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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준래 객원기자
2014-09-30

빌딩이 전기에너지를 생산한다? 유기분자 기반의 투명 태양광 전지 패널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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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옥상이나 야트막한 야산의 공터에서 태양광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생산하는 패널 들을 보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하지만 굵은 기둥 위에 비스듬히 올려진 채 태양광을 흡수하는 전지 패널은 무겁고 크며, 틀에 박힌 모양을 이루고 있어 외관상 좋은 이미지를 주지는 못하고 있다.

태양광 전지 패널의 설치가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태양광 전지 패널의 설치가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 Wikipedia

뿐만 아니라 태양광 전지 패널들을 설치하기 위해 야산의 산림 일부를 훼손하거나,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옥상을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득보다 실이 많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태양광 전지 패널의 설치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미국의 과학자들이 유리 창문 자체를 태양광 전지 패널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빌딩을 전기발전소로 변신시킬 투명 전지 패널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는 미 미시간주립대의 연구진이 태양광 집적장치의 새로운 유형을 개발했다고 보도하면서, 앞으로는 여타 창문과 똑같이 생긴 태양광 전지 패널을 통해 모든 빌딩이 전기발전소로 변신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태양광 전지 패널이란 패널이 햇빛에 노출될 때, 햇빛에 포함된 유기 분자를 활용하여 태양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집적장치를 말한다. 이 장치의 단점은 시스템의 설치비용이 매우 높다는 데 있다. 또한 패널이 차지하는 가격의 비율이 전체 시스템의 최대 50퍼센트(%)에 이르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시간주립대 연구진이 개발한 투명 태양광 전지 패널 ⓒ MSU.edu
미시간주립대 연구진이 개발한 투명 태양광 전지 패널 ⓒ MSU.edu

이와 관련하여 대다수 신재생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은 “현존하는 태양광 전지 패널은 유리 기판을 제작하는데 대부분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밝히면서 “만약 기존의 유리창과 유사한 태양광 전지 패널이 개발된다면, 태양광 전력 시스템 설치에 있어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투명한 태양광 전지 패널이 개발되어 이 기술을 유리창에 적용했을 시, 기존의 유리창 제작비용에서 약간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정에 설치된 태양광 전력 시스템의 경우는, 유리창에서 생산된 전력을 운반할 전선과 전압 조절기만 연결해 주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 투명한 패널의 소재를 연구하는 연구진이 미시간주립대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전 세계의 수많은 과학자들이 끊임없이 시도해 왔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연구결과만을 보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투명 태양 전지의 효율이 1퍼센트에도 훨씬 못 미쳤기 때문이다. 또한 유리창으로 사용하기에도 너무 빛을 많이 차단해 제 기능을 발휘하는 제품이 없었을 뿐이다.

건물 외에도 자동차 및 스마트 기기 등으로 확대 예상

미시간주립대 연구진은 다른 과학자들이 과거에 시도했던 투명 전지 패널의 실패사례를 철저히 분석했다. 그리고 여기서 확보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하여, 가시광선은 투과하는 반면에 적외선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는 유기분자 기반의 투명한 패널 소재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미시간주립대의 리처드 런트(Richard​ Lunt) 교수는 “우리 연구진이 주력하고 있는 연구의 목표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바로 투명(transparent)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투명 전지 패널의 효율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태양광 전지 패널은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검은색 반투명 패널을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어두운 색의 실리콘 전지를 사용하여 모은 태양 에너지를, ‘광기전효과(photovoltaic effect)’를 이용하여 전기 에너지로 변환한 것이다.

광기전효과는 빛에 의존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태양전지는 패널에 태양광을 입사시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하지만 새롭게 개발된 기술은 투명 패널 소재가 태양광의 특정 파장을 패널 가장자리에 있는 태양전지에 입사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투명한 전지 패널의 개발이 가능해졌다.

연구진이 개발한 이 투명 패널 소재는 자외선 및 근적외선 파장의 에너지를 흡수해서 다시 적외선 파장으로 내보내는 물성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가시광선 영역에 속하는 파장은 그대로 투과시킨다. 따라서 인간의 눈으로 봤을 때는 투명한 소재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태양광 흡수율을 실험 중인 런트 교수와 연구진 ⓒ MSU.edu
태양광 흡수율을 실험 중인 런트 교수와 연구진 ⓒ MSU.edu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런트 교수는 “투명한 전지 패널에 사용된 소재가 가시광선 영역의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하지 않기 때문에, 육안으로 볼 때는 투명하게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 소재가 일반적인 패널들이 가진 정도의 효율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유리창과 비슷한 수준으로 투명해질 수 있다면, 이를 활용하는 분야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시제품 형태로 제작된 투명 전지 패널의 효율은 1퍼센트 정도로서, 가까운 미래에 5퍼센트까지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연구진들은 밝히고 있다.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효율이 좋은 태양광 패널은 태양광의 약 40퍼센트를 에너지로 변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런트 교수의 동료인 미시간주립대의 맥스 슈타인(Max Shtein)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매우 훌륭하지만, 투명 소재를 기반으로 한 전지 패널의 수명에 관해서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발전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일단은 연구진의 예상대로 효율 향상이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투명 패널의 소재는 작은 유기물 분자를 첨가한 층으로 이뤄져 있어, 또 한가지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휘어질 수 있고, 얇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패널 제작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금의 건물들은 더운 여름철 태양에 의해 표면이 가열되는데, 투명 패널로 시공된 건물은 태양광을 흡수하기 때문에 건물의 냉각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되고 있다.

아직 상용화까지는 머나먼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소재가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투명한 유리창이나 채광창을 넘어서 다른 분야에도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예를 들면 유리창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자동차나, 디스플레이를 통해서 태양에너지를 생산하는 스마트폰 등이 해당된다.

이에 대해 런트 교수도 “투명한 태양광 전지 패널은 고층 빌딩의 수많은 창문이나, 유려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모바일 기기 등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며 “탑재 여부조차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투명한 태양광 전지 패널을 만드는 것이 우리 연구진의 최종목표"라고 밝혔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4-09-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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