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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
김준래 객원기자
2014-12-05

빛을 비틀면 데이터 전송이 빨라진다 트위스트빔 개발··· 광케이블 능가하는 신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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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아시아태평양 해저 광케이블망의 종합관제센터가 최근 부산에 문을 열었다. 최대 수심 6000 미터(m) 깊이에 매설된 이 통신망은 기존의 해저 케이블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대용량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트위스트빔을 이용하여 이미지 데이터를 전송하는 실험장면 ⓒ Vienna.univ
트위스트빔을 이용하여 이미지 데이터를 전송하는 실험장면 ⓒ Vienna.univ

그러나 HDTV 500만 채널을 동시에 전송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의 광케이블이지만, 이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부족해진다는 것이 통신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전 세계의 데이터들에 비해 광케이블 설치 속도는 한참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처럼 데이터 폭증 시대를 맞아 광케이블까지 정체 현상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오스트리아의 과학자들이 빛을 비틀어 데이터를 더 많이, 더 빨리, 그리고 더 멀리 보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전해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빛을 비틀어 데이터를 더 빠르게 보내는 기술

저명한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Nature)는 오스트리아 비엔나대의 과학자들이 레이저 광선을 비틀어 데이터를 대량으로 전송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양자역학 이론을 기반으로 한 이 기술이 지금까지의 그 어떤 기술보다 안전하면서도 빠르게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관련 링크)

물리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광파나 전파에 실어 보낼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기술들을 개발해 왔다. 예를 들면, 넓은 파장대역을 다수의 좁은 채널(channel)로 자르거나, 시계방향 또는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원형편광의 파동들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 들이다.

그런데 비엔나대의 연구진은 궤도각모멘텀(OAM, Orbital Angular Momentum)에 대해 연구를 하다가 빛을 비틀었을 때, 기존의 광파나 전파보다 훨씬 더 많고 빠르게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트위스트빔(twisted light) 기술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실험장면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개요도 ⓒ Vienna.univ
실험장면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개요도 ⓒ Vienna.univ

궤도각모멘텀이란 회전 현상을 보여주는 빛의 파동 성질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빛의 파동은 직진만을 하다가 서서히 옆으로 퍼지는 성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빛은 회전하는 성질도 가지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축으로 삼아, 그 둘레를 나선 모양으로 휘도는 성질이다.

전문가들은 “빛의 파동이 서로 다른 궤도각모멘텀을 지니고 있다는 성질을 쉽게 비유하자면, 마치 병사들이 일렬정대로 행진하면서도 서로 다르게 팔을 휘젓는 것과 유사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빛의 이런 성질을 이용하여 광학 차원의 조작을 적절히 가하면, 똑같은 파장의 빛도 구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한 번 회전하며 날아가는 빛이나 열 번 회전하며 날아가는 빛처럼 서로 다른 회전 패턴을 지닐 수 있고, 이런 패턴들이 바로 빛을 식별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는 것이다.

궤도각모멘텀을 기반으로 한 전송기술은 이미 지난 1990년에 개발되었다. 당시 2.5초당 1테라바이트(TB), 즉 66개의 DVD를 한 번에 보낼 수 있는 전송 능력을 보여주며 그 위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이 기술은 실험실처럼 대기의 교란 현상이 거의 없는 짧고 밀폐된 공간에서만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는 단점 때문에 업계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게 되었다.

궤도각모멘텀 현상을 기반으로한 트위스트빔 기술

비엔나대의 과학자들이 거둔 성과가 인정을 받는 이유는, 기존의 궤도각모멘텀이 25년 동안 안고 있던 문제를 최초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짧고 한정된 공간에서만 가능했던 한계를 극복하고, 비교적 장거리인 야외에서 데이터를 전송하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안톤 젤링거(Anton Zeilinger)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자신들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우선 16가지의 패턴을 가진 녹색 레이저 광선을 실험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레이더 타워의 꼭대기에서부터 도시 건너편의 소형 검출기로 까지 데이터를 전송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송 전, 연구진은 16가지 패턴 하나하나에 흑백 명도의 정보를 지정해 두었다. 1번 패턴은 백색, 16번 패턴은 흑색, 그리고 3번 패턴은 옅은 회색 등과 같은 방식이다. 그리고 각 패턴은 디지털 영상에서 1픽셀의 단위를 구성하도록 했다.

전송하는 데이터로는 오스트리아의 자랑인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물리학자인 루드빅 볼츠만(Ludwig Boltzmann), 그리고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의 흑백 이미지들을 골랐다. 이후 연구진은 1초에 4번 깜박거릴 정도의 속도로 선택한 이미지를 트위스트빔을 통해 전송했다.

전송 결과 3킬로미터(km) 정도 떨어진 수신 장비는 성공적으로 이미지 정보를 받았다. 연구진은 빛 패턴 인식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수신한 빛의 패턴을 다시 픽셀 정보로 바꾸었고, 원래의 형태였던 모차르트와 볼츠만, 그리고 슈뢰딩거의 이미지를 오차율 1.7퍼센트(%) 수준으로 복원할 수 있었다.

전송된 모차르트의 초상화 이미지 데이터. 오차율 1.7퍼센트를 기록했다
전송된 모차르트의 초상화 이미지 데이터. 오차율 1.7퍼센트를 기록했다  ⓒ Vienna.univ

비엔나대의 관계자는 “이번 실험은 대기 중의 강한 교란에도 불구하고 데이터를 트위스트빔으로 암호화하여 장거리로 전송할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 사례”라고 밝히며 “이 기술이 앞으로 지상과 위성 간의 소통처럼 교란이 심한 대기 중에서도 안정적으로 통신하는 데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또한 프로젝트의 핵심 요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마리오 크렌(Mario Krenn) 박사도 “우리가 개발한 트위스트빔의 가치는 광파에 인코딩 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무제한의 양으로 전송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언급하며 “만약 미비한 점만 보완한다면, 데이터 전송 속도를 무한대로 증가시킬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전 세계의 학계는 연일 찬사를 보내고 있다. 저명한 전기공학자이자 미 서던캘리포니아대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알란 윌너(Alan Willner) 박사는 “매우 인상적인 성과”라고 칭찬하며 “비엔나대가 발표한 이번 연구결과는 대기 중의 교란 효과를 완화시키는데 있어, 빛을 비트는 방식의 신호처리가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시사해 준다”라고 강조했다.

영국 브리스톨대의 교수들도 “트위스트빔이 광통신 기술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트위스트빔이 물질과 상호작용하면 물질에 회전력을 발휘하게 되는데, 이는 마이크로 수준의 입자를 회전시키거나 붙들어둘 수 있는 광학 집게, 또는 광학 스패너로도 사용될 수 있는 성질을 지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보안업계는 안정적인 트위스트빔의 특성상 도청이나 해킹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데이터가 양자 상태로 인코딩되는 만큼, 암호화키를 해킹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져 해독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4-12-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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