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19,2018

‘로렌조 오일’ 유전자 치료로 효과

사이언스지 '17명 소년 중 16명 건강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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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인류 역사상 유전자 치료(gene therapy)가 처음 시도된 것은 1990년이다. 미국에서 중증합병면역결핍증(SCID)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시도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후 유전자 치료는 많은 질환을 대상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나갔다. 그리고 현재 전 세계적으로 170여 종 이상의 유전자 치료가 시도되고 있으며, 유전자 치료를 받은 환자 수도 이미 2000여 명에 달하고 있다.

유전자 치료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악성종양, 면역기능 저하 등의 불치병의 치료 가능성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와 임상실험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치명적인 뇌질환 치료에 효과를 보았다는 소식이 전해져 의료계가 흥분하고 있다.

정상 유전자 주입해 뇌세포 파괴 막아 

6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지난 주 목요일(5일) 워싱톤 D.C.에서 미국유전자세포치료학회(ASGCT) 연례 미팅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바이오신약 개발업체 블루버드바이오(Bluebird Bio)의 지원을 받고 있는 한 연구팀이 유전자치료 결과를 발표했다.

유전자 이상으로 주로 소년에게 발생하는 희귀병 ALD 의 치료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바이오신약 개발업체 블루버드바이오o)의 지원을 받고 있는 한 연구팀이 유전자치료를 통해 ALD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 youcaring.com

유전자 이상으로 주로 소년에게 발생하는 희귀병 ALD 의 치료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바이오신약 개발업체 블루버드바이오의 지원을 받고 있는 한 연구팀이 유전자치료를 통해 ALD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 youcaring.com

그동안 ‘부신백질디스트로피(Adrenoleukodystrophy)’에 걸린 소년 17명으로 대상으로 유전자치료를 해왔는데 17명의 소년 중 1명을 제외한 16명의 소년이 지난 2년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해오고 있다는 것.

‘ALD’, ‘로렌조 오일’로도 불리는 이 질병은 유전자 이상으로 주로 소년에게 발생하는 희귀병이다. 성염색체인 X염색체 유전자 이상으로 인해 몸 안의 ‘긴사슬 지방산(VLCFA)’이 분해되지 않고 뇌에 들어가 신경세포를 파괴하면서 소년들의 생명을 앗아간다.

미국에는 현재 약 2만1000명의 소년들이 이 병을 지닌 채 태어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정확한 집계가 되고 있지는 않지만 세계적으로 많은 수의 소년이 이 병으로 죽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아직까지 이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는 실정이다. 영화 ‘로렌조 오일’의 실존인물인 미카엘라 오도네가 찾아낸 기적의 치료물질 ‘로렌조 오일(Lorenzo’s oil)’이 있지만 ‘긴사슬 지방산’의 생성을 억제해줄 뿐 신경세포의 파괴는 막지 못한다.

1981년에는 완치를 위해 골수이식을 시작했다. 그러나 면역거부반응과 부작용과 함께 골수 기증자를 찾아내는 일 또한 쉽지 않은 실정이다. 골수이식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시술 후 사망에 이르는 확률도 10∼2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불치병 치료 가능성에 한발 더 다가서” 

이번 임상실험에서 연구팀은 첨단 유전공학 기술을 적용했다. 유전자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바이러스를 조작한 후 이 바이러스를 통해 소년들의 뇌세포에 정상적인 유전자를 주입했으며, 소년들의 뇌 속에서 유실된 단백질을 보충했다.

이번 임상실험에 참여한 소년들은 4~13세 소년들이다. 연구에 참여한 하버드대 데나파버 암 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의 데이비드 윌리엄스(David Williams) 연구원은 “단백질을 보충한지 6개월이 지나면서 소년들이 안정을 찾았다”고 말했다.

2년이 경과한 후에는 16명의 소년으로부터 염증, 미엘린(myelin) 손실과 같은 증상이 중지됐으며, 시력손상, 보행곤란(trouble walking)과 같은 증상을 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유전자치료를 통해 이처럼 확실한 치료가 이루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윌리엄스 연구원은 이번 임상실험에서 어떤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환자에게 투입된 유전자가 적재적소에 정확히 배달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전에 시도한 임상실험에서는 (이후에 치료됐지만) 백혈병, 불규칙한 심장박동 등의 증상을 유발한 바 있다.

그러나 시술을 받은 16명의 소년들이 완전히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향후 수개월 동안 주입된 정상적인 유전자들이 신경조직의 뉴런들을 지지해주는 비흥분성 세포인 신경교계(glial) 세포로 성장해 단백질을 생성할 수 있어야 한다.

윌리엄스 연구원은 “현재 소년들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ALD 진단이 나올 경우 가능한 빨리 (정상적인) 유전자 이식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부모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그동안 ‘로렌조 오일’에 걸린 소년환자들을 대상으로 시도했던 임상실험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으며, 또한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이 불치병의 치료 가능성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평을 듣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의 심장, 폐, 혈액 전문기구인 NHLBI의 신시아 던바(Cynthia Dunbar) 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정상적인 유전자를 정확히 주입할 수 있는 기술을 확립했다”며 향후 ALD와 같은 희귀병 치료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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