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으로 전력을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임춘택 교수가 5ｍ 떨어진 곳에서 209W(와트)를 무선으로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209W는 스마트폰 40대를 동시에 충전하거나 선풍기 5대를 켤 수 있으며, 초대형 LED TV도 켤 수 있는 전력량이다.

접촉하는 수준의 가까운 거리에서 면도기나 스마트폰 등 소형 전자기기를 무선으로 충전하는 기술은 상용화돼 있지만, 5ｍ 이상 거리에서 전력 전송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7년에는 미국 MIT가 2.1ｍ 거리에서 60W의 전력을 전송하는 데 성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전송에 이용된 '자기결합 공진방식'(CMRS)의 코일 구조가 입력코일·송신코일·수신코일·부하코일 등으로 복잡하고 코일의 부피가 크다는 한계 때문에 상용화되지 못했다. 연구팀은 7년 만에 전송 거리를 2배 이상, 전송 전력은 3배 이상 늘리는 데 성공했다.

또 송신코일과 수신코일 2개로만 이뤄진 '다이폴 코일 공진방식'(DCRS)을 개발해 코일 수를 줄이고 최적화된 고주파 자성체를 사용해 부피를 크게 줄였다.

특히 주파수 변동이 적어 주위 환경 변화에 영향을 덜 받고, 낮은 주파수에서도 동작할 수 있어 상용화에 유리하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이 기술을 원전에 도입하면 원전 사고에 따른 전원 공급 차단 등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연구팀이 ㈜한수원과 공동으로 개발 중인 원전 중대사고에 대비한 격납건물(원전 외벽)의 계측기용 소형 비상전원에 이번 기술을 적용해 지난달 7m 거리에서 10W의 전력을 전송하는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임춘택 교수는 "앞으로 와이파이존처럼 특정 장소에 접근하면 충전기 없이도 무선으로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한전의 적합성 시험 등을 통과하면 국내 원전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지난달 '국제전기전자공학회 전력전자 저널'(IEEE Trans. on Power Electronics)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