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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4-06-18

로타바이러스 연구, 세계시장 선도할까 [인터뷰] 김원용 중앙대 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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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타바이러스는 3개월에서 24개월 사이의 영아에게 급성 위장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세계적으로 약 2백만 건의 감염이 발생할 뿐 아니라 52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연구가 시급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5세 이하의 영유아 바이러스성 설사증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체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태다.

로타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위장관염이 특히 위험한 것은 다른 장염과 달리 구토와 복통, 설사, 식욕부진 및 탈수 증상이 유독 심하기 때문이다. 감염은 주로 겨울철에 일어나는데 1~3일 간의 잠복기를 거친 후 갑작스런 고열과 구토, 설사 증상을 동시에 수반한다. 사실 이러한 증상이 성인에게는 며칠간의 치료로 완치될 수 있지만 기관 발달이 미숙한 영유아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희귀 로타바이러스의 발견

김원용 중앙대 의학과 교수 ⓒ 김원용
김원용 중앙대 의학과 교수 ⓒ 김원용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지금까지 보고된 바 없는 새로운 유전체를 갖는 사람 로타바이러스를 발견해 주목을 받고 있다. 했다. 김원용 중앙대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교수팀이 연구를 진행, 위장관염 환아의 대변시료에서 G3P[9] 유전자형을 갖는 희귀 로타바이러스를 발견하고 세포배양법을 이용해 분리해낸 것이다.

실험 분석결과, 이는 각각 고양이와 소의 로타바이러스가 재조합된 변종으로 로타바이러스의 고양이, 소 그리고 인간 사이의 종간 전파 연구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바이러스는 세균, 곰팡이와 함께 미생물의 한 종류로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작은 전염성 병원체입니다. 바이러스의 구조는 유전물질로 DNA 또는 RNA 한 가지만을 갖고 있으며 그 유전물질을 둘러싸고 있는 단백질로 구성됩니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물질대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DNA나 RNA를 숙주 세포 안에 침투시킨 뒤 침투당한 세포의 소기관들을 이용해 자신의 유전물질을 복제하고, 자기 자신과 같은 바이러스들을 생산하죠. 이 과정에서 숙주 세포가 손상되거나 파괴돼 숙주에 질병을 일으키게 됩니다.

로타바이러스는 1973년 호주의 루스 비숍(Ruth Bishop)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이는 위장관염을 앓는 어린이 장에서 발견된 RNA 바이러스로서 사람과 동물에서 광범위하게 위장관염을 일으킵니다. 사람과 소, 돼지, 조류, 고양이 등에 감염되는 로타바이러스는 각기 다르며 감염 숙주별로 특이한 유전체를 갖고 있는데 이번에 국내 어린이에서 발견된 로타바이러스는 사람 로타바이러스가 가지는 유전체가 아닌 소와 고양이 로타바이러스에서 나타나는 유전체를 갖고 있었던 거죠."

로타바이러스의 감염경로는 주로 대변에서 구강으로다. 감염된 아이나 부모, 혹은 간호인의 손을 통해 다른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감염되기도 하고 분유나 장난감, 주방, 욕실, 수도꼭지 등의 가정 집기를 통해서도 감염된다. 김원용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바이러스는 고양이 또는 소로부터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감염된 어린이는 설사증이 발생되기 전까지는 고양이 또는 소와의 접촉이 전혀 없었다고 하더라"며 연구과정을 이야기 했다.

실제로 해당 어린이로부터 발견된 변종 로타바이러스의  11개 RNA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지금까지 보고된 바 없는 신규 유전체형으로 6개는 고양이 로타바이러스, 5개는 소 로타바이러스의 유전체가 재조합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김원용 교수팀은 기존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로타 바이러스를 어떻게 발견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김원용 교수는 "2012년 중앙대학교 병원 소아과에 위장관염을 증상으로 입원한 영유아 환자의 대변시료를 대상으로 효소면역법으로 로타바이러스 감염유무를 확인하고 바이러스의 RNA를 추출한 다음 역전사효소를 이용해 cDNA를 합성했다고 이야기 했다.

