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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심재율 객원기자
2016-07-07

빛의 속도, 절대 불변이 아니다 과학서평 / 과학의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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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망상(delusion)에 사로잡혔다고, 혹은 착각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전세계 수 백 만 명의 전문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이렇게 일침을 가한 과학자 중 대표적인 인물이 루퍼트 셸드레이크(Rupert Sheldrake 1942 ~ )이다.

그가 쓴 ‘과학의 망상’(The Science Delusion, 김영사)은 종교만큼 절대적인 위치에 올라간 ‘과학적 사제’(司祭)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를 과학적으로 지적한 글이다.

이 책은 과학자들이 절대 양보하지 않을 10가지 주제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 중 하나가 ‘자연법칙은 영원불변한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160706 과학의 망상

 

이 질문은 필자가 어떤 과학자에게 물어본 질문이기도 했다. 필자는 ‘우주는 팽창한다는데, 팽창하는 우주에 적용되는 물리학적 법칙은 새로 태어나는 것인지?’ 물었었다. 물론 답변은 질문자를 흡족하게 만들지 않았다.

루퍼트 셸드레이크는 “모든 것이 진화한다면 왜 자연의 법칙만은 자연의 변화에 따라 진화하지 않는가?”라고 묻는다. 실제로 19세기 말 미국 철학자 찰스 샌더스 퍼스(Charles Sanders Peirce)는 “시작부터 우주에 고정불변의 법칙들이 부여되었다는 것은 진화철학과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중력상수, 빛의 속도도 절대 불변이 아니다 

저자는 상수(常數)가 사실은 상수가 아닌 점에 주목한다. 뉴턴의 중력상수 G의 측정값이 1973년과 2010년 사이에 가장 낮게 측정된 값은 6.6659였고 가장 높은 것은 6.734로 무려 1.1%의 차이가 나는 사실을 예로 들었다. 광속도 1927년 초속 299,796km였으나 1945년에는 약 20km가 떨어졌다.

이 때문에 다중우주를 주장하는 우주론자들은 우리가 사는 우주 공간외에 다른 법칙과 상수를 가진 수많은 우주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초끈이론을 주장하는 우주학자들은 10차원의 다중우주에서는 무려 10,500개나 되는 많은 우주가 존재한다는 가설에 눈을 돌린다.

‘물질과 에너지의 총량은 항상 일정하다’는 과학적 도그마에 대한 질문은 독자들을 당황하게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과 에너지의 종류는 우주에 존재하는 것 가운데 겨우 4%뿐이며 나머지 96%는 암흑물질 또는 암흑에너지이며 따라서 물리적 현실의 96%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들었다.

물질과 에너지에 대한 기존 과학에 대한 도전은 벽곡(辟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다. 벽곡은 곡식을 전혀 먹지 않는 것을 말한다. 놀라운 점은 일체의 음식은 물론이고 물도 마시지 않고 수 십 년 사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으며, 기록에도 심심치 않게 남아있다.

2010년 인도 생리학 및 동종과학 국방연구원은 인도 구자라트 안바지 사원 마을에 사는 84세의 요가수행자 프라흐라드 자니 (Prahrad Jani)를 조사했다. 추종자들은 그가 70년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건강한 수행자들 

연구원은 2주 동안 이 수행자를 병원에서 감시와 CCTV카메라로 조사했지만, 실제로 그는 아무 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 목욕이나 양치질은 했지만 소변이나 대변도 보지 않았다. 생리적인 변화는 없었다.

서양에서도 성 니콜라우스는 90년 동안 단식했으며, 19세기 두 성녀는 신부가 성체의식 때 주는 빵을 빼고는 12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기록으로 잘 남아있는 서양의 벽곡 사례는 1922년 독일 바이에른의 신비주의자 테레즈 노이만이 1922년 딱딱한 음식의 섭취를 중단한 사례이다. 이 사실은 가톨릭 당국의 과학적인 관찰에서도 확인됐다.

‘과학의 망상’은 이렇게 교조적으로 빠진 현대 과학을 반박하는 내용이 470쪽에 걸쳐 빽빽이 들어있다.

여기에 빠지지 않는 것이 ‘기계적 의학만이 효과가 있는 유일한 치료법인가?’이다. 현대 의학이 엄청난 역할을 했지만, 1980년대 이후 발견의 속도는 줄고 새 의약품 개발이 더뎌지는 것을 지적한다.

기존 서양의 정통과학이라고 주장하는 신념체계 외의 현상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많다. 만약 벽곡으로도 생명을 수 십 년 간 유지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과학적 방법으로 연구해서 식량부족으로 죽는 사람들에게 적용하면 인류의 빈곤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까? 저자가 말하는 진정한 과학자의 태도는 이런 것이다.

과학은 독재국가나 공산주의 국가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두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혀 비민주적이었다. 최근에는 더욱 계급적이 되었다고 저자는 강력히 반발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현대과학의 10가지 도그마는 다음과 같다.

1. 모든 것은 본질적으로 기계적이다.

2. 물질은 모두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3. 물질과 에너지의 총합은 항상 일정하다.

4. 자연의 법칙들은 고정되어 있다.

5. 자연은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진화 또한 목표나 방향을 가지지 않는다.

6. 모든 생물학적 유전은 물질적이며 유전물질과 DNA 그리고 여타의 물질적 구조에 실려 이동한다.

7. 정신은 뇌 안에 들어있으며 뇌의 작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8. 기억은 뇌 안에 물질적 자취의 형태로 저장되며 죽음과 함께 완전히 사라진다.

9. 텔레파시처럼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은 환각에 불과하다.

10. 기계적 의학은 실제 작동하는 유일무이한 의학이다.

저자는 많은 과학자들이 당연시 하는 이 신념이 여러 가설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더욱 위험한 것은 이에 대한 반론을 논쟁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지적 세뇌를 당한다는 점을 경고한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자연과학을, 하버드 대학원에서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다시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와서 생화학 박사학위를 받고 영국 학술원 연구교수로 식물성장과 세포노화를 연구했으며, ‘형태발생장’ 이론으로 노벨상 후보로 오르기도 한 정통 과학자의 도발적인 주장이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6-07-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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