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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
황정은 객원기자
2014-04-24

무선전력전송 세계 최장거리 신기록 [인터뷰] 임춘택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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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으로 남아 있다. 해당 사고의 원인은 대부분 쓰나미로 알고 있지만, 더 정확하게는 ‘정전’ 이라 해야 한다. 쓰나미로 인해 계측기에 공급되는 전원이 상실되면서 큰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원이 꺼지면서 내부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었고 이로 인해 피해가 더 커졌다.

원자력발전소 격납고 내부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무선으로 전력을 전송하는 기술이 있었다면 문제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내부 상황을 실시간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면 큰 피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 추정한다.

이후 많은 연구자들이 무선전력전송 기술을 도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고 발생 시 대책마련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 5m, 209W 무선전력 전송

임춘택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 ⓒ 임춘택
임춘택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 ⓒ 임춘택

임춘택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팀이 세계 최장거리 신기록을 세운 무선전력전송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다이폴 코일 공진방식(DCRS, Dipole Coil Resonance System)을 사용해 5m 떨어진 곳에 209W(와트)를 무선으로 전송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5m 거리에서 스마트폰 마흔 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고 선풍기 다섯 대를 켤 수도 있으며 초대형 LED TV까지도 작동시킬 수 있는 성능이다.

최근에는 7m 떨어진 곳에 10W의 전력을 보내는 실험도 성공했다. 이로써 앞으로 충전 걱정 없이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전자기기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임춘택 교수팀이 사용한 ‘다이폴 코일 공진방식’은 노이즈 필터라고도 불리는 페라이트 코어를 사용한 쌍극자(Dipole) 구조의 방식을 말한다. 송신과 수신 두 개의 코일로 이뤄져 있으며 송수신단에 공진회로를 써서 큰 전력을 전송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공진도가 100 이하로서 1% 공진주파수 변동 시에도 전력이 전달되는 특성이 있다.

“저희 연구팀은 코어의 사용량을 절반 정도로 줄여주는 최적의 계단형 코어를 채택했습니다. 인체나 금속파편이 주변에 산재해도 무선전력 전송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어 재난재해에 아주 강한 특성을 갖고 있는 방식을 선택한 거죠.”

장거리 무선전력 전송기술은 지난 2007년 미국 MIT에서 자기결합 공진방식(CMRS, Coupled Magnetic Resonance System)이 거의 독보적이었다. 2.1m 거리에서 60W 전력 전송에 성공하면서 획기적인 기술로 일컬어지곤 했다. 당시만 해도 MIT의 이러한 기술은 세계적으로 커다란 관심을 받았다.

“무선전력전송을 보내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인 듯 하지만 결국 거리인 셈이에요. 저희 연구팀이 먼 곳으로 무선전력을 보내는 데에는 고주파 자장을 이용합니다. 자장은 필연적으로 거리가 멀어지면 급격히 감소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멀리까지 자장이 약해지지 않고 도달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가 관건인 셈이죠.”

임춘택 교수팀은 앞서 언급한 막대 형태의 다이폴 코일을 사용했다. 기존의 MIT 연구가 원형 형태의 루프 코일을 사용했기 때문에 먼 거리에서 자장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다른 접근방식을 시도한 것이다. 임춘택 교수는 “이로써 먼 거리에서도 MIT 방식보다 약 10배에서 100배 정도 자장을 강하게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춘택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기존의 기술보다 실용적 측면을 개선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임 교수는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가 100여 년 전에 무선으로 전력전송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이긴 했지만 그것을 보다 과학적으로 밝힌 곳은 MIT 였다. 7년 전 MIT가 2m 이상 거리에서 무선전력 전송이 가능하다는 것을 자기공진방식(CMRS)을 통해 밝힌 것이다. 이 때 무선전력은 세계적으로 다시 주목을 받았다”며 운을 뗐다.

기존 연구 한계 극복… 실용화 근접

KAIST 유레카관 실험실에 설치된 200W급 DCRS. 5m 거리에서 LED TV를 켤 수 있다. ⓒ 카이스트
KAIST 유레카관 실험실에 설치된 200W급 DCRS. 5m 거리에서 LED TV를 켤 수 있다. ⓒ 카이스트

당시 MIT에서 전에 없던 기술을 내놓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점은 존재했다. 우선 코일구조가 복잡했다. 입력코일, 송신코일, 수신코일, 부하코일 등 총 네 개의 코일이 필요했던 것이다. 또한 송수신코일의 부피 역시 컸을 뿐 아니라 10MHz 이상의 높은 동작주파수로 인해 낮은 효율을 감수해야 했다. 온도변화 등 주변 환경 변화에도 지나치게 민감했다. 이러한 문제로 개발된 지 6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상용화되지 못했다.

