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는 매년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곤충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2억 1200만 명이 말라리아에 걸렸으며, 매년 약 50만 명이 이 질병으로 사망한다. 사망한 이들이 주로 어린아이들이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남극 대륙을 제외한 세계 어디서나 서식하는 모기는 말라리아뿐만 아니라 뎅기열, 뇌염, 황열병을 비롯해 최근 세계적으로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지카바이러스의 매개체이기도 하다.
모기 퇴치를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살충제와 모기장이다. 그러나 기존의 살충제 성분에 대해 내성을 지닌 모기들이 늘어나고 있어 문제다. 모기장의 경우에도 이에 적응한 모기들이 흡혈 시간대를 이른 오후나 새벽 시간대로 바꿈으로써 사람들이 모기장 안에 있지 않은 시간에 활동한다.
이에 따라 살충제와 모기장이 점점 효과를 잃고 있어 모기 방제와 질병 예방을 위한 새로운 방법의 개발이 시급하다. 그런데 최근 거미와 전갈의 독소를 생산할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조작된 곰팡이균이 모기를 퇴치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화제다.
더구나 이 곰팡이균은 모기에게만 적용될 뿐 사람에게는 위험을 주지 않으며, 꿀벌이나 다른 곤충에게도 안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중국, 호주, 부르키나파소의 국제 연구팀이 발표한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연구에 사용된 곰팡이균은 원래 모기를 죽이는 성질을 지닌 ‘Metarhizium pingshaensei’라는 균이다. 이 곰팡이균이 모기와 접촉하게 되면 포자가 발아해 외골격에 침투함으로써 결국 모기를 죽게 만든다.
하지만 이 곰팡이균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상당히 많은 양의 포자와 더불어 치명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연구진은 곰팡이의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거미 및 전갈의 독에서 신경독을 갖는 몇몇 유전자를 단독 또는 다른 독소와 결합해 조작했다.
질병 전염을 5일 만에 90% 방지해
먹이를 찔러서 사냥하는 전갈에는 벌레를 죽이는 데 필요한 독창적인 독소가 있다. 또한 곰팡이 같은 진균류는 곤충에 자연적으로 감염돼 균사라고 불리는 작은 튜브를 넣고 곤충에서 자라므로 작은 피하 주사바늘로 볼 수 있다. 즉, 이 같은 곰팡이균이 전갈이나 거미의 독소를 생산하게끔 만들면 곤충을 매우 빨리 죽일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은 유전적으로 조작된 곰팡이균을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잡힌 살충제 내성의 모기들에 시험했다. 그 결과 조작된 곰팡이균은 자연 상태의 곰팡이균보다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모기를 살상했다.
또한 모기를 죽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곰팡이균은 북아프리카의 사막전갈과 호주의 블루마운틴 깔때기거미의 독소를 조합한 개체인 것으로 밝혀졌다. 전갈의 독소는 곤충 신경계의 나트륨 통로를 차단하고, 거미의 독소는 칼슘 통로를 차단한다.
기존의 화학 살충제는 나트륨 통로만 차단하지만, 이 곰팡이균의 경우 칼슘과 칼륨 통로까지 차단하므로 모기가 내성을 갖기 힘들다. 이번에 사용된 전갈과 거미의 독소는 둘 다 이미 미국 환경보호청에 의해 살충용으로 승인된 것들이다.
이 독소는 곤충에 있을 때만 곰팡이에 의해 발현되므로 안전하다. 연구진은 독소 유전자를 곰팡이균에 삽입했을 때 독소가 혈액 내에서만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한 고도의 특이성 프로모터 염기서열 또는 유전적 스위치를 추가로 포함했다. 따라서 유전자 조작 곰팡이는 독소를 자연 환경으로 방출하지 않는다.
연구진은 비표적 곤충에 대한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유전자가 조작된 곰팡이균을 사용해 꿀벌들에 감염시켰다. 그 결과 2주가 지나도 독소가 증가된 곰팡이균에 의해 꿀벌이 죽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저자 중 한 명인 메릴랜드대학원생 브라이언 러벳(Brian Lovett)은 “여러 독소를 뿜을 수 있도록 조작된 곰팡이균이 단일 포자로 모기를 없앨 수 있으며, 모기의 흡혈을 방지함으로써 질병의 전염을 5일 만에 90%까지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매우 효율적인 ‘바이오 농약’인 셈이다.
연구 결과에 고무된 연구진은 부르키나파소에서 계속 안전성 시험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기와 밀접한 곤충 종에 대해 포자 시험을 함으로써 비표적 곤충에 대한 안전성을 완전히 입증하기 위해서다. 또한 그물로 지어진 맞춤형 보호구역 안에 모기를 풀어놓고 포자 시험을 계속하여 앞으로 이 기술이 모기 퇴치 현장에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연구할 계획이다.
아프리카 나무껍질에서 모기 죽이는 성분 추출
한편,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연구진은 아프리카의 나무껍질에서 말라리아를 전염시키는 모기와 기생충을 죽일 수 있는 물질을 발견했다. 이 연구는 콩고 지역에서 전통 치료제인 감귤나무과의 나무껍질 추출물을 사용해 말라리아모기와 바퀴벌레 등을 죽이는 것을 보고 콩고의 한 곤충학자가 오슬로대학 연구진에게 이 열대 나무껍질의 성분 분석을 요청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카메룬에서 콩고까지 넓게 퍼져 있는 올론 나무에서 성분을 추출해 분석한 결과, 펠리토닌이라는 성분이 모기에 대한 살충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펠리토닌의 단독 성분보다 올론 나무에서 추출한 4가지 주요 물질의 혼합물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야 살충 효과가 더 높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또한 추출 성분 중 디히드로니티딘이라는 물질은 말라리아 기생충에 특히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펠리토닌과 디히드로니티딘은 이전에 다른 식물을 통해 알려졌던 화학물질이다. 하지만 말라리아모기와 기생충에 강력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이성규 객원기자
- yess01@hanmail.net
- 저작권자 2017-07-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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