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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심재율 객원기자
2015-12-30

메르스 소동 속 세계적인 성과 2015년 국내 과학계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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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우리나라 과학계는 긍정적인 신호가 여럿 나타났다. 원전 1호기를 폐쇄하기로 결정이 내려졌는데, 원자력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기대는 우리나라로서는 전환점이 될 만하다.

 한미제약은 수조원의 기술수출을 이뤄내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고, 오준호 교수가 미국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RC)에서 우승한 것은 글자 그대로 깜짝 쇼였다. 아직도 젊은 김빛내리 교수는 여전히 세계적으로 주목할 연구 내용을 계속 발표했다. 메르스 전염병으로 우리나라의 병문안 문화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고, 사상 최연소 박사 학생의 탄생은 내년 초로 미뤄졌다.

대한민국을 짚어 삼킨 메르스 공포, 대처가 미흡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과학 및 의학계 소식은 물론 메르스 감염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5월 20일 첫 번째 확진자 발생 이후 공식적으로 12월 23일이 되서야 종식됐다. 그동안 38명이 숨지고 186명이 치료를 받았다. 메르스가 발생한 것보다 정부의 대책이 더 크게 문제로 부각됐다.

2015년 우리나라를 소용돌이로 몰아 넣은 메르스. 의료진들이 감염여부를 측정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5년 우리나라를 소용돌이로 몰아 넣은 메르스. 의료진들이 감염여부를 측정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초 확진자 발생 이후 6월 초까지 정부는 비공개 원칙을 고수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보건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을 감싸려 든다는 비난만 샀다. 확진환자가 경유한 병원을 공개해서 빨리 전파 경로를 차단해야 했다. 정부가 쉬쉬 하니 괴담이 퍼지고, 실제 이상으로 공포감만 키웠다. 우리 보건당국과 합동조사를 진행한 WHO(세계보건기구)는 입원환자를 단체 방문하는 병문안 문화를 개선할 것을 조언했다.

세계 로봇대회 우승 오준호 교수와 마이크로RNA 분야 큰 성과 김빛내리 교수

메르스에 거의 모든 이슈가 묻혔는데 그 중 하나가 카이스트 오준호 교수 연구팀이 6월 6일 휴보 로봇으로 24개 팀이 참가한 DRC(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우승한 것이다. 우승 상금만 200만 달러였을 만큼 큰 대회였다. 전세계가 재난시 구조활동을 펼 로봇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개최한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두고두고 이름을 남길 것이다. 그러나 오 교수는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로봇기술이 가장 앞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벌써 한국의 ‘퀴리 부인’ 소리를 듣는 김빛내리(46)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장 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올해도 중요한 연구성과를 냈다. 생명과학 분야 최고 학술지인 셀(Cell)을 통해 “인체의 모든 생명 현상을 조절하는 핵심 유전 물질인 ‘마이크로RNA’를 만들어내는 단백질 복합체의 구성과 기능을 알아냈다”고 발표했다.

로봇 챌린지에서 우승한 바로 그 휴보 로봇과 오준호 박사 ⓒ 심재율 / ScienceTimes
로봇 챌린지에서 우승한 바로 그 휴보 로봇과 오준호 박사 ⓒ 심재율 / ScienceTimes

김 교수는 2002년 마이크로RNA의 생성 과정을 처음 밝혀냈고, 이듬해에는 마이크로RNA를 만드는 공장인 ‘드로셔 단백질 복합체’도 최초로 발견했다. 그리고 12년 만인 이번에는 드로셔 단백질 복합체를 처음으로 대량 정제해 부위별 기능을 정확히 밝혀냈다. 마이크로RNA가 잘못되면 암이 생긴다. 그러니 마이크로RNA를 바로잡으면 암을 치료할 수도 있다. 암치료제를 만들 공장 설계로에 더욱 다가간 것으로 평가된다.

송유근, 최연소 박사학위 논문은 표절 시비로 철회

송유근 군은 사상 최연소 박사학위를 받을 것이라고 한때 주목을 끌었으나, 곧 이어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표절 논란의 핵심은 공동 저자인 박석재 박사가 10여년 전에 발표한 프로시딩에 들어있는 내용을 송 군의 논문에 실으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큰 문제가 없을 내용이었고, 송 군 논문의 핵심인 ‘편미분방정식’과도 크게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고 관계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어쨌든 논란이 일어나자, 송 군의 논문을 싣기로 했던 ‘천체물리학저널(ApJ:Astrophysical Journal·10월 5일자)’이 11월 25일 ‘자기표절에 해당한다’면서 송 군의 논문 게재를 철회하면서 박사학위 취득도 무산됐다.

1997년 생인 송 군은 어린 나이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김현정 앵커와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송 군은 자신이 발견한 ‘편미분방정식’의 가치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8살에 대학에 입학해 화제를 모은 송군은 2009년 UST 석·박사 통합과정에 입학, 박 박사의 지도를 받아왔다.