“상용화에 큰 걸림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부피가 크고 주변 변화에 대단히 민감하잖아요. 그렇게 환경변화에 민감한 코일을 네 개나 사용했죠. 때문에 전송거리도 3m 이상 늘리기 쉽지 않았어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희 연구팀에서 개발한 것이 다이폴 공진방식(DCRS)입니다. 코일 수를 2개로 줄이고 주변 환경에 대한 민감도를 20배나 줄였죠. 그러면서도 전송거리는 5m 이상, 전력은 200W 이상으로 대폭 늘려 실용화에 보다 근접할 수 있도록 했다고 볼 수 있어요.”

개발한 공진방식은 코일 수를 송신코일과 수신코일 두 개만 필요하도록 설계됐다. 더불어 최적화된 다이폴 구조의 고주파 자성체(페라이트 코어)를 사용해 부피를 대폭적으로 줄였다. 가로 3m, 세로 10cm, 높이 20cm의 부피만을 남겨놓은 것이다.

“주파수 변동이 적어 주변 환경변화에는 기존기술보다 20배 이상 강인합니다. 100kHz 대의 낮은 주파수에서 작동해 효율도 크게 상승했어요. 그만큼 실용화에 성큼 다가섰다고 평가 받고 있죠.”

연구팀은 해당 기술을 이용해 ㈜한수원과 공동으로 원전 중대사고시 격납건물 필수계측기용 소형 비상전원을 개발 중에 있다. 지난 3월에는 이 기술을 적용해 7m 거리에 10W의 전력을 전송하는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임춘택 교수의 이번 연구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을 사용하며 배터리 방전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현실에 갈증을 느끼면서 시작됐다. 임 교수는 “어떻게 하면 충전 걱정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 휴대기기를 쓸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고민은 무선전력 연구자와 발명가들의 공통된 꿈입니다. 이것은 현재 시중에 보급되고 있지만 널리 쓰이지는 않고 있는 스마트폰 무선충전장치와도 또 다른 것이에요. 즉, 무선충전조차도 불필요해 휴대기기를 사용하면서도 충전하는 것을 아예 잊어버리도록 만드는 거죠. 5년 전 KAIST 온라인전기자동차(OLEV) 무선전력장치 개발을 맡은 적이 있어요.  이때부터 움직이는 모든 것들, 예컨대 전기차, 휴대폰, 로봇 등은 배터리 충방전 걱정 없이 항상 온라인으로 전력망과 연결돼 있어 언제 어디서든지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됐습니다. 이게 바로 진정한 의미의 유비쿼터스 세상이라고 생각한 거죠.”

임춘택 교수의 이러한 꿈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개발한 기술 역시 아직 완성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송수신단 코어에서 열이 많이 발생해 전달효율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았다. 코어 사용량을 줄여서 단가를 두 배 정도 낮추려고 하지만 이 역시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며 기술개발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충분한 기술적 의의를 갖는다. 세계 최초로 5m의 벽을 넘었을 뿐 아니라 향후 10m 나 30m 먼 거리에까지 무선전력을 전송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와이파이(WiFi) 처럼 WiPo 지역에 가면 무제한으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 카페나 회의장, 사무실이 조성될 것입니다. 이러한 구체적 공간 뿐 아니라 명동거리 혹은 종로거리에서도 이러한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겠죠.”

해당 기술을 이용할 경우 앞으로 새로운 시장이 개척될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 로봇, 그리고 새로운 도시교통수단 등에 적용되면 그동안 2m 이내에 갇혀있던 무선전력 전송영역이 대폭 늘어나서 연간 100조원 이상의 시장을 개척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휴대폰이나 태블릿 PC,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에 쓰이는 특수용도의 로봇이나 계측 장비에 이 기술을 적용하는 연구를 계속하려고 합니다. 단순히 학문적으로 세계 최고 기록을 달성하는데 그치지 않고 산업적으로 기술이 사용되고 경제를 발전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4-04-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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