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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4-12-23

비행기보다 빠른 진공 열차 나온다 하이퍼루프의 프로토타입 내년 6월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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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공상과학 영화 중 하나인 ‘토탈리콜(Total Recall)’을 보면 주인공이 더폴(The Fall)이라는 이름의 특이한 이동수단을 타고 출퇴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더폴은 진공 상태의 튜브에서 움직이는 일종의 엘리베이터다. 환경오염으로 지구상에서 호주와 영국만이 인간이 살 수 있는 장소로 변하면서, 서로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두 곳을 관통하여 오고가는 기능을 한다.

지구를 관통하는 진공 엘리베이터인 더폴(The Fall)
지구를 관통하는 진공 엘리베이터인 더폴(The Fall)  ⓒ 토탈리콜 홈페이지

영화처럼 지구를 관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와 유사한 개념의 미래 열차 개발 프로젝트가 지난해 발표되어 한동안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적이 있다. 하이퍼루프(Hyperloop)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발표한 사람은 다름 아닌 엘런 머스크(Elon Musk). 바로 스페이스 X 및 테슬라모터스의 CEO이자, 영화 ‘아이언맨(Iron Man)’의 실제 모델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열차를 진공상태의 튜브 속에 넣고 초고속으로 달리게 만든다는 하이퍼루프 프로젝트는 발표 시점부터 수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동시에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 최근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머스크 대표는 하이퍼루프의 첫 번째 프로토타입(prototype)을 내년 6월에 공개하겠다고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비행기보다 빠른 초고속 열차의 등장

산업 디자인 전문 포털인 인해비타트(inhabitat)는 그동안 실현 가능성을 의심받던 하이퍼루프 프로젝트가 조만간 선을 보일 예정이라고 보도하면서, 기술적 난관이나 투자의 어려움 등이 예상되지만 만약 시운전에 성공한다면 인류의 이동수단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을 혁명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련 링크)

우리나라 고속열차인 KTX의 최고 시속은 300킬로미터(km)이고, 차세대 항공기인 보잉 드림라이너의 최고 시속도 1000킬로미터 내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하이퍼루프는 이보다 빠른 시속 1220킬로미터 속도로 달릴 수 있다.

하이퍼루프가 이처럼 어마어마한 속도를 낼 수 있는 비결은 공기 저항을 전혀 받지 않는 진공터널과 캡슐형으로 생긴 열차에 있다. 진공터널은 어떤 저항도 없이 공중에 뜬 채로 달리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마치 총알이 총열 안에서 날아가는 원리와 비슷하다.

하이퍼루프의 좌석 조감도 ⓒ teslamotors
하이퍼루프의 좌석 조감도 ⓒ teslamotors

그리고 캡슐형 동체도 열차 앞쪽에 있는 터빈이 공기를 흡수하여, 전방의 공기 저항을 줄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흡수된 공기는 그냥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동체 아래로 이동하여 열차를 바닥으로부터 띄우는 역할을 지원해 주도록 되어있다.

이처럼 저항을 극도로 감소시킬 수 있도록 설계된 디자인 덕분에 하이퍼루프는 속도를 음속에 가깝게 가속할 수 있다. 머스크의 주장에 따르면 해저에 진공터널을 구축했을 경우, 서울에서 뉴욕까지 2시간이면 이동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총 길이 613킬로미터인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구간도 30분이면 주파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거리는 자동차로 5시간 30분이고 비행기로도 1시간은 가야 하는 만큼, 하이퍼루프의 빠르기를 짐작해볼 수 있다. 캡슐에는 한 번에 28명이 탈 수 있는데, 이를 2~3분에 한 대씩 출발시켜 시간당 840명 정도를 실어 나를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프로젝트의 성패는 안정성과 비용에 달려

내년에 선을 보일 하이퍼루프의 프로토타입이 성공적인 시운전을 마친다 하더라도, 머스크 대표가 앞으로 넘어야할 숙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우선 안전성 문제가 가장 큰 이슈다.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은 일부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하이퍼루프의 실현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이들은 진공 상태의 튜브 속을 열차가 달리도록 하는 아이디어는 엄청나게 발생할 열 때문에 실현이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운송연구기관인 네비건트 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열차가 튜브 안을 통과할 때 발생하는 엄청난 열이 동체의 외형과 부속품을 손상시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또한 초고속으로 좁은 터널 안쪽을 달리는 만큼, 조그만 사고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동체가 매우 미세한 높이로 뜬 상태에서 이동하기 때문에, 동전만한 물체조차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IT 기술 전문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도 하이퍼루프의 실현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도하면서, 프로젝트의 성공 전망이 밝지 못한 이유에 대해 이미 이와 유사한 아이디어를 40년 전에 제시했던 과학자의 말을 빌어 설명했다.

사실 하이퍼루프의 기본적 개념은 이미 1972년에 등장했다. 알엠솔터(R. M. Solter)라는 물리학자가 ‘초고속이동시스템(VHST)’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진공으로 이루어진 튜브를 오가는 초고속운송수단에 대한 구상을 밝혔던 것.

하이퍼루프의 개요도. 전방에는 공기를 흡입하는 터빈이 있다 ⓒ teslamotors
하이퍼루프의 개요도. 전방에는 공기를 흡입하는 터빈이 있다 ⓒ teslamotors

당시 솔터 박사는 “초고속이동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있어 획기적인 과학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석하며 “오히려 시스템의 실현 여부는 개발과 관련한 비용이나 행정적인 문제들처럼 부수적인 사항들에 달렸다”라고 전망했다.

솔터 박사가 지적한대로 하이퍼루프 개발에 소요될 비용 문제는 프로젝트 추진의 큰 부담이었다. 일단 하이퍼루프는 공기역학적 진공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튜브를 열차의 크기에 맞게 균일하게 건설해야 한다. 또한 튜브 안을 자기부상 형태로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완전한 진공 튜브를 건설하는 작업에는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머스크 대표는 당초 완전한 진공 상태의 튜브를 건설한다는 구상에서 한발 물러나, 승객이 타고 내릴 때 진공이 깨질 수 있다는 이유로 완전 진공보다는 부분 진공을 선택했다. 또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자기부상 방식을 버리고, 강한 공기압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가동 방식을 한 발 양보한 뒤 건설비용을 추정해 본 결과는 놀라웠다. 하이퍼루프의 건설비용이 고속철도의 10분의 1 정도인 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프로토타입이 건설될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사이의 570킬로미터를 기준으로 할 때, 하이퍼루프는 75억 달러 정도인데 반해 고속철도 건설비는 약 700억~1000억 달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었다.

더 놀라운 점은 탑승 가격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머스크 대표는 하이퍼루프의 1인당 편도 기준 가격을 20달러 정도로 구상하고 있다. 이는 하이퍼루프가 진공원리와 선형가속기로 에너지가 적게 들고, 튜브 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로 스스로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가능한 비용이다.

하지만 솔터 박사의 예측대로 순수한 건설비용 보다는 토지보상과 같은 행정적 비용에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사이의 건설비용은 75억 달러 정도지만, 실제로 토지 보상비용 및 기타 개발 비용들을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4-12-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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