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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객원기자
2014-08-05

반도체 산업 핵심 '실리콘', 빛을 얻다 [인터뷰] 최헌진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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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의 핵심으로 불리는 실리콘. 실리콘은 마치 트랜지스터처럼 전류를 이용해 반도체 소자를 제작하기 위한 핵심소재지만 빛을 발생시키기 어렵다는 단점으로 인해 광기술 및 광산업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간접천이형(indirect transition) 반도체이기에 빛 추출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기술 및 광산업은 향후 큰 수요가 예상되는 산업분야다. 때문에 실리콘의 발광특성을 얻을 수 있다면, 과학적으로 진일보 하는 것임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기에 이에 대한 과학자들의 연구는 한창 현재진행형이다.

머리카락 두께의 5만분의 1… '세심한' 기술력

최헌진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 한국연구재단
최헌진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 한국연구재단

국내 연구진이 자체적으로 발광(發光) 특성을 갖는 실리콘 나노시트(nanosheet)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최헌진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적색, 녹색, 청색 등 삼원색의 빛을 낼 수 있는 실리콘 나노시트(nanosheet)를 제작한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발광특성이 향상된 시트 형태의 실리콘은 앞으로 백색전구와 광센서, OLED 등에 쓰일 수 있는 광소자로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리콘은 반도체 산업의 가장 중요한 핵심 소재지만 빛을 발생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광 기술에 적용하기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현재 대부분의 광소자는 고가의 화합물 반도체를 이용해 개발되고 있습니다. 만약 실리콘에서 쉽게 빛을 얻을 수 있다면 값싸고 공정이 간단한 실리콘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큰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죠. 이를 위해 저희 연구팀은 실리콘을 머리카락 두께의 약 5만분의 1정도인 1나노미터(nm) 두께로 지극히 얇게 만들었어요. 극히 가는 2차원 구조의 시트로 만둘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 셈이죠."

빛을 보다 쉽게 추출하기 위해 실리콘을 직경 1 나노미터(nm)의 아주 작은 입자(양자점)로 만들기도 하지만 실리콘에서 나오는 빛의 파장범위가 좁고 발광효율이 낮다는 단점이 있어 이를 극복하는 게 중요한 과제였다.

이에 최헌진 교수팀은 눈송이가 성장하는 방법에 주목했다. 추운 날씨에 눈결정이 자라나는 모양을 체계적으로 모사해 발광특성을 높이는 데 사용한 것이다.

"실리콘에서 빛을 얻기 위해 지금까지 연구된 가장 유망한 방법은 '양자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동그란 입자 모양의 나노재료를 만들어 발광시키는 방식이죠. 이때 양자점의 크기는 머리카락의 약 1만분의 1에서 5만분의 1정도 크기입니다. 1~5nm 정도의 굵기에요. 하지만 이 방법을 이용할 경우 빛의 파장범위와 효율이 좋지 않기 때문에 광소자 및 광산업에 적용하기 어려웠어요. 그 때 눈 결정에 관심을 갖게 됐죠. 눈의 경우 온도와 습도 등 주변 환경 조건에 따라 여러 가지 결정 모양을 갖고 있거든요. 뿐만 아니라 1차원, 2차원, 3차원으로 다양하게 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와 연결해 실리콘을 생각해 보면 모든 방향의 특성이 똑같은 등방성 결정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2차원 성장이 일어나기 매우 어려운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합성 조건을 잘 조절하면 눈과 마찬가지로 한 방향으로 성장을 억제하는 동시에 다른 두 방향으로만 결정 성장을 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추측을 토대로 직접 실험을 진행한 결과 연구팀은 높은 온도에서 실리콘을 눈송이와 유사하게 성장시킬 경우 판상 형태의 매우 얇은 나노 구조체를 형성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합성한 실리콘 나노 시트는 기존의 어느 실리콘 나노재료 보다 뛰어난 발광 특성을 보여주는데 특히 두께에 따라 빨강색과 녹색, 파랑색으로 발광하는 색이 달라지게 된다. 연구팀은 일반적인 실리콘의 특성과 다른 직접천이형 특성을 갖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희팀이 개발한 실리콘 나노 시트의 발광 특성은 기존의 어느 실리콘 나노재료 보다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발광 파장 영역대가 두께에 따라 가시광선 영역대인 빨강(약 650nm 파장), 녹색(약 550nm 파장), 파랑색(약 450nm 파장) 영역을 포함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또한 보통의 실리콘에 비해 직접 천이형 반도체 특성을 갖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기존 연구와 다르게 실리콘을 발광층으로 사용해 LED를 만들어서 발광하는 것을 확인했고, 실리콘 나노 시트의 두께를 조절해 사용하게 되면 빨강색의 LED에서 파란색의 LED까지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광소자 분야에서 실리콘이 매우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험실 가스 흐름 제어하다 발견한 '실리콘 눈송이'

