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지나 시골이나 홍수가 발생하면 십중팔구 물난리를 겪게 된다. 하지만 물난리의 원인에서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데, 시골의 경우는 도심지처럼 배수로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에 도심지는 사람이나 자동차가 다니는 땅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흙바닥으로 이루어진 시골 땅은 웬만한 비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배수가 잘되지만, 도심지의 땅은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뒤덮여 있어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콘크리트는 보통 물에 대한 투과성이 낮기 때문에, 배수가 잘 안돼서 물이 범람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비해 도심지는 배수로를 갖추고 있지만, 문제는 쓰레기다. 빗물에 휩쓸린 쓰레기들이 배수로 구멍을 막아 버리므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가 많다.
최근 영국의 신생 소재업체가 개발한 콘크리트가 엄청난 투과 효과를 보여줘 화제가 되고 있다. 과학기술 매체인 '디스커버리'(Discovery)는 9월 28일자 기사를 통해 기존 콘크리트가 안고 있는 투과성 문제를 해결해 줄 획기적인 콘크리트가 등장했다고 보도하면서, 특히 기존의 다공성 콘크리트와 비교해 보더라도 엄청난 투수 처리 능력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전문 링크)
작은 배수로나 맨홀 정도의 투과력
콘크리트로 덮인 도로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무수히 많은 문제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행인의 안전이나 빙판길 교통사고에 무방비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비가 오면 콘크리트 도로 곳곳에 물이 고이게 되는데, 이 위로 자동차가 지나가면서 행인에게 물벼락을 선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또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게 되면 고인 물이 그대로 얼음이 되어버리면서 빙판길 교통사고의 주범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투과성이 높은 콘크리트라면 이 같이 길을 가다 만날 수도 있는 위험이나 사고의 경우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 물론 예전에도 다공성 콘크리트라고 하여 투과 효율을 높인 콘크리트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영국의 라파즈타맥(lafarge tarmac)’ 사가 개발한 톱믹스(TopMix) 콘크리트는 투과 효과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 회사가 최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영상을 살펴보면, 톰믹스 콘크리트의 엄청난 투수효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다. 이 콘크리트가 깔린 주차장 바닥에 탱크차는 보는 사람이 걱정될 정도로 막대한 양의 물을 쏟아 붓는다.
그러나 잠시 후 마술과도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데,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톱믹스 콘크리트는 1분에 약 4000L의 물을 흡수하면서, 쏟아진 대부분의 물을 투과시키는 능력을 뽐낸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실험실에서 축정해 본 결과 톱믹스의 투과 능력은 제곱미터(㎡) 당 흡수할 수 있는 물의 양이 분당 600리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하면서 “이 정도면 작은 배수로나 맨홀 뚜껑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흡수력”이라고 강조했다.
필터 역할을 겸하므로 쓰레기 처리에도 한 몫
제조사가 밝히는 톱믹스의 또 다른 장점은 콘크리트 자체가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기존 콘크리트는 투과성이 낮아 비가 스며들지 못하면서, 오히려 쓰레기들이 하수구를 막도록 하는데 일조를 했다.
하지만 톱믹스는 각종 오염 물질과 기름 등을 거르기 때문에 빗물만 하수구로 내려가게 만들어 오염을 훨씬 덜하게 만든다. 특히 플라스틱 조각 같은 쓰레기들이 휩쓸리지 않도록 하여, 2차 오염을 유발시키는 일이 없도록 원천 봉쇄를 해준다.
여기에다 톱믹스는 내부의 빈 공간에 수분을 흡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아스팔트나 콘크리트의 가장 큰 단점인 수분을 흡수하지 못하는 점과 증발이 안 되는 점도 극복할 수 있다.
무더운 여름철이라도 톱믹스는 머금고 있던 수분을 증발시키면서 지면을 식히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도심의 열을 줄이고 습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제조사의 주장이다.
라파즈타맥 사의 관계자는 “우리 회사가 설립된 지는 1년도 안됐지만, 6년 전부터 이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라고 밝히며 “폭우가 쏟아질 때 콘크리트 위를 강물처럼 흐르는 빗물들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까 고심하다 개발됐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톱믹스는 특히 갑작스런 집중 호우로 도로가 침수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도로에 있는 자동차가 침수되면서 종종 인명 사고가 나는 일을 목격하게 되는데, 톱믹스가 깔린 도로는 상당수의 빗물을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 콘크리트의 투과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물이 콘크리트를 통과하면서 이물질과 섞여 침투공간을 막아버리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침투공간이 막히게 되면 투과성이 떨어지게 되는데, 우리는 이런 문제를 특허기술인 ‘반죽조절’ 기술로 해결했다”고 밝혔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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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10-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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