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하반기가 되면 모든 항공 화물을 GPS 태그로 분류하는 손가방이 실용화되고, 그 스마트 손가방의 가격은 600달러 정도가 될 것'이라는 기사가 '뉴욕타임스' 3월 9일자에 실렸다.
MIT의 과학자들은 '펄서를 이용한 우주비행체의 유도 장치'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우주 여행을 위한 GPS는 펄서(주기적으로 전파를 내는 중성자별 같은 천체)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출처: astro-ph-HE 21 May 2013]
기록상 남아 있는 장치 가운데 GPS처럼 방향을 알려주는 장치는 1000년 전에 이미 '바이킹'들이 사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태양돌'(Sunstone)이라고 하는 특별한 결정체를 이용했다.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바이킹은 태양을 기준으로 그 방향을 잡아 항해를 했는데 구름이 있으면 태양의 위치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방향을 정하는데 '태양돌'을 이용했다고 한다.
바이킹의 '태양돌'은 원시 GPS
태양광은 구름을 뚫고 나오면 편광현상이 일어나고 '태양돌'을 돌려서 편광 방향에 맞추면 빛의 강도가 가장 강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바이킹'은 태양의 방향을 알고 항해했으니, 원시 GPS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쓰고 있는 GPS는 위성에서 자동차까지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해, 움직인 만큼 그 3개의 선을 이용해 거리를 측정한다. 빛의 속도는 일정하므로 빛이 걸리는 시간으로 거리를 잰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에 의하면 중력이 약하면 시간이 빨리 가고 위성의 속도가 빠르면 시간이 늦게 간다. 위성이 있는 곳에서는 중력이 약하기 때문에, 지구상의 시계보다는 약 45나노초 빨리 가고, 위성의 속도 때문에 약 7나노초 늦게 간다. 이 두 가지를 보정하면 위성의 시계는 지구보다 약 38나노초 빨리 가고 있다.
이런 보정을 하지 않으면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차의 위치가 여의도 정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서 GPS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설명하려고 하는데 어려우면 이 부분은 무시해도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마이켈슨'과 '모리'라는 두 물리학자가 빛의 속도를 측정했더니, 빛의 속도는 빛을 내는 물체가 움직이든 또는 관측자가 움직이든 항상 1초에 지구를 세 바퀴 반 도는 32만㎞/초 임을 검증했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빛의 속도가 운동에는 관계없이 일정한 우주라는 것이다. 이를 받아들이면 움직이는 물체 위의 시계는 늦게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지해있는 사람이 전차에서 빛을 보면 전차가 간 거리만큼 더 길어야 한다. 그런데 빛의 속도는 운동과 관계없이 일정하여야 하므로 전차 밖에서 관측한 시간은 더 간 거리만큼 더 걸리게 된다. 즉, 시간이 늦게 간다. 시간은 역시 중력의 영향도 받는다.
아래 그림의 정지된 로켓에서는 빛이 엘리베이터의 반대쪽 벽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엘리베이터의 폭을 일정한 빛의 속도 C 로 나누면 된다.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가속되면 그 길이는 포물선의 길이를 같은 속도 C로 나누기 때문에 더 길어진다. 즉 중력가속도 때문에 시간은 늦게 간다는 결론이다. 정리해보면, 속도가 빠르면 시간은 느리게 가고 중력이 강하면 역시 시간은 느리게 간다는 결론이다.
이런 원리를 우주창조에 이용해보면 기독교에서 하나님이 7일에 걸쳐 우주를 창조하셨다는 말과 과학에서 약 140억년(현재의 관측으로는 138억년)이 걸렸다는 말은 모순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성경에서 말하는 첫째 날에는 우주 자체를 아주 작은 공간에 창조하였기에 지구의 현재 쓰는 시간으로 계산해보면 약 75억년이 된다.
21세기에는 태양 대신 펄서 이용
빅뱅(Big Bang)으로 우주가 생길 때 현재 우주의 모든 질량이 원자핵 보다 작은 공간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그 중력은 거의 무한대였다.(중력은 질량에 비례하고, 반지름의 제곱에 역비례함을 상기하기 바란다.)
과거 몇 년 동안에 GPS의 정확도는 많이 개선되어 이제는 1cm를 구별하는 단계에 와 있다고 한다. 이 정도의 정확도면 앞에서 자동차 사고가 난 것을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에 다중 충돌을 피해가는 기술도 곧 개발되리라 믿어진다.
'인터스텔라' 영화처럼 우주여행을 할 때를 대비해 지구 궤도 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에 의지하지 않고 정확힌 진동수의 전파를 발하는 펄서를 이용하는 GPS가 개발되고 있다. 그 옛날 바이킹은 '태양'을 이용했지만, 21세기에는 태양 대신 펄서를 이용한다. 말 그대로 역사는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 김제완 서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 저작권자 2015-07-21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