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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김준래 객원기자
2014-11-27

부활하고 있는 공중항모 프로젝트 DARPA, 아이디어 공모…무인기 중심으로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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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자체의 항속거리가 짧던 시절, 적진을 효과적으로 공습하기 위해 새로운 개념의 배가 등장했다. 바로 항공모함이다. 항공모함은 곧바로 그 위력을 과시하며, 지금까지도 바다에 떠있는 요새로서의 위상을 잃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항공모함도 나름대로의 단점을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바다를 무대로 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리고, 민첩성도 뒤떨어진다. 또한 약점인 기동력을 보완하기 위해 목표 지역의 영해에 일찌감치 도착하여 계속 떠 있어야 하다 보니, 유지비용도 엄청나게 발생한다.

처음 공중항모에 대한 개념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공상의 산물로 치부되었다
처음 공중항모에 대한 개념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공상의 산물로 치부되었다 ⓒ wikipedia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공중항모(Aircraft Carrier), 즉 하늘에서 항공모함과 같은 역할을 해줄 대형 비행체를 꿈꿔왔다. 처음 공중항모에 대한 개념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공상의 산물로 치부되었지만 이후 비행선을 활용한 공중항모가 실제로 개발되며 한껏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비효율적인 시스템과 잦은 사고, 그리고 기술의 한계 등으로 인해 공중항모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공중항모의 개발 가능성을 다시 탐색하고 있어 흥미를 끌고 있다.

무인기 중심의 공중항모 개발을 타진 중인 미국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피스오알지(phys.org)는 미국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작은 무인기의 모선(mothership) 기능을 할 수 있는 공중항모 개발을 타진하기 위해, 전 세계의 항공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최근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련 링크)

DARPA는 성명을 통해 정탐·공격용 무인기가 이·착륙 할 수 있는 대형 수송기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히면서, 자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공중항모의 개념도를 공개했다. 개념도에는 대형 항공기에서 무인기 여러 대가 이·착륙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DARPA는 공모전의 기술적 리스크를 최대한 감소시키고, 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몇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탑재 항공기는 무인전투기를 탑재하되, 기존에 운용 중인 B-1B 폭격기나 C-130 수송기 등 대형 항공기를 기반으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4년 이내에 비행 테스트가 가능해야한다는 요건도 추가했다.

DARPA는 현재 무인기 중심의 공중항모 개발을 타진하고 있다
DARPA는 현재 무인기 중심의 공중항모 개발을 타진하고 있다 ⓒ DARPA

DARPA의 댄 패트 (Dan Patt) 연구소장은 “우리가 구상하고 있는 수송기는 영화에서 등장하는 기상천외한 공중항모가 아닌 무인 항공기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지원해주는 비행체”라고 정의하며 “이를 위해 기존 대형 항공기를 약간 개조하여 공중항모의 역할을 부여하려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중항모에 대한 구상은 극히 초기단계로서, 서류상으로만 가능성을 논의하는 수준이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시험용 항공기를 제작할 계획도 없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군사 전문가로 활동 중인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임스 루이스(James Lewis)는 “공중항모가 현실화될 경우 미군은 기존 항공모함이 갈 수 없는 곳에서도 무인기를 띄울 수 있게 되는 강점을 보유하게 되지만, 현재 기술로 무인기를 공중에서 공중항모 안으로 회수하는 것은 무리”라고 분석하며 “차라리 공중항모보다는 '수중항모'의 실현가능성이 더 높다”고 밝혔다.

비행선 기반의 공중항모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20세기 초 항공기가 처음으로 등장하고 나서부터, 강대국들은 항공기를 지상의 활주로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 날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공중전의 가공할 위력에도 불구하고, 당시 항공기들의 항속거리가 무척 짧았기 때문에 공습지역 가까이에 비행장이 없으면 그야말로 무용지물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 등장한 것이 비행선을 모선으로 하여 소형 비행기를 날리는 방법이었다. 비행선은 장시간 하늘에서 체공할 수는 있었지만, 전투기처럼 다양하게 무장한 채 빠른 속도로 전투를 치룰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에는 비행선에서 항공기를 발진시켜 비행선의 단점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하나의 대안으로 여겨졌다.

이런 추세에 따라 영국은 1920년대에 R33이라는 이름의 대형 비행선을 제작한 뒤, 여기에 소형 항공기를 탑재하여 운용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의 공중항모로 유명세를 탔지만, 사실 공중항모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수준이었다.

‘탑재’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탑재와는 거리가 먼 시스템이었다. 조종사가 비행기에 탑승한 채로 여러 개의 갈고리를 이용하여 비행선에 매달려 있다가 필요할 때 연결 고리를 풀고 출격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공중항모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다. 이륙은 가능하지만, 비행선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따라서 잦은 사고가 발생했고, 시스템의 개선도 이루어지지 못해 실전배치는 되지 못했다.

세계 최초의 공중항모인 R33. 여러대의 항공기들이 비행선에 갈고리에 걸려 매달려 있다
세계 최초의 공중항모인 R33. 여러대의 항공기들이 비행선에 갈고리에 걸려 매달려 있다 ⓒ wikipedia

미국도 1920년대에서 30년대 사이에 해상 감시를 목적으로 하는 비행선을 개발하면서, 여기에 항공기를 탑재하여 공중항모의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이 바로 본격적인 공중항모로 여겨지고 있는 아크론(Akron)과 자매선인 마콘(Macon)이다.

당시 아크론과 마콘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해도 혁신적인 비행체라는 칭송을 받았지만, 불과 2년 만에 두 비행선이 추락하면서 미국은 이후 공중항모의 꿈을 완전히 접었다. 미국 외에도 구소련과 일본 등이 출격은 하되 복귀는 생각하지 않는 개념으로 공중항모를 제작하기는 했지만, 시험적으로 몇 대만 만들어지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이처럼 공중항모에 대한 관심이 식은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항공기의 성능이 크게 향상되면서 항속거리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길어졌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공중 급유가 가능해 지면서 재급유를 위해 꼭 귀환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도 공중항모를 사라지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

한편 국내에서도 모형항공기를 이용하여 실험용 공중항모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지난 해에 발표되어 주목을 끈 바 있다. 당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네 개의 프로펠러가 달려있는 무인 항모 위로 소형의 휴대전화 만한 작은 무인기가 뜨고 내리는 모습을 시연하여 화제를 모았다.

이 실험용 항모를 개발했던 항우연 항공제어전자팀의 유혁 박사는 “아직 실용화에 나선 곳은 없지만 최근 들어 세계 각국에서 활발하게 공중항모 개념의 비행체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소개하며 “대형 수송기 정도 크기의 항모를 만들고, 여기서 소형 무인기가 출격하는 형태라면 이론적으로 충분히 실용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이미 성능이 검증된 유인항공기를 필요에 따라 무인기로 바꾸어 활용할 수 있는 유·무인 혼용항공기인 OPV(Optional Piloted Vehicle)를 개발함으로써, 국내 항공기술력의 수준을 향상시킨 인물이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4-11-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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