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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재형 객원기자
2011-06-30

비소생명체, 획기적 발견? 혹은 과장된 쇼? NASA 중대발표 둘러싼 논쟁 불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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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1월, 미 항공우주국(NASA, 이하 나사)이 외계생명체에 관련된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에 전 세계가 떠들썩했던 일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계인 발견과 같은 비교적 충격적인 소식을 기대했지만 나사가 발표한 것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형태의 생명체였다.

이에 실망한 사람들도 더러 있었으나 사실 이 발견은 외계생명체를 발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할 만큼 놀라운 것이었다. 이들이 발표한 미생물은 기존의 생명체와는 다른 형태의 분자 구조를 띠고 있음에도 생존이 가능함을 보이면서 인간이 가지고 있던 생명체에 대한 사고의 범위를 넓히게 된 것이다.

인을 비소로 대체한 생명체 GFAJ-1

본 연구에서 중점 사항이 된 것은 인(P)과 비소(As)다. 인은 모든 생물의 세포 내에 존재하는 에너지원인 ATP와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DNA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원소로 생명체에 필수적인 구성성분이다.

반면 비소는 금속원소로써 독성을 가지고 있는 물질이다. 비소는 미토콘드리아에 장해를 줘 세포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며 피부암이나 폐암 등의 발생과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헌데 놀랍게도 연구팀은 인이 비소로 대체된 채로 생존이 가능한 GFAJ-1이라는 박테리아를 배양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인은 생명체 존재의 필수요소로 여겨져 왔기 때문에 우주 어딘가에 외계생명체가 있다면 인이 풍부한 곳일 거라 추측해 왔다. 하지만 꼭 인이 아니더라도 생명체의 구성이 가능하다는 것은 생명체 존재의 가능성이 더욱 넓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인과 비소는 같은 15족(질소 족)에 속하는 원소로 화학적 성질이 유사하다. 해당 논문의 주 저자인 울프 사이먼 박사는 논문을 발표하기 1년 전부터 인과 비소의 화학적 유사성으로부터 비소로 구성된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란 가설을 발표한 바 있으며 이것을 연구를 통해 밝혀낸 것이다.

가설이 과학적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선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어야 하며 실험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 울프 사이먼 박사는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모노 호수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를 가지고 실험을 진행했다. 모노호수엔 인과 비소가 풍부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인 대신 비소를 넣은 배양액을 이용해 이 박테리아를 배양하는데 성공했고 인이 아닌 비소를 영양분으로 사용해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또한 이렇게 배양된 박테리아의 단백질과 DNA 구조에도 비소가 들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실험에 부족한 점과 의문점 많아

연구 결과 발표 당시 과학계는 떠들썩해졌다. 금세기 과학의 성과를 대표할 만큼 놀라운 발견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획기적인 성과로 남게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연구결과가 발표된 직후부터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등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한 비판여론은 최근에 이르기까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연구 결과가 매우 충격적이고 놀라운 것에 비해 그를 입증하는 실험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과 그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 비판자들의 입장이다. 결국 이 실험에 대해 반박하는 논문 8편이 비소 생명체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던 사이언스지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되면서 뜨거운 논쟁을 일으키게 됐다.

반박론자들은 이 실험에 대한 의문점을 몇 가지 제시하고 있다. 우선 이 실험에서 사용된 배양액엔 비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박테리아의 성장을 도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의 인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 

박테리아의 DNA에서 비소가 발견된 것은 생명체의 가장 기본을 구성하는 부분에 비소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증거가 될 수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DNA를 정제하는 과정에 의혹을 제기했다. DNA는 주변 환경에 쉽게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DNA가 제대로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DNA는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으며 복제를 통해 생식에 이용함으로써 후대로 전달돼야 한다. 따라서 인이 비소로 대체된 DNA에서 복제와 분열과 같은 과정이 제대로 나타나는지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새로운 생명체가 아니라 극한 생명체일 뿐

물론 독극물로 알려진 비소 배양액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박테리아의 발견은 놀랄만한 일이지만 이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이번 논쟁을 불러왔다. NASA는 이 연구를 ‘외계생명체’와 관련지어 설명하려 했다. 지금까지는 없던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를 발견했다는 내용과 함께 우주생물학과 관련지어 설명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반박론자들은 이것을 ‘새로운 생명체’로 보지 않는다. 그저 극한 상황에 적응한 극한 생물체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해당 연구에서는 비소와 인의 함유 여부에 따른 박테리아의 성장속도를 공개했는데, 박테리아는 역시 배양액에 비소만 있을 때보다 인이 포함돼 있을 때 더 잘 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박테리아가 인 대신 비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주장에 의문점을 제기하게 한다. 

오히려 인이 부족한 상황에서 비소를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인을 기반으로 한 생명체가 비소가 많은 환경 탓에 그와 같이 진화돼 왔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수 있다. 물론 우주 어딘가에선 비소를 기반으로 하는 생명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실험과 연구 결과만으로 애초부터 비소를 가지고 시작한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확답은 내릴 수 없다는 것이 반박론자들의 주장이다.

추가연구 통한 검증필요, 오랜 시일 걸릴 듯

이쯤 되자 비소 생명체에 대한 나사의 발표가 실제보다 과장된 일종의 '쇼'였다는 의견도
내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사의 중대발표'라는 타이틀 아래 세기적 발견이라고만 알고 있을 뿐, 이런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8편의 반박논문을 계기로 비소 생명체에 대한 논란이 본격적인 논쟁의 양상을 띠게 된 것이다.

더욱이 비소 생명체 연구관계자들은 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연구가 옳다는 확고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들은 실험에 사용된 GFAJ-1 박테리아의 샘플을 보급할 것이라 밝히며 다른 연구자들의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검증받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과학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타 연구진의 실험을 검증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는 것이 낭비라는 입장이 많기 때문이다.

나사의 발표내용은 실제로 생명체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을 뒤집어 놓으며 생물 교과서의 수정도 필요케 할 만큼 충격적이고 놀라운 것이었다. 그렇기에 많은 비판과 반박을 피할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연구진 측의 실험은 그것에 대응하기에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이에 대한 추가적인 실험과 연구가 진행돼야만 비소 생명체의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논쟁이 끝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1-06-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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