특성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 동물들의 유전정보를 분석해 가계도를 그려나갔다. 그리고 포유류 조상들이 출현 시기를 추정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주행성 포유류가 처음 등장한 것은 6580만 년 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늘의 지배자 익룡을 제외한 모든 공룡이 멸종한 이후 약 20만 년이 지난 후였다. 공룡대신 포유류가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한 시기다.

청각·후각 능력 퇴화하고 시각은 더 발달해    

텔아비브 대학, 런던대 공동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7일 미국 과학지 ‘에콜로지 앤 에볼루션(Nature Ecology and Evolution)’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Temporal niche expansion in mammals from a nocturnal ancestor after dinosaur extinction’이다.

논문에 따르면 야행성에서 주행성으로 전환한 대표적인 동물은 오늘날의 낙타, 하마, 사슴과 같은 동물들이다. 오늘날 낙타는 낮 시간에, 하마는 밤 생활에 익숙하고, 사슴의 경우는 낮과 밤의 삶을 공유하고 있지만 모두 야생 습성을 뚜렷하게 지니고 있다.

공룡을 피해 밤에만 활동했던 이들 동물들은 공룡이 사라지면서 드디어 낮 시간에 수렵채집을 시작할 수 있었다. 텔 아비브 대학의 마오르 교수는 “뛰어난 시력과 날카로운 이빨을 지닌 공룡들이 사라진 후 포유류들이 어두움으로부터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포유류의 활동 반경을 넓혀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수는 “화석 유전자 분석을 통해 공룡 멸종 이후 포유류 조상들의 생존 패턴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시기를 정확히 측정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룡 멸종 이후 포유류가 번성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가설에 불과했다.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텔 아비브대, 런던대 공동연구를 통해 포유류가 어두움 속에서 나온 시기가 명확히 밝혀졌다.

네덜란드 라드바우트대학의 포유류 생태학자 루카 산티니(Luca Santini) 교수는 “그동안 포유류 연구에 있어 정말 필요했던 연구 결과가 이전의 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높이 평가했다.

현재 살아있는 동물들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진화의 역사를 규명한 점 역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어떤 동물이든 가계도 추적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기할 점은 포유류 속에 사람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마오르 교수는 “오늘날 인간이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공룡 퇴출의 결과”라고 말했다. “그동안 밤 생활을 주로 해왔던 인류 조상들의 삶이 낮 생활 패턴으로 바뀌면서 시각적으로 색 식별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이전에 발달했던 청각과 후각 능력이 퇴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주행성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의 인류가 어떻게 출현했는지 탄생한 과정을 추적해나갈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마오르 교수는 “그러나 인류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수백만 년 동안의 오랜 기간을 거쳐 야행성에서 주행성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인류가 지구의 지배자가 됐는지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7-11-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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