실리콘 나노시트 기반의 백색발광 광소자 원리. (위) 실리콘 나노시트를 이용해 만든 백색발광 광소자. (가운데) 실리콘 나노시트의 두께를 조절하면 빛의 삼원색을 얻을 수 있고, 이를 혼합해백색광을 내는 광소자를 만들 수 있다. (아래) 실리콘 나노시트는 처음에는 마치 눈송이처럼 가지 사이가 성긴 육각가지 구조로 자라나지만(아래 왼쪽) 가지 사이가 점차 메워지면서(아래 가운데) 최종적으로 나노시트가 된다(아래 오른쪽). ⓒ 한국연구재단
실리콘 나노시트 기반의 백색발광 광소자 원리. (위) 실리콘 나노시트를 이용해 만든 백색발광 광소자. (가운데) 실리콘 나노시트의 두께를 조절하면 빛의 삼원색을 얻을 수 있고, 이를 혼합해백색광을 내는 광소자를 만들 수 있다. (아래) 실리콘 나노시트는 처음에는 마치 눈송이처럼 가지 사이가 성긴 육각가지 구조로 자라나지만(아래 왼쪽) 가지 사이가 점차 메워지면서(아래 가운데) 최종적으로 나노시트가 된다(아래 오른쪽). ⓒ 한국연구재단

주목받는 성과를 가져온 연구. 최헌진 교수팀이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은 의도치 않은 사건이 발단이 됐다.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다가 가스흐름을 미세하게 제어하는 장치가 고장 난 것을 모르고 나노 결정을 합성하다가 실리콘이 눈송이처럼 자라난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자라나는 실리콘 덩이를 발견하면서 이거다, 싶었어요. 바로 연구를 시작했죠. 했더니 예상대로 결과가 나오더군요. 아이디어를 갖고 연구를 시작한 후, 실험까지 진행하는 데 약 5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실리콘 나노시트를 성장시키고 광학적 특성을 보는 실험까지의 기간이죠. 그 사이에 어려움도 많았어요. 특히 머리카락의 5만분의 1 두께를 갖는 실리콘 나노시트 두께를 1 나노미터(nm) 단위로 차이가 나게끔 성장시켜서 두께 차이에 의한 발광 특성의 차이를 분석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개발한 실리콘 나노 시트는 두께에 따라 삼원색인 빨강, 녹색, 파랑색에 해당하는 파장으로 발광하기 때문에 광산업 분야에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삼원색 각각에 해당하는 발광 소자를 만들 수 있으며, 삼원색을 동시에 발광시킬 경우 백색광을 얻을 수 있으므로 조명, 광센서, 태양전지 개발 등에 응용될 수 있다.

"다른 나노재료에 비해 두께는 아주 얇은 반면 폭이 매우 넓습니다. 때문에 광소자를 쉽게 만들 수 있어서 실리콘을 기반으로 하는 광소자의 산업화 가능성을 보다 높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발견은 나노 크기의 반도체에서 일어나는 특이한 현상들이 크기뿐만 아니라 형태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나노 재료와 관련한 새로운 연구 분야를 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고 할 수 있죠."

뿐만 아니라 실리콘 나노시트의 성장 방법은 다른 재료들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때문에 이번 연구는 같은 방법으로 다른 재료들을 나노시트로 만들어 새로운 특성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본 연구는 광 특성이 매우 좋지 않은 실리콘 재료를 나노 영역의 크기로 합성해 보다 넓은 가시광 영역에서 효율적인 발광특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실리콘을 기반으로 하는 각종 광 기술 및 소자 개발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현재 광소자에 사용되는 값비싼 화합물 반도체를 실리콘으로 대체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우연히 발견되는 재미있는 현상을 호기심을 갖고 깊게 연구해 기존의 재료를 새로운 특성을 갖는 새로운 재료로 재탄생 시켰다는 것에 공학자로써 많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는 최헌진 교수. 그는 "실리콘 나노시트의 표면에 수소나 탄소 등 다른 물질들을 결합시키면 또 다른 새로운 특성이 나타날 것" 이라며 앞으로의 다른 연구를 기대하고 있었다. 현재 최헌진 교수팀은 실리콘 나노시트의 발광 효율을 증대시키는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비교적 간단한 실리콘 광소자는 3년 내외, 보다 복잡한 실리콘 광소자는 5년 내외로 상용화 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4-08-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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