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주목 받는 시대다. 구글 글라스와 워치를 비롯해 최근에는 보다 다양한 기능을 가진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개발되면서 기술과 아이디어의 끝은 어디인지를 궁금하게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실생활에 유용하고 높은 기술력을 가진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란 그야말로 '착용하는 전자기기'를 의미한다. 옷이나 피부에 부착해 사용자 신체의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사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전자기기인 셈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가장 큰 장점은 주변 환경에 대한 상세 정보나 사용자의 신체 변화를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 안경은 눈에 보이는 주변의 모든 정보를 기록해주며 스마트 속옷은 체온과 심장박동 같은 생체신호를 꾸준히 수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반창고 인가요?' 진화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다양한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개발되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반창고처럼 몸에 부착하는 것만으로 심혈관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디바이스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방창현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팀이 미국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진행, 목이나 손목에 부착해 응급한 심혈관 상태를 감지할 수 있는 반창고 형태의 소자를 개발했다.
해당 소자는 곤충의 더듬이나 소장의 융털 같은 미세 섬모구조를 모사한 것으로 고성능 음파측정 장비로만 잡아낼 수 있었던 미세맥파를 측정할 수 있다. 기존에 주로 사용되던 고가의 삽입형 진단장비와 달리 손목이나 목 부위에 반창고처럼 붙이기만 해도 질환을 측정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한 방법으로 인식된다.
방창현 교수팀이 개발한 해당 센서는 피부에 부착된 상태에서 노동맥과 경정맥을 모니터링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더 나아가 기존 혈압 측정기로 측정할 수 없는 미세한 목 부분의 경정맥파 까지 측정할 수 있어 새로운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저희팀의 연구는 미세한 생체신호를 증폭하기 위해 미세한 힘을 감지하는 곤충의 더듬이나 음식물을 흡수하는 소장의 융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미세 섬모구조를 센서용 소자에 도입한 것이죠. 이러한 미세 섬모구조는 복잡한 굴곡이 있는 인체의 피부와 긴밀한 접촉을 유도해 다양한 맥파에 대한 생체신호 증폭을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자연을 모사한 섬모 구조는 부드러운 생체 친화적 재료(PDMS, Polydimethyl siloxane)로 제작됐기 때문에 착용감을 높이고 생체 신호를 증폭하는데 있어서도 효과적인 최적의 구조 및 특징을 갖고 있어요."
반창고 같은 섬모구조의 소자는 무선송수신기와 연결돼 있다. 생체정보를 보다 편리하고 빠르게 개인용 노트북 및 스마트 시스템으로 전송받기 위해서다. 심혈관 질환의 경우 빠른 응급저치가 중요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수신하는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장치와 속도 여부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심혈관 임상정보와 관련된 인체의 미세한 신호를 감지하는 기술은 다양한 방법으로 개발 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심장질환의 경우 응급 대응이 가장 중요합니다. 때문에 간편하면서도 실시간 정보 전달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가격도 중요하겠죠. 그래야 보다 널리 사용될 수 있을 테니까요.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잠재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사람의 경우, 고가의 장비를 사용하기 전에 손목이나 목 부위에 반창고처럼 붙이는 방식으로 사전 모니터링이 가능할 수 있도록 고안했습니다."
몇 가지 기술적인 문제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결국 해당 기술은 비용 절감을 가능케 할 것이라는 게 방창현 교수의 이야기다. 그는 "무선통신 소형화 기술을 접목하고 의료진과의 체계적인 데이터 베이스화가 이루어진다면 대중들이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섬모 없는 경우 생체신호 12배 증폭
그렇다면 고성능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정말 몸에 부착하는 것만으로 심혈관 질환을 진단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방창현 교수는 "실험 결과 센서와 피부 계면에 섬모구조를 도입하게 되면 섬모가 없는 경우보다 생체신호를 12배 정도 증폭되는 결과를 얻었다"며 "나아가 자연을 모사한 섬모 구조의 소자는 복합한 굴곡을 가진 피부표면에 접촉면적을 넓히고 인체의 생체신호를 증폭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측정이 어려운 경동맥파(JVP)의 압력과 독특한 파형을 최초로 측정하는데 성공했다"고 전달했다.
"기존의 단순 센서의 감도를 높이는 연구보다 생체신호를 측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피부와 소자간의 효율적인 결합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트랜지스터 기반의 고감도 센서를 제작할 필요 없이 간단한 구조의 커패시턴스 변화를 관찰하는 것만으로 소자 구현이 가능하고, 무선 장치 및 인터페이스 소프트웨어와 결합함으로써 간단한 모바일 개념의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었어요. 이동 가능한 심혈관 질환 진단의 개념을 제시한 거죠."
물론 연구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결돼야 할 몇 가지 기술적 문제들이 남아있다. 무선통신 소형화 기술을 접목시키고, 의료진과의 체계적인 데이터 베이스화 구축이 그것이다. 방 교수는 "이것이 이뤄진다면 대중들은 더욱 효과적으로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자연모사 기반의 미세 섬모구조를 반창고 같이 간단한 구조의 센서에 도입해 피부의 생체 신호를 증폭하고, 이로써 지금까지 웨어러블 센서가 측정하지 못한 목 부분의 경정맥파을 측정해 다양한 심혈관 질환의 임상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앞으로 해당 연구를 통해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계면과 복잡한 굴곡을 갖는 사람 피부와의 접촉을 향상시키고 생체 신호 검출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를 제시할 것입니다. 또한 자연을 모사한 설계로부터 마이크로 구조물의 기능과 인체 피부에 대한 학문적 이해를 넓히고, 구조물을 이용한 피부 접촉성 개선한 센서의 제조에 대한 이론 및 제조 공정을 확립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방창현 교수는 이번 연구가 공학접 접근을 토대로 하는 만큼 의학적 응용을 통한 심혈관 질환과 다양한 병리학적 진단 기술을 개선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그는 "본 연구는 초감응 및 초저가 유연 소자의 개발로 산업의 제조 및 응용 기술뿐 아니라 조직공학 및 의료 진단 분야의 상시 모니터링이 가능한 모바일 헬스 케어 시스템 발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기술적인 문제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이뤄내 결국 사람들에게 유용한 기술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주로 연구하는 자연을 모사하고 그 지혜를 배우는 자연모사공학을 더욱 깊이 있게 연구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기존의 다양한 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습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12-10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