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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황정은 객원기자
2015-06-15

무한 사용 가능한 연료전지 촉매 [인터뷰] 백종범 UNIST 에너지화학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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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발전장치, 수소 자동차 등 그린 산업 성장의 핵심으로 언급되는 고성능 연료전지. 국내 연구진이 무한으로 재사용이 가능한 그래핀 연료전지 촉매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백종범 UNIST 에너지화학공학부 교수팀이 10만 번을 사용해도 '슈퍼 안정성'을 갖는 연료전지 전극소재를 개발한 것이다. 해당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자연과학 권위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지 5월 22일자에 게재되기도 했다.

백종범 UNIST 에너지․화학공학부 교수 ⓒ UNIST
백종범 UNIST 에너지화학공학부 교수 ⓒ UNIST

그래핀에 준금속을 입히다

환경문제와 지구 온난화 문제 등이 큰 이슈가 되면서 기존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연료전지가 주목받고 있다. 연료전지는 촉매가 있어야만 연료와 산소 간 화학반응으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 사용된 '백금 촉매'는 가격이 비싸고 안정성이 떨어져 상용화에 큰 걸림돌이 됐다.

이에 따라 백금 촉매의 대안으로 그래핀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그래핀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동종의 탄소로만 이뤄져 있기에 분극현상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이종원소(질소, 인, 황 등)를 도입해 분극현상을 유도해야 했던 것이다. 헌데 문제는 이종원소를 사용함으로써 오히려 그래핀의 결정이 손상 된다는 점이었다.

"저희 연구팀은 '볼밀링'으로 불리는 기계화학적 공정을 통해 준금속 중 하나인 안티몬을 최초로 그래핀에 입혔습니다. 안티몬을 그래핀 가장자리에만 선택적으로 입혔어요. 이렇게 하면 그래핀 결정은 손상되지 않고 가장자리에 존재하는 안티몬으로 인해 안정적이면서 우수한 전기적 특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산소 환원용 촉매 특성을 발현시킬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죠. 즉, 안티몬이 입혀진 그래핀은 연료 전지용 백금 촉매의 걸림돌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연구를 성공으로 이끈 핵심 기술은 결국 볼밀링 공법이다. 백종범 교수는 "볼밀링 공정은 일반적으로 딱딱한 물질을 분쇄하는데 쓰이는 방법"이라며 "쇠구슬을 이용해 흑연을 고속분쇄함으로써 그래핀에 다른 원소가 도핑된 탄소기반 촉매를 대량생산하는 공정"이라고 이야기 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이 방법을 그래핀을 제조하기 위해 사용했습니다. 간단히 설명을 드리면 흑연이 금속볼에 의해 분쇄될 때 '탄소-탄소' 결합이 끊어지게 되고, 이 끊어진 부분에서 활성 탄소라는 것이 생기게 됩니다. 활성 탄소가 엄청나게 큰 에너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주변에 존재하는 물질과 자연스럽게 반응할 수 있어요. 그 결과 이종원소가 도입되면서 그래핀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반응 물질을 바꾸면 도입되는 이종원소의 종류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기계화학적 공정에 의한 안티몬이 도입된 그래핀 제조 모식도. 금속볼의 운동에너지에 의해 분쇄된 흑연의 탄소-탄소 결합이 끊어지면서 활성 탄소가 생성되고 이렇게 생성된 활성탄소의 높은 반응성이 탄소-안티몬 결합을 형성함으로써, 준금속인 안티몬이 그래핀의 가장자리에 선택적으로 도입된다.   ⓒ UNIST
기계화학적 공정에 의한 안티몬이 도입된 그래핀 제조 모식도. 금속볼의 운동에너지에 의해 분쇄된 흑연의 탄소-탄소 결합이 끊어지면서 활성 탄소가 생성되고 이렇게 생성된 활성탄소의 높은 반응성이 탄소-안티몬 결합을 형성함으로써, 준금속인 안티몬이 그래핀의 가장자리에 선택적으로 도입된다. ⓒ UNIST

볼밀링 공정 확신 없었다… 끈기로 성공한 연구

검증되지 않은 연구를 진행하는 만큼, 과정 가운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준금속을 입히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처음 볼밀링 공정으로 드라이아이스를 사용해 그래핀을 제조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는 백종범 교수는 "그 때는 이 실험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 점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며 연구 당시를 회고했다.

"하지만 최초로 그래핀 제조가 성공한 후에는 볼밀링 공정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후 수많은 실험을 거치며 다양한 이종원소가 도입된 그래핀 제조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번의 실험을 통해 안티몬이 도입된 그래핀을 제조하는 데 결국 성공할 수 있던 거죠."

20세기는 실리콘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탄소의 시대로 불리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기존의 실리콘 특성을 뛰어넘는 우수한 특성을 탄소가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그래핀을 포함한 다양한 차원의 탄소 구조체 개발에 많은 연구진들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래핀이 모든 특성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만능 소재는 아닙니다. 때문에 그래핀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특성을 다른 탄소 구조체로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현재는 그래핀과 다른 탄소 구조체 이렇게 두 트랙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새로운 그래핀 제조기술을 확보해보자, 고 스스로 마음을 먹은 뒤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지난 2012년에는 볼밀링 공정을 이용해서 흑연과 드라이아이스로 그래핀을 제조한 논문을 선보이기도 했죠. 앞으로 더욱 좋은 연구를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하고 싶습니다. 양질의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어요."

해당 연구결과는 현재 기업에 기술이전을 완료한 상태로, 제품화가 진행 중에 있다. 기술 이전에 대해 이야기 하던 백종범 교수는 "마치 세상살이처럼, 쉬운 연구란 존재하지 않는다"며 "단지 실패를 반복해도 또 시도하고 시도할 뿐"이라고 자신의 연구철학을 이야기 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5-06-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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