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는 핵융합 발전(發電)을 통한 인공태양이 아니다. 말 그대로 인공적으로 만든 빛을 응용한 진짜 인공태양이 독일 과학자들에 개발되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첨단기술 전문 매체인 뉴아틀라스(Newatlas)는 독일항공우주국(DLR)이 자연적인 태양광의 에너지보다 일만 배나 강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인공태양을 개발했다고 보도하면서, 청정에너지원인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이 같은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링크)
태양광보다 일만 배나 높은 에너지 낼 수 있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공태양이라고 하면 핵융합 발전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의미했다. 수소 같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헬륨처럼 무거운 원자핵으로 바뀌는 태양의 핵융합 메커니즘을 모방한 기술을 인공태양이라고 불렀던 것.
하지만 DLR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태양 시스템은 핵융합 발전이 아닌 인공적으로 만든 빛을 한 곳에 모아 고온의 온도를 낼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신라이트(Synlight)라는 이름의 이 시스템은 150여개의 크세논아크램프(xenon arc lamp)로 이루어져 있다.
운동장이나 공연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조명등을 촘촘히 이어 붙인 모양을 하고 있는 신라이트 시스템은 태양광을 모아 온도를 높이는 장치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유사한 모양으로 제작되었다.
과거에도 태양광을 집중시켜 초고온 상태로 만드는 장치는 존재했었다. 하지만 날씨가 흐리거나 밤이 되면 작동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었는데, DLR 연구진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인공광 시스템을 도입했다.
인공광 시스템을 사용하면 밤이 되어도 사용할 수 있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상관없이 언제나 섭씨 3000도 이상의 고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고온의 환경이 필요한 실험을 다양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DLR 관계자의 설명이다.
DLR에서 프로젝트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는 드미트리 라버(Dmitrii Laaber)는 “20×20cm 크기의 작은 점에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방식인 신라이트는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광 에너지보다 일만 배나 높은 에너지를 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신라이트의 에너지 세기와 관련하여 라버 엔지니어는 “신라이트를 두께가 8cm나 되는 알루미늄 합판에 쪼였을 때 얼마 안가서 쪼인 부분이 흐물흐물 녹기 시작하더니 결국 이 합판은 두 동강이 나버렸다”라고 전하며 “그만큼 신라이트에서 나오는 빛은 강렬하고 뜨겁다”라고 설명했다.
라버 엔지니어의 설명에 따르면 실험 당시 신라이트에서 나온 인공광의 온도는 대략 3500도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인공광을 쪼이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쪼이더라도 사람은 단 1초도 견딜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청정에너지원인 수소를 분리하기 위해 도입
DLR의 보고서에 따르면 신라이트의 경제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과도한 에너지가 소요되는 시스템이다. 신라이트를 4시간 가동했을 때의 전력이 4인 가족이 1년 동안 사용할 전기량과 맞먹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날씨와 상관없이 일정한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더라도, 이처럼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다면 상용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LR이 신라이트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이유는 무엇일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해 신라이트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카이 비그하르트(Kai Wieghardt) 팀장은 “높은 열을 가하여 물에서 수소를 분리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답변하며 “이렇게 얻은 수소를 대체 에너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자 인공광을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원이지만, 자연적으로 발생되지 않는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가령 물에서 수소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고압과 고온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화석 연료의 사용이 불가피하다. 청정에너지원을 얻기 위해 화석 연료를 사용해야 하는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비그하르트 팀장은 “또 다른 청정에너지원이자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태양광을 효과적으로 한 곳에 집중시켜 수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아이디어로부터 신라이트의 개념이 탄생했다”라고 언급하며 “태양광이 안고 있는 불완전한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인공광을 적용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DLR이 이번 연구를 통해 희망하는 최종 목표는 태양광을 통하여 수소를 물로부터 손쉽게 분리할 수 있는 촉매의 개발이다. 촉매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쪼일 수 있는 고온의 태양광이 필요한데, 이를 신라이트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비그하르트 팀장은 “효과적인 촉매와 관련 공정이 개발된다면 태양광을 모아 집중시키는 장치를 이용하여 태양에너지라는 청정에너지원으로 또 다른 청정에너지원인 수소를 생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의 주장대로 신라이트 시스템을 통해 수소를 손쉽게 생산할 수 있는 촉매 개발에 성공한다면, DLR은 우선적으로 연료가 많이 소요되는 비행기에 해당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요원해 보였던 전기자동차의 상용화가 이제 눈앞에 다가온 것처럼, 청정에너지원을 사용하는 비행기 개발하여 미래 항공시장에서 한발 앞서 나가겠다는 것이 DLR의 계획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7-04-03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