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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객원기자
2014-10-10

물 위를 스치듯 날아가는 '위그선' 운송 효율 제고 기대…기술적 난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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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도시 부산에 위그선(WIG Craft)이 등장했다. 지난 2일 부산 벡스코 전시장에서 열린 2014 부산국제보트산업전에서다. 아직은 도심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끄는데 불과하지만 위그선의 도입 사업은 국내외적으로 매우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위그선은 선박과 항공기의 중간형태로 항공기가 수면 위를 낮게 날면서 지면과 날개 사이에 공기를 가두는 지면효과(Ground Effect)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운송 효율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됐다.  

2014 부산국제보트산업전에 전시된 국산 위그선.  ⓒ 연합뉴스
2014 부산국제보트산업전에 전시된 국산 위그선. ⓒ 연합뉴스

이 지면효과는 비행체의 양력을 증가시켜 기존의 비행기에 비해 큰 양항 비를 가져서 비행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낮은 고도에서 이륙할 수 있어 훨씬 적은 연료비와 빠른 속도 등은 운송업자는 물론 고객들에게도 큰 메리트를 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1960년대 구소련은 일찌감치 군사목적으로 위그선을 개발했고, 각국에서도 위그선 개발에 열을 올렸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경우도 위그선에 대한 관심은 높다. 지난 1993년 한/러 과학기술교류사업의 하나로 위그선에 대한 기술 자료를 축적했고, 2002년 4인승급 레저용 위그선의 시운전에 성공한 바도 있다.

멀미 방지에 탁월한 성능  

최근 대학생 김지영(여.21 가명)씨는 친구들과 징검다리 연휴 기간에 독도 탐험에 나섰다. 전날 밤부터 잠을 설친 그녀는 강릉 묵호항에서 페리를 타고, 울릉도 도동항으로 향했다. 독도에 가려면 울릉도에서 독도행 배를 갈아타야 한다.  

10년 전 한강유람선을 타본 적이 있는 김 씨는 다음날 즐거운 마음으로 배를 탔다. 얼마 후 배안에 들어와 잠이 든 그녀는 배가 심하게 오르내리는 롤링(Rolling) 현상에 의해 잠이 깼다. 창문에는 빗방울이 부딪혀 흘러내렸다. 하늘은 이미 검은 색으로 바뀌어 있었고, 파도도 사나워졌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서서히 불쾌감이 들면서 어지러움이 엄습하더니 속이 메스꺼워지고 구토가 올라와서 화장실로 달려갔다.  

선박 직원에게 멀미약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제 먹어봐야 전혀 소용없다”는 대답뿐이었다. 독도 여행 내내 그녀는 구토로 가득한 화장실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위그선은 이런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준다. 해면효과를 이용하는 위그선은 파도를 탈 필요가 없다. 따라서 선체 동요가 적고 안정감이 뛰어나 멀미 방지에 탁월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제작단가는 항공기의 1/2 수준, 연료소모율은 동급 항공기의 68%, 선박의 21% 수준이다”고 말한다.  

운항을 위한 시설 등 간접투자비가 적게 들고, 400∼500km/h의 초고속 항해가 가능해 시간 단축이 용이하다. 일반 선박에 비해 운항이 자유롭고, 파랑이나 장애물 회피능력 우수하다.  

위그선은 군사적으로도 유용해 광대한 해안선을 가진 구소련에서는 일찍이 위그선 개발에 눈을 돌렸다. 이에 탄생한 것이 이른바 ‘카스피 해의 괴물(KM)'이었다. 이 KM은 위그선의 시초가 됐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위그선은 강자 없는 틈새시장 

위그선의 지면효과는 램(RAM) 현상에 의해서 발생한다. 즉, 항공기가 지면 또는 해면 위를 낮게 비행하면 날개 끝에서 발생해 기체를 지면으로 끌어내리는 와류가 감소된다. 전진 시에는 날개와 지면 사이에서 유속이 정체돼 압력이 증가하므로 날개의 양력이 증가하게 된다.  

위그선은 높은 파도에서도 안정적 비행을 하는 것이 관건이다.   ⓒ 연합뉴스
위그선은 높은 파도에서도 안정적 비행을 하는 것이 관건이다.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위그선은 상당한 연비절감 효과를 발생시키고, 해상 어느 곳에서도 활주 착륙이 가능하며, 추락의 염려가 없다”고 말한다. 이는 매우 큰 메리트가 된다. 여기에다 연안 여객 수송에 투입하면 5m 이하의 저고도 운항을 통해 파도의 영향 없이 날기 때문에 승객들의 뱃멀미 방지와 안전 운항이 담보된다.  

그러나 실제로 위그선의 안전 운항 고도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항 고도 확보를 위해 무조건 낮게 날도록 설계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존의 항공기에 비해 양항비가 2~3배까지 증가하지 못하는 기술적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위그선은 물위에서 이·착륙을 해야 하므로 위그선이 이수시 물의 큰 저항을 이겨내야 한다. 더군다나 위그선은 높은 파도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 시 매우 중요한 안정성이 파도가 높을 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소련이 개발한 위그선 KM의 경우, 파도가 조금 높아져도 안정적인 비행을 하지 못해 결국, 수면이 잔잔한 카스피 해에서만 실험됐고, 실제로 양산되지 못했다.  

독일의 경우, 위그선의 이런 기술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호버윙(Hoverwing)에 주목하고 있다. 호버윙은 아래쪽으로 강한 바람을 인위적으로 불러일으켜 양력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저속으로 상당히 높은 위치에서 자연스럽게 비행할 수 있는 원리다.  

이는 호버크라프트의 에어쿠션(공기를 가두어 압력을 유지함)을 이용한 부양원리를 이용해 이륙시의 파도 저항을 이겨내고, 아울러 상승한 후에는 위그선 특유의 지면효과를 이용해 빠르게 수면 위를 비행하는 것이다. 물론 호버윙도 기술적 난제가 숨어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 위그선 시장은 특별한 선진국이 없는 틈새시장이 되고 있다. 기존의 기술적 문제점을 해결하는 나라가 위그선 시장의 선도자로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3@empal.com
저작권자 2014-10-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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