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의 생수 원샷이 화제꺼리가 됐다. 자신의 블로그 게이츠노트닷컴(gatesnotes.com)에 소개된 그 원샷 장면이 폭발적 반응을 일으킨 이유는 빌 게이츠가 마신 생수가 바로 인분을 정화한 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재니키 바이오에너지가 개발한 폐기물 처리 장치 ‘옴니프로세서’를 직접 찾아가 인분을 단 5분 만에 처리해서 만들어낸 물을 들이키고는 “그냥 물이네요”라고 말했다. 옴니프로세서는 인분을 1000도 이상의 높은 온도로 태워서 순수한 수증기만을 걸러내 식수를 만들기 때문에 역겨운 냄새가 나지 않는다.
또한 인분을 고온으로 가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증기로 전기도 생산하며, 수분이 제거된 배설물은 디젤이나 연료 등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빌 게이츠가 재니키 바이오에너지에 투자해서 옴니프로세서를 만들도록 한 까닭은 정화시설 없는 화장실을 사용하는 저개발국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그곳에서는 인분을 그대로 강이나 바다 등에 버리는데, 그렇게 버려진 배설물이 결국 식수까지 오염시켜 각종 질병을 발생시키고 있다. 현재 전 세계 200만명이 그처럼 오염된 물에 노출돼 있는데, 그로 인해 질병에 걸려 사망하는 어린이만 해도 매년 70만명에 이를 정도다.
인분을 처리할 뿐만 아니라 거기에서 식수는 물론 전기까지 만들어내는 일석삼조의 그 폐기물 처리 장치는 개발도상국에서 운용할 수 있게끔 간단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빌 게이츠는 옴니프로세서의 진짜 목적이 “단지 배설물을 물로 만드는 데 있지 않고, 쓰레기를 정말 가치 있는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빌 게이츠의 말대로 최근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되던 분뇨에서 유용한 물질을 추출하는 연구결과가 줄이어 발표돼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의 연구진이 분뇨를 포함한 인간 폐기물을 로켓 연료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제안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분뇨 등의 우주선 폐기물을 로켓 연료로 전환
지난 2006년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달 표면에 인간의 거주 시설을 구축하는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NASA는 지구를 떠나 장기적으로 항해하는 유인 우주선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무게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했다. 역사적으로 우주비행 동안 생성된 폐기물은 더 이상 사용되지 못했는데, 이 같은 폐기물의 처리 및 관리는 보다 길어지는 우주선 임무 수행을 달성하는 데 큰 도전과제가 되기 때문이다.
NASA의 요청으로 그 같은 과제에 도전한 플로리다 대학 연구진은 분뇨 및 먹다 남긴 식품, 목욕 수건, 의복, 포장 재료 등의 우주선 폐기물로부터 얼마나 많은 메탄이 생성될 수 있는지 규명하는 데 주력했다. 그 이유는 메탄이 우주에서 다시 지구로 귀환할 때 로켓 추진을 위해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인간 폐기물로부터 생성되는 병원균을 사멸시키고 폐기물에 포함된 유기물을 분해함으로써 메탄과 이산화탄소의 혼합물이 바이오가스를 생성하는 ‘혐기성 소화조 공정’을 만들었다. 그것은 1년 동안 달을 탐사하는 동안 4명의 우주인에 대하여 맞춤 제작된 시제품 소화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소화조 공정은 연간 약 757리터의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을 생성할 수 있었다.
이후 이 물은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와 산소를 분해되고, 배출된 이산화탄소와 수소는 공정에서 메탄과 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우주 프로그램을 위해 개발된 다른 많은 연구과제와 마찬가지로 이 공정이 갖는 장점은 지구를 기반으로 하는 응용에서 생성된 연료를 난방 및 전기 생산, 수송 등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 공정은 폐기물을 연료로 전환하고자 하는 마을이나 대학 캠퍼스 등에서 사용될 수 있다. 인간 폐기물을 로켓 연료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제안한 플로리다 대학 연구진의 이 연구 제목은 ‘장기적인 달 탐사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폐기물 관리와 연료 생성을 위한 혐기성 소화조의 디자인과 운영’으로 붙여졌다.
가축 분뇨에서 인 추출하고 연료전지 가동
소, 돼지, 닭 같은 가축의 분뇨에서 식량 경작을 위한 필수 영양분인 인(P)을 효율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미네소타 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이 공정은 ‘열수 작용에 의한 탄화(HTC)’라고 명명됐는데, 동물 분뇨에서 80~90%의 인을 회수할 수 있다.
연구진은 소나 돼지, 닭 등의 분뇨를 물에서 부유시켜, 분뇨 유형에 따라 200~250℃의 온도로 가열시킨 다음, 얻어진 혼합물에서 원소를 분석해 인의 대부분이 고체 하이드로차에 포획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인이 알루미늄이나 칼슘, 마그네슘, 철 등과 같은 금속 이온과 결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금속 인산염을 수용성 산으로 용해시킨 다음 염기를 추가해 인산칼슘을 침전시키고 여과하는 과정을 통해 연구진은 분뇨에 존재하는 인의 80% 이상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HTC 공정은 폐기물에서 인을 추출하는 이전의 방법보다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장점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급증하는 인구로 인해 식량 경작을 위해 필요한 인의 수요가 광산 등의 자연적 공급원으로부터 유래하는 인의 공급을 훨씬 초과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일본에서는 돼지 분뇨로부터 뽑아낸 바이오가스를 연료로 하는 ‘고체 산화형 연료전지(SOFC)’를 이용해 LED 전구를 점등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작동온도 800도 이하의 중온동작형 SOFC 및 메탄 개질촉매의 개발에 실적이 있는 오카야마대학 연구그룹과 메탄 발효에 의한 바이오가스 제조 실적이 있는 오카야마현 농림수산종합센터 축산연구소 연구그룹의 공동 연구에 의해 이루어졌다.
SOFC는 동작 온도의 저온화가 바람직하지만, 그동안 바이오가스를 연료로 하는 SOFC의 개발에서 탄소 석출이 큰 장애가 되어 왔다. 하지만 이 연구는 탄소 석출을 억제할 수 있는 촉매의 조성을 결정하고, 바이오가스를 높은 효율로 이용하기 위한 개질 장치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연구진은 작동 온도 600도에서 4시간 동안 LED 전구를 점등하는 데 성공했지만 탄소 석출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연구 성과에 의해 바이오가스를 연료로 하는 중온 작동형 SOFC가 실현될 경우 재생가능 에너지원의 고효율 이용으로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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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1-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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