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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6-04-11

분노 조절 안될 때, 혹시 기생충? 감염 환자 공격성 강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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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유발시키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어 버리는 영화 ‘28일 후(28 Days Later)’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일까?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사람을 공격하고 있다 ⓒ 28일 후 공식 홈페이지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사람을 공격하고 있다 ⓒ 28일 후 공식 홈페이지

의료기술 전문 매체인 메디컬익스프레스(medicalexpress)는 극단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분노 조절 장애 환자들은 특정 기생충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면서, 이 같은 주장은 수년 간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을 연구한 미 시카고대 연구진에 의해 사실로 판명되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링크)

톡소포자충 감염자는 공격성과 충동성 강해져

시카고대 연구진은 최근 성인남녀 358명을 대상으로 분노 조절 장애와 톡소포자충의 상관관계를 조사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참가자들은 세 그룹으로 분류됐는데 첫 번째 그룹은 기존에 간헐적 폭발 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들로 이루어졌고, 두 번째 그룹은 그동안 어떤 진단도 받지 않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었으며, 나머지 그룹은 간헐적 폭발 장애는 아니지만 몇 가지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됐다.

혈액 검사 결과 첫 번째 그룹이 두 번째 그룹보다 톡소포자충증에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2배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첫 번째 그룹의 사람들이 22%에 달한 반면, 두 번째 그룹의 사람들은 9% 정도에 불과했다. 반면에 간헐적 폭발 장애와는 다른 정신 질환을 앓는 그룹에서는 약 16% 정도가 톡소포자충증에 관한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톡소포자충의 현미경 사진
톡소포자충의 현미경 사진 ⓒ wikipedia

이어서 진행된 정신의학적 검사에서는 첫 번째 그룹에 속한 사람들이 다른 두 대조 그룹보다 공격성과 충동성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세 번째 그룹의 사람들은 정신질환은 가지고 있지만, 간헐적 폭발 장애가 없는 관계로 건강한 대조군과 비슷한 공격성과 충동성 점수를 받았다.

이 같은 결과와 관련하여 조사 책임자인 시카고대의 에밀 코카로(Emil Coccaro) 교수는 “이번 연구는 톡소포자충의 잠복 감염으로 인해 사람의 뇌가 변하는 과정에서 공격적 행동을 할 위험성이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하며 “잠복 감염이란 기생충이나 병원성균이 몸 안에 들어가 잠복기가 지난 후에도 겉으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번 조사 결과가 톡소포자충증의 감염이 공격성 증대나 간헐적 폭발 장애를 일으키는 직접적 원인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코카로 교수는 “톡소포자충증의 감염이 공격성 증가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는 것을 규명하려면 더 많은 테스트가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앞으로 약물을 사용하여 톡소포자충증의 감염을 치료했을 때, 공격성을 줄일 수 있는지 여부를 관찰하는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분노 조절 장애는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

시카고대의 연구를 통해 톡소포자충과 분노 조절 장애가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이들보다 먼저 톡소포자충과 숙주의 관련성을 조사한 캘리포니아대의 연구결과도 함께 주목을 끌고 있다.

기생충 가운데는 숙주의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을 가진 것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톡소포자충도 그 중의 하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신이 감염시킨 숙주를 상황 판단이 제대로 안되게끔 만들어, 종 숙주에 바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어떤 작용을 통해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목표 대상인 숙주를 감염시킨 후에 이 숙주를 중간 숙주나 종 숙주에 쉽게 잡아먹히도록 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만큼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되면 후각이 둔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되면 후각이 둔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wikipedia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쥐와 고양이를 대상으로 톡소포자충 감염 실험을 진행했다. 분자생물학과의 마이클 아이젠(Michael Eisen) 교수는 “공격성과 충동성이 강해진다는 의미는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라고 언급하며 “우리는 톡소포자충 감염이 쥐가 가지고 있는 고양이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조사했다”라고 소개했다.

실험 결과 감염된 쥐는 그렇지 않은 쥐들과 비교할 때, 고양이의 냄새에 대해 상당히 무감각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아이젠 교수는 “후각을 통해 고양이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쥐에게 그 감각이 무뎌진다는 것은 고양이 자체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감소시키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설명했다.

독특한 점은 이와 같이 무감각해지는 현상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된다는 점이다. 톡소포자충이 체내에서 사라진 뒤에도 이 같은 행동의 변화가 4개월 간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아이젠 교수는 “톡소포자충이 직접 뇌의 특정 부위에 물리적 영향을 주어서 쥐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하며 “물리적 영향보다는 뇌의 메카니즘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적 영향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6-04-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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