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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순강 객원기자
2014-06-11

‘벼랑 끝에 선 수학‧과학교육’이 살 길은? 제78회 한림원탁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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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부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두루 갖춘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문‧이과 통합교과과정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과학과 수학의 필수 이수시간이 축소되는 등 과학‧수학교육이 더욱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때문에 지난 6월 10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박성현)은 프레스센터에서 ‘벼랑 끝에 선 과학‧수학교육’이라는 주제로 제78회 한림원탁토론회를 열고, 앞으로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이 나아갈 방향과 관련해 심도 있는 토론을 벌였다.

과학‧수학교육의 정상화 방안 모색

‘벼랑 끝에 선 과학‧수학교육’이라는 주제로 제78회 한림원탁토론회가 열렸다.
‘벼랑 끝에 선 과학‧수학교육’이라는 주제로 제78회 한림원탁토론회가 열렸다.
ⓒ ScienceTimes

먼저 인사말을 전한 박성현 원장은 “문‧이과를 통합하여 과학기술의 창조적 능력을 기반으로 인문학적 상상력과 사회현상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두루 갖춘 미래인재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현 정부는 2017년부터 수능의 방향과 고교교과 과정을 대폭 개정할 계획”이라며 “이것으로 인해 과학‧수학교육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현 교육제도의 걸림돌을 분석하고 과학‧수학교육의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토론회를 열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정진수 단장(한국과학창의재단 융합과학교육단)이 ‘과학‧수학 교육의 현황 및 전망’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정진수 단장은 “7차 교육과정 개정 이후, 우리나라의 교육과정과 수학능력시험에서 과학교육이 현저히 축소되어 문과 학생은 과학을 거의 듣지 않고, 이과 학생은 사회를 거의 듣지 않고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며 그 결과 국민 전체의 과학적 소양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정 단장은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인쟁 양성을 위해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마련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을 환영하지만, 교육부의 교육과정 개정 연구위원회가 내놓은 개정안은 매우 염려스럽다”고 개탄했다.

그 이유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가르치는 과학과 사회 과목이 축소되었을 뿐 아니라 수학의 비중도 크게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즉 이번 개정안은 포장만 ‘문‧이과 통합형’이지 내용은 ‘이과 폐지’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미래에 국민의 과학적 소양은 곧 국가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수학‧과학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추세”라며 정진수 단장은 “우리나라도 초중고에서 과학교육을 강화해야 할 뿐 아니라 이공계 적성을 가진 학생조차 수학‧과학 과목을 기피하게 만드는 입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이과 통합에 대한 찬반양론 분분

다음으로 배영찬 처장(한양대 입학처)은 ‘문‧이과 통합 교과과정과 대학입시’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배 처장은 “2013년 10월 대입제도 개선안이 전형을 간소화하고 수험생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확정됨에 따라 고교 교과 과정이 문‧이과 통합이라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이과 통합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분분한데, 찬성하는 측에서는 융‧복합형 인재 육성이라는 취지에 부합할 뿐 아니라 ‘교과 편식’ 없이 고르게 공부를 할 수 있으며 수능에서 공통학업능력을 평가하고 학생부에서 심화 학습한 과목만 반영하면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통합사회‧융합과학교과서가 준비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이를 교육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사 양성과 연수문제가 선결되어야 한다”며 이런 준비 없이 무작정 시행하게 되면 사교육만 부추길 뿐이라고 우려했다.

수학‧과학 교육의 질적 저하 우려

정진수 단장이 ‘과학‧수학 교육의 현황 및 전망’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정진수 단장이 ‘과학‧수학 교육의 현황 및 전망’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 ScienceTimes

주제발표에 이어 이영백 위원장(수학교육위원회)를 좌장으로 박제윤 국장(교육부 창의인재정책관), 장석영 국장(미래부 미래인재정책국), 김도한 교수(서울대 수리과학부), 심재억 회장(한국과학기자협회), 박선종 교장(분당중앙고등학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여기서 박제윤 국장은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서는 과학과 수학과목의 학업 흥미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라며 “암기 위주의 공부에서 벗어나 교과별 학습을 통해 미래 사회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학생 참여 중심의 교수‧학습 방법과 과정 중심의 평가가 가능한 교육과정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석영 국장은 “현대사회 당면 쟁점의 중심에 과학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학교 교육과정의 개편을 통해 과학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현 정부의 중요 국정과제 중 하나인 창조경제도 과학기술의 발달을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과학 지식 기반을 닦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통합교과 과정에서 필수 과학교육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심재억 회장은 “지금까지의 과학교육은 전근대적인 문과-이과 양분체제로 이뤄져 융합학문이라는 시대적 추세에 부응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인간을 양산해 왔을 뿐”이라고 지적하며 “이제는 과학교육이 초기 교육단계에서 대학교육으로까지 단절 없이 이뤄지도록 연속성을 중시하는 개선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학교현장에 몸담고 있는 박선종 교장은 “문과‧이과의 칸막이를 없애는 교육부의 융합교육과정안을 공통적이고 균형 잡힌 학습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찬성한다”며 “향후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영역의 융합내용은 개별 과목 내용을 단순히 통합하는 수준이 아니라 내용 자체를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화학적 융합’을 지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대부분 융합인재양성을 위해 문‧이과 통합을 추진하는 교육과정개정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이의가 없는 분위기였으나 이로 인해 수학‧과학 교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게 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순강 객원기자
pureriver@hanmail.net
저작권자 2014-06-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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