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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객원기자
2014-09-24

보일락 말락… 스파이 도구 공개 첨단 스파이과학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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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이 끝난지 40년이 지난 지금 새삼 관심을 끄는 물건들이 공개됐다. 최근에 일본의 인터넷 미디어 씨넷(Cnet)은 냉전 시대에 미국의 CIA가 라이벌인 구소련의 KGB를 상대로 펼쳤던 첩보전에 사용한 스파이도구들을 일반에 공개했다.

60년대에 미국과 소련은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해 은밀하게 노력하는 한편, 상대방이 보유한 핵무기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정보를 수집했다. 그 냉정한 첩보 현장에서 적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스파이장비들은 매우 정교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실제로 공개된 스파이 도구들은 오늘날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구식장비들이었다. 그중 하나인 초소형 로봇 파리의 경우, 몸체에 마이크로 카메라를 장착하거나 소형 도청장비를 단 채,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들키지 않고 아무데나 날아다닐 수 있어서 기발한 아이디어로 꼽힌다. 그래서 SF첩보영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첨단 기술의 발달로 고도로 정교한 도청 장치가 개발되고 있다.  ⓒ 연합뉴스
첨단 기술의 발달로 고도로 정교한 도청 장치가 개발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는 작은 로봇의 날갯짓에서 나오는 소음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소리 내지 않고 은밀하게 다니는 고양이의 몸에 장착한 초소형 도청 기기는 뛰어난 발상이었지만 만약에 그 고양이가 원하는 첩보현장으로 가지 않으면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이렇듯 냉전 시대의 첩보 장비들은 주로 소형카메라나 도청장비를 최대한 작게 만들어 교묘하게 사람이나 동물에 숨겨서 사용하는 것이 주류이었다. 따라서 그 성공 가능성은 매우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1세기에 스파이들은 과거처럼 정체가 탄로날 위험을 감수한 채, 첩보 장비를 교묘하게 숨기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마치 투명망토를 입은 것처럼 눈에 전혀 띄지 않고, 상대방의 비밀문서에 접근해 가방을 열지 않고도 문서를 투시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21세기 최첨단 스파이 과학의 진수다.

적외선으로 물체 투시 가능 

젊은 남녀가 건물로 피신하자 곧 중무장한 악당 무리들이 건물을 에워싸고, 들이닥칠 준비를 한다. 악당들의 목적은 비밀을 알고 있는 그 남녀를 이 세상에서 제거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7층 건물 어디에 숨었는지도 모르고 총까지 갖고 신출귀몰하게 움직이는 두 남녀의 제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아 보였다.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이 작전에 악당들은 전자 장비를 꺼내 들었다. 적외선으로 건물을 훑어 내리자 마치 엑스레이로 비추듯이, 건물 속내가 훤히 들여다 보이기 시작했다.

두 남녀의 위치도 곧바로 드러났다. 반면에 두 남녀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른다. 이는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페어게임’의 한 시퀀스다. 이 영화가 개봉된 당시만 해도 적외선 투시장비는 아직 개발 단계에 있었다. 그리고 20년이 흐른 지금 적외선을 활용한 투시장비는 실용화돼있다.

투시는 모든 물체가 적외선을 방출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적외선 파장을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가시광선으로 바꿔주면 사람이 볼 수 있는 영상이 만들어진다. 적외선 광증배관(PMT)이 그 역할의 핵심 기술이다.

광증배관은 금속에 빛을 쪼이면 전자가 방출되는 광전효과를 이용한다. 따라서 광증배관에는 보통 진공관의 캐소드에 해당되는 극에 빛이 쪼이도록 창이 만들어져 있고 이를 광음극판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방출된 전자는 다이노드라(Dynode)는 증폭장치를 거칠 때, 고전압이 인가되면서 천배까지 증폭된다. 증폭된 전자들은 양극판(Anode)에 도착하는 광전류가 되고, 결국 가시광의 이미지로 나타나게 된다.

이런 과학적 원리를 통해 옷, 연기, 구름, 안개, 야음 등으로 가려진 피사체를 볼 수 있다. 아울러 옷감 소재를 거의 관통할 수 있는 극고주파 전파인 밀리미터파로도 투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오른쪽에 있는 투명물질 개발자의  몸이 보이지 않고 있다.  ⓒ 연합뉴스
오른쪽에 있는 투명물질 개발자의 몸이 보이지 않고 있다. ⓒ 연합뉴스

메타물질로 투명망토 제작 

그리프는 오래전부터 투명인간이 되고 싶었다. 과학에 관심이 많던 그는 인체의 색소를 제거하고, 세포에 유리와 같은 굴절도를 주는 특수 약품을 발명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의 눈에 자신의 몸에서 반사된 빛 즉 가시광선이 닿지 않아 그는 보이지 않게 된다. 바야흐로 투명인간이 된 것이다. 투명인간이 된 그는 온갖 기상천외한 일들을 벌인다.

물론 그리프는 하버드 조지 웰스가 1897년에 쓴 ‘투명인간’이란 SF소설의 주인공일 뿐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소설가들의 상상력은 먼 미래에 나올법한 신기술을 훨씬 앞서서 이야기로 소개하는데 발군의 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21세기인 지금 허구는 현실로 바뀌고 있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해리포터가 입고 사라진 투명망토가 실제로 연구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실의 과학기술이 마법사처럼 사람을 사라지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순간적으로 안보이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기술의 결정체가 바로 메타물질이다.

지난 2006년 존 펜드리 영국 임페리얼대 물리학과 교수와 데이비드 스미스 미국 듀크대 교수는 메타물질을 이용해 너비 5센티미터, 높이 1센티미터의 구리 관을 사라지게 했다. 또 미국의 UC버클리 연구팀은 가시광선의 모든 영역을 포함하진 못해도 480∼700나노미터 영역의 파장에서 작동하는 투명망토를 개발, 물체가 안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국내에서도 투명망토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2년 11월 연세대 기계공학과 김경식 교수와 데이비드 스미스 미국 듀크대 교수 등의 공동 연구팀이 스마트 메타물질을 개발했다. 메타물질의 문제점은 구부러졌을 경우, 투명 기능이 사라진다는 점이었는데 김 교수팀이 만든 물질은 구부려도 은폐 성능을 유지하는 스마트 기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따르면 적어도 오는 2026년 정도면 정말 사람을 눈앞에서 안보이게 하는 투명망토의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3@empal.com
저작권자 2014-09-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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