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2,2017

또 다른 공상과학의 세계

‘스팀펑크(Steampunk)' 전,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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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의 대부분은 전기전자, 인공지능 등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사이버펑크이다. 그러나 이와 다른 공상과학이 있다. 바로 증기기관을 의미하는 스팀과 아웃사이더를 뜻하는 펑크가 결합된 스팀펑크라는 장르이다. 글자에서 짐작되듯이 스팀펑크는 19세기 증기기관이 발명된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기계문명 중심으로 미래가 발전했다면’이라는 가정을 놓고 그린 공상과학이 스팀펑크라고 할 수 있다. 잘 알려진 작품으로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천공의 성 라퓨타’를 예로 들 수 있다.

▲ 거의 모든 작품이 손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스팀펑크는 DIY 문화라고 할 수 있는 ‘메이커(maker)운동’과도 깊숙이 관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주)아트센터이다


현재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5월 18일까지 진행될 ‘스팀펑크 아트’전은 이런 스팀펑크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지는 전시회라고 할 수 있다. 관람하고 나면 스팀펑크 문화가 얼마나 우리 곁에 많이 다가와 있는지도 알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 버려진 오브제를 이용하기 때문에 콜라주로도 볼 수 있다. 대다수 스팀펑크 작품들은 움직이기 때문에 키네틱 아트로 보여 기도 한다. 특히 거의 모든 작품이 손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DIY 문화라고 할 수 있는 ‘메이커(maker) 운동’과도 깊숙이 관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19세기 기계문명이 발전했다면, 이런 모습?

256여점의 작품이 전시된 이번 전시회는 네 가지 테마로 구별될 수 있다. 첫 번째 테마는 스팀펑크의 역사이다. 전시실의 노란 벽을 따라 전시물들이 설치되어 있는데, 특별히 스팀펑크적인 전시품이라기보다는 스팀펑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산업혁명 시대의 모습을 드로잉한 작품들이다. 그래도 이 공간에서 스팀펑크 전시물들은 볼 수 있다. ‘80일간 세계일주, 젠틀맨리그. 타임머신’ 등 스팀펑크 소설이 그것이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제목만으로도 스팀펑크가 무엇인지 감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두 번째 테마는 스팀펑크를 지향하는 순수미술 작품들이다. 파란색 벽을 따라 전시되어 있는데, 19세기 기계적 요소와 예술성을 접목한 세계적인 스팀펑크 아티스트들의 조형물과 조각들이 소개되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 볼 만한 대표적인 작가의 작품은 주드 터너의 ‘공한국가, 삼엽충 시리즈’이다. 최근 미술 분야가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고 있어 작품들이 단순화하면서 세련된 경향이 있지만 스팀펑크 조각 작품은 오히려 더 세밀하고 클래식하다. ‘공한국가’는 기계 중심의 음울한 미래의 모습을 녹슨 고철 도시로 표현했다. ‘삼엽충’은 가상의 생명체이지만 그 디테일이 대단하다. 그 세밀함 덕택에 조명에 의해 나오는 그림자도 화려하다. 시각적 매력도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키네틱아트의 대가 테오얀센의 작품과도 비견할 만하다.

▲ 크리스 코피티스가 자신의 오토바이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주)아트센터이다


박종덕 작가의 작품은 스토리가 부여되어 있어 재미있다. 그중 ‘황금을 만드는 기계’는 언뜻 보면 대형 천체망원경 같지만 둥근 부분에 네 개의 거대한 유리관이 꽂혀있다. 19세기 가상의 미래 스팀펑크 제국에서 오웬이라는 과학자가 만든 황금을 만들어내는 연금술 도구로 산업폐기물이 불, 물, 공기, 흙으로 나누어진 이 유리관을 통과하고 나면 마지막으로 ‘현자의 도’를 넣으면 황금으로 변화해간다는 이야기가 숨어있다. 물론 굉장히 허구적이고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상상력이다. 하지만 그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이 매체가 결국 현재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시각적인 미를 끌어내고 있어 오히려 이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얻어낼 수 있다.

실용예술 속 스팀펑크

세 번째 테마는 일러스트 등으로 대표되는 디자인 분야에서의 스팀펑크이다. 보라색 벽에 설치된 작품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보라색 벽을 돌기 전 가운데에 있는 전시된 작품이 먼저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펄사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크리스 코피티스의 오토바이이다. 이 작가는 튜닝관련 디자인으로는 아주 독보적이다. 보통 오토바이 튜닝을 할 때 기존 이미지를 모두 해체해버리고 기능을 다운시켜버린다. 그에 반해 이 작가는 기본 바디를 유지한 채, 표면에 가죽이나 스틸을 이용하게 스팀펑크적 디자인 요소를 가미해서 오토바이를 재탄생시키고 있다. ‘키메라’도 오토바이 튜닝한 작품이다. 표범 형상이 오토바이 앞에 있고 클랙슨도 표범의 소리가 난다. 그리고 안장 부분은 스틸을 이용해 섬세하면서 세련되게 표현되어 있다.

▲ 이번 전시회 기획자인 아트 도너반의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주)아트센터이다


이번 전시회의 기획자인 아트 도노반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시바만달라’ 작품 중앙에는 지구를 의미하는 페르시아 천문학 도구가 설치되어 있고 시간, 탄생, 죽음, 윤회와 재생이라는 의미가 부여된 동서남북으로 둥근 스틸 모양의 조각이 동서남북으로 가지처럼 뻗어있다. 또한 스팀펑크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트 도노반은 한 구석에 핸드 드로잉한 아이디어 스케치 작품도 함께 전시해 놓고 있다.

그래픽으로 샘플링하는 아티스트인 샘 반 올픈의 작품도 눈에 띈다. 이 작가는 기존의 이미지를 재조합하고 새롭게 만들어 스팀펑크 세계를 작품 안에서 표현해 내고 있다. 이번에 한국을 위한 작품인 거북선과 호랑이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거북선을 중심으로 한 상상 속 기계문명과 호랑이 몸체에 표현된 스팀펑크적 이미지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외에도 고철을 가공하고 초와 같은 열기를 이용해 스스로 움직이고 반응하는 요스 드 빈크의 작품, 다빈치처럼 하늘을 나는 가방을 만든 토마스 D. 윌포드의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마지막 테마는 확장 세분화된 스팀펑크로 회색 벽을 따라 관람하면 된다. 임동아 작가의 소품들은 토이 장르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스팀펑크 작품이다. 치과에서 사용되는 레진과 도자기를 이용해 관절인형을 만들었는데, 인형의 눈을 유리로 박아서 반짝반짝 생동감이 느껴지면서도 섬뜩함과 차가움을 동시에 전달하고 있다. 송혜명 디자이너는 패션 분야에서 스팀펑크가 적용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방독면, 가죽 등을 이용한 웨딩 디자인으로 강렬하고 실험적인 느낌이다.

최근 글자의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캘리그래피 작품도 소개되고 있다. 이카르도 사바티니의 작품은 글자 하나 하나가 스스로 작동하는 기계처럼 생동감 있게 표현을 했다. 철자 하나만 떼어놓고 봐도 시각적 이미지가 아주 뛰어나다. 그밖에도 영상 공간에서는 상상의 여분을 위해 흑백으로 만들어진 다코라스 스튜디오 작품인 스팀펑크 애니메이션이 상영되고 있어, 애니메이션에서는 어떻게 스팀펑크가 구현되는지 관람객들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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