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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심재율 객원기자
2015-11-04

비맞아도 선명한 안경 나온다면 국민 참여 'X프로젝트' 50개 연구팀 곧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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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물어보고 국민이 대답을 한다고? 그런 것이 가능할까 싶지만, 2년 째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미 50개 질문은 추려줬고 이에 대답하기 위한 연구팀이 조만간 선정된다.

질문에 그저 말로만 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개발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국민이 물어보고 국민이 대답하는 ‘X프로젝트’ (www.xproject.kr)는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우리나라도 이제는 아주 새롭거나 불가능해 보이는 연구과제도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하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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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프로젝트 출범식 현장의 모습. 위원회는 이미 지난 9월초 4,000개가 넘는 질문 중에서 1차로 50개를 걸러낸 뒤, 이를 과제로 수행할 연구팀을 공모중이다. ⓒ 미래창조과학부

미래부 안에 지난해 12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꾸려지면서 어떻게 과제를 도출할 것인지를 수개월간 논의했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 국민이 묻고 국민이 답하자는 것이다.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예사롭지 않다. 10월 30일까지 6900여개 질문이 사이트에 올라왔다. 위원회는 이미 지난 9월초 4,000개가 넘는 질문 중에서 1차로 50개를 걸러낸 뒤, 이를 과제로 수행할 연구팀을 공모중이다.

50개 질문 중 하나는 ‘가로막는 모든 물질을 통과해서 사람의 생체 신호를 찾아낼 수 있을까?’이다.

이 문제도 재미있지만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이 문제가 어떻게 도출되었는가 하는 과정이다. 국민이 묻는다고 할 때 몇 가지 위험이 뒤따른다. 첫 번째는 연구과제로 성립하기 어려운 내용, 또는 연구에 필요한 중요한 요소가 빠지거나 그럴 수가 있다. 또 다른 위험은 질문에 정말 중요한 단서가 슬쩍 숨어 있는데, 그 단서를 사람들이 잘 발견하지 못할 위험이다.

이런 위험요소를 뛰어넘기 위해 기획단은 질문을 ‘숙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위 질문의 경우 두 가지 질문을 융복합시킨 것이다. 첫 번째 질문은 ‘인체에서 방출 배출되는 물질이나 빛을 감지, 매몰사고현장에서 사람의 위치와 생존여부를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이 있을가?’이다. 여기에 초중고 학생들로 구성된 팀에서 내놓은 ‘물체나 벽을 통과할 수 없을까?’라는 질문을 합쳤다.

질문을 숙성하려 고 100여명의 전문가와 국민들이 10여 차례 회의를 거쳐 도출했다. 전문가들이 하는 일은 몇가지 질문을 합쳐서 질문다운 질문으로 다시 만드는 작업이다. 동시에 참신하고 도전적인 질문이 연구과제로 성립할 수 있도록 가다듬어 준다.

벌써 6900여개 질문...밤샘 토론하며 '숙성' 작업

물체나 벽을 통과할 수 없을까?는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한의학연구원과 생명공학연구원에서 온 두 전문가는 ‘재미있는 질문’이라는 반응을 보여 결국 검토 끝에 살아남았다.

물론 이 질문은 우리국민들이 가진 심리상태를 많이 반영한다고 짐작이 된다. 세월호 사고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등을 보면서 너무나 안타깝던 마음을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X 프로젝트는 분명한 방향성을 갖는다. 참신하고 도전적이어야 하고, 연구가 가능한 내용이면서 동시에 연구결과가 나오면 많은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1차로 선정된 50개 질문은 국민들의 심리상태를 반영한 것들이 적지 않다.

미래부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문을 찾고 △폐쇄적 연구네트워크를 열린 시스템으로 바꾸며 △질문하는 사회, 질문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며 △국가연구개발사업에 국민참여방식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위원회는 지난 9월초 50개를 선정한 다음, 질문을 잘 한 사람들을 모아 상을 주고 격려한 적이 있다. 이때 질문자인 여고생이 아버지와 함께 참석했다. 프로젝트 매니저(PM)를 맡고 있는 박성원 박사가 아버지와 대화를 나눠 보니, 딸은 외고를 가려고 몇 년을 열심히 준비했다. 그런데 신청서를 낼 때 이름을 쓰지 말아야 하는 규정을 깜빡 하는 바람에 실력과는 상관없이 탈락하고 말았다.

이 여고생은 ‘기억을 저장하거나 제거할 수 없을까?’고 물었다. 여기에 ‘행복했던 순간의 감정을 저장하여 언제든 다시 느낄 수 있게 할 수는 없을까?’ ‘잠잘 때 꾸는 꿈을 영상으로 저장자료화 할 수 없나요?’ ‘인간의 감정은 과학적으로 측정 가능한가?’ 등을함께 숙성했다. 그래서 나온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꿈, 기억, 감정을 측정 및 저장/제거할 수 있을까?’

아마도 여고생은 이름을 잘 못 쓴 그 아픈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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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물어보고 국민이 대답하는 X프로젝트는 지난 6,7월에 1차로 질문을 접수해서 8월 한달간 숙성과정을 거쳤고, 국민 10명과 전문가 30명이 8월 18~19일 1박2일로 끝장토론을 가진 끝에 50개가 나왔다. ⓒ 미래창조과학부

X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과정은 ‘질문 숙성하기’에 위원회는 많은 공을 들인다. 지난 6,7월에 1차로 질문을 접수해서 8월 한달간 숙성과정을 거쳤다. 특히 8월 15일에 100여명을 초청해서 몇 천 개의 질문을 놓고 6시간 정도 토론을 거쳤다. 그래서 1차로 골라낸 2,000개를 놓고 다시 2차 심사를 가졌다. 국민 10명과 전문가 30명이 8월 18~19일 1박2일로 끝장토론을 가진 끝에 50개가 나왔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50개 질문을 맡아 사업할 연구자에 대한 1차 공모가 마감돼 149개 신청팀을 대상으로 심사가 진행중이다. 대학 및 출연연구소 지원자가 많고 일반인도 30여명이 신청했다. 11월 2일까지 2차로 연구자를 공모한 뒤 12월에 최종 연구팀을 선정할 계획이다.

50개 질문은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질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 중 몇 개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선박이 뒤집히더라도 침몰하지 않을 수 있을까?

△황사 미세먼지 및 대기오염을 공중에서 친환경적으로 정화하는 비행체를 만들 수 있을까?

△뿌리면 바이러스를 쉽게 볼 수 있게 해주는 스프레이를 만들 수 있을까?

△중력제어기술은 가능한가?

△분노를 적절히 배설하거나 조절할 수 있을까?

△행복수면이 가능한 다양한 방법은 무엇일까?

△악천후를 뚫고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안경이나 망원경을 만들 수 있을까?

△과학기술을 도입하여 국가청렴도를 높일 수 있을까?

△권위주의적인 분위기의 교실이나 회사내에서 자유롭게 질문하거나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가 있으면 질문하는 문화가 형성될까?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5-11-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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