국내 첫 원전 폐쇄 결정, 고리 1호기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인 부산시 기장군 고리 1호기가 우리나라 원전 사상 처음으로 폐쇄 결정이 내려진 것도 주목을 끌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위원회는 6월 12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권고를 결정했다. 이후 관리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정부 권고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실제 원전이 완전 폐쇄까지는 또 얼마나 긴 세월이 걸리는지, 한수원은 2018년 7월까지 해체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해체 계획서 승인 기한인 2022년 6월 이후 본격 해체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완전 해체(폐쇄)까지는 그로부터 1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부지의 원상회복까지는 최대 30년이 걸린다.

우리나라의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은 중대 기로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으나, 이미 많이 벌여놓은 사업을 어떻게 수습할지 정부의 고민꺼리가 될 것 같다.

한미약품은 도대체 얼마나 수출한 것일까?  

한미약품은 무려 4차례나 신약에 대한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발표했고, 증시는 그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3월 일라이릴리와 7억달러 규모의 BTK 저해제 신약 HM71224의 개발 및 상업화에 관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이어 7월 말에 한미약품은 내성표적 폐암신약 HM61713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베링거인겔하임과 체결했다. 계약금 582억원과 단계별 마일스톤 7,925억원 등 8,507억원 규모다. 제품 출시 후 판매 로열티도 받는다.

그리고도 부족해서 11월 5일 프랑스 제약회사 사노피와 총규모 4조3,300억 원대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4,946억원과 임상개발, 허가, 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4조3274억원을 받고, 출시 이후 두 자리 수 %의 판매 로열티는 별도로 받는다는 조건이다. 이것도 모자라 11월 9일에는 총 규모 9,372억 규모의 기술수술 계약을 맺었으니, 도대체 어디까지 갈 것인지 어리둥절하게 했다.

유네스코 과학기술장관 회의 첫 해외 나들이는 대전

국제적인 행사가 여럿 열린 해이기도 하다. 10월 19일부터 23일까지 대전에서 열린 과학기술정상회의는 1963년부터 2004년까지 프랑스 파리에서만 열리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과학기술 장관회의가 처음으로 해외 나들이를 하는 회의로 시선을 끌었다. OECD 과학기술 장관회의는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에스코 아호 전 핀란드 총리,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 박사, 노벨상 수상자 아론 시카노바 교수 등 해외 저명인사들이 대거 방한했다.

OECD 34개 회원국과 13개 협력국,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국 등 57개 국가를 비롯해서, 12개 국제기구에서 장차관 및 국제기구 대표 270명이 참석하는 등 참석인원이 3,000여명에 이르렀다.

OECD 과학기술 장관회의를 마친 뒤, 10년간의 세계 과학기술정책 방향을 담은 ‘대전선언문’을 발표하고, 포용하는 성장을 새로운 원칙으로 제시했다.

세계 과학기자대회는 전세계의 과학언론을 이끄는 과학기자와 과학저술가 등이 참석한 대회였다. 서울 코엑스에서 6월 8일부터 12일까지 계속된 ‘2015 세계과학기자대회’는 1,000명이 참가했다.

과학정상회의 특별세션에서 김승환 이사장, 보빙어 소장, 비숍 부소장(왼쪽부터)이 강연을 마치고 학생들과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김의제 / ScienceTimes
과학정상회의 특별세션에서 김승환 이사장, 보빙어 소장, 비숍 부소장(왼쪽부터)이 강연을 마치고 학생들과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김의제 / ScienceTimes

다양한 강의주제와 세션별 발표내용도 우리나라 과학기자들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줬다. 데이터 저널리즘에 대한 강의가 여럿 준비돼, 최근의 추세를 잘 보여줬다. 데이터 저널리즘은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소셜미디어(SNS)에 흘러넘치는 각종 빅 데이터를 검색하고 분석해서 사람이 찾아내기 어려운 각종 사회현상을 측정하고 예측하는 저널리즘을 말한다.

‘의학 논문, 속지 않고 보도하기’도 주목을 끄는 제목이다. 연구비를 따기 위해 발표내용을 무리하게 과장하거나 왜곡하려는 유혹에 빠져있을 때 과학기자들이 이를 걸러내려면 어떤 소양을 가져야 할지에 대한 사례들이 실감나게 발표됐다. 매우 풍성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강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세계적인 과학의 동향과 과학저술가의 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구축 완료 

정부가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창조경제를 실제로 실행하는 역할을 담당할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모두 완료됐다. 지난해 9월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시작으로 지난 7월 인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마지막으로 문을 열어, 전국 17곳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 구축 작업이 마무리됐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 산업과 연계한 혁신, 스타트업 성장 지원 등 혁신적 창조경제 생태계 구현 교두보 역할을 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보육기업은 연초 45개에서 509개로 늘었고 벤처기업 수 3만개를 돌파하는 등 창업 열기 확산에도 일조했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5-12-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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