"합성한 cDNA는 중합효소연쇄반응으로 유전자형을 조사했습니다. 로타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분리 배양이 매우 어렵지만 원숭이 신장세포를 이용해 분리 배양에 성공했고 바이러스가 갖는 11개 전제 RNA 유전체에 대한 염기서열분석과 생물정보학적  분석을 수행해 해당 바이러스가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보고된 바 없는 유전자형을 갖는 희귀 로타바이러스라는 것을 규명할 수 있었습니다."

로타바이러스의 구조. 이중나선형의 RNA 바이러스인 로타바이러스의 11개 유전자 분절과 각각의 단백질을 보여준다.  ⓒ 한국연구재단
로타바이러스의 구조. 이중나선형의 RNA 바이러스인 로타바이러스의 11개 유전자 분절과 각각의 단백질을 보여준다. ⓒ 한국연구재단

국내 독자적 연구로 결과 이루고 싶어

김원용 교수가 이번 연구를 진행한 데는 과도한 경쟁체제를 갖춘 세계 의료시장 속에서 국내 의료연구의 독자적인 힘을 키우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로타바이러스는 70나노미터로서 세 겹의 단백질 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외막에 존재하는 두 개의 단백질인 VP4 및 VP7 성분에 따라 유전자형이 결정되죠. 현재 로타바이러스에서는 VP7 단백질에 의한 27개의 유전자형과 VP4단백질에 의한 37개의 유전자형이 알려져 있습니다. 각 나라에 유행하는 로타바이러스에 대한 유전형 조사는 백신의 도입과 개발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미국과 일본의 과학자들이 경쟁적으로 아시아와 중남미 개발도상국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각 나라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것은 결과적으로는 치료와 진단 및 예방백신 개발에 매우 중요한 생물소재인 바이러스 자원을 다국적 제약사가 있는 선진국으로 유출하게 되는 형국입니다. 따라서 저는 우리 국내의 연구력으로 독자적인 연구를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 가운데 어려운 점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분리배양이 어려운 로타바이러스를, 세포배양을 이용해 분리에 성공해야 하는 것이 큰 과제였다.

"로타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분리 배양이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세포배양을 통해 확보된 바이러스의 수가 매우 적죠. 이번의 경우도 로타바이러스의 물 설사의 특성상 대변을 얻기가 매우 어려웠어요. 얻는다 해도 그 양이 매우 적었죠. 그렇지만 그동안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포배양을 이용해 분리에 성공했고 이를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실제로는 8개의 RNA 유전체 중 1개는 사람, 2개는 조류, 5개는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재조합된 변종 바이러스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종플루' 라고 불리지만 외국에서는 돼지독감(swine flu)이라는 용어가 더 일반적이다.

"로타바이러스에서는 1996년 이탈리아와 2002년 미국에서 고양이 로타바이러스와 소 로타바이러스 유전체의 일부만 포함하는 사람 로타바이러스가 발견된 적이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이번 저희팀의 연구성과는 로타바이러스 11개 RNA 유전체가 ‘전부’ 동물 유래인 희귀 로타바이러스에요. 세계 최초의 발견인 셈이죠. 이에 따라 이번 연구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동물 로타바이러스 유전체를 보유한 사람 로타바이러스는 바이러스의 고양이, 소 그리고 인간 사이의 종간 전파 연구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고 있는 신변종 바이러스들에 대한 다양성 및 진화, 예측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원용 교수에 따르면 현재 로타바이러스 백신은 다국적 제약회사인 EU의 GSK 사와 미국의 MSD사가 양분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변이된 희귀 로타바이러스는 차세대 로타바이러스 개발 전략에 있어 매우 중요한 영향을 주고 있는데, 이번 국내의 연구결과와 우수한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항상 생각하고 고민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세계 연구자들과 경쟁할 수 있는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연구실에는 우리나라 학생들뿐 아니라 베트남, 태국에서 유학 온 대학원생들과 영국과 태국에서 오신 초빙교수님들이 저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연구에 더욱 매진해 대한민국이 로타바이러스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도그룹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4-06-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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