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를 통해 종종 식물인간을 접하게 된다. 의식이 없고 전신이 경직된 채로, 대사(代謝)라는 식물적 기능만을 하는 인간을 뜻한다. 식물상태인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의학적으로는 천연성 의식장애라고 표현한다.
대뇌피질에는 백 수십억의 신경세포가 모여 있어 운동, 감각, 의식 등의 작용을 담당한다. 이 대뇌피질이 손상을 입게 되면 운동기능이나 의식이 정지되고, 뇌간이 담당하는 호흡기능, 소화기능, 심장박동기능밖에 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식물인간은 심장은 뛰고 있으나 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뇌와 심장은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둘 중 어느 것 하나에 문제가 있다면 인간은 인간답게 살지 못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뇌와 심장의 연관성을 다룬 연구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실제로 나이가 들어서 심장질환을 겪는 사람들은 사고 기능이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가 보도되기도 했다. 미국 메이요 병원연구팀이 70세에서 89세 사이 고령층 2719명을 상대로 관찰한 결과를 '미국 신경의학협회 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Neurology)을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들에 대해 15개월마다 검사하는 방식으로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 이들 중 관찰에 들어간 시점에서 인지 기능에 전혀 이상이 없었던 1450명 중 669명이 심장질환을 앓게 되었다. 이들 가운데 59명(전체의 8.8%)에서 가벼운 인지 기능 손상이 나타났다.
이는 심장질환을 겪지 않은 781명 중에서는 34명(전체의 4.4%)만 인지 기능 손상이 나타난 것에 비해 77%나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여성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심장질환자에게서 사고 기능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비심장질환자보다 3배나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연구팀의 로즈버드 로버츠 박사는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두뇌로 피를 공급하는 것이 원활하지 안헥 되면서 사고 기능에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통해 심장기능의 저하가 사고력이나 문제해결 능력, 언어 기능 등 일련의 사고기능 저하에 영향을 주는 것을 알 수 있다.
젊은 시절의 건강한 심장이 노년기 정신건강 영향
따라서 노년기 사고기능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심장 건강을 꾸준히 챙겨야 한다. 젊은 시절의 튼튼한 심장이 중년기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팀이 '순환'(Circulation)을 통해 발표한 연구를 보면 그 내용을 알 수 있다.
연구팀은 18세에서 30세 사이 성인 3381명을 대상으로 25년간 추적 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들에 대해 2~5년에 한 번씩 혈압과 혈당량,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해서 기록했다. 그리고 연구가 끝나는 시점에서 몇가지 테스트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에 대해 기억력과 사고의 순발력, 정신적 유연성을 살펴보는 테스트였다. 그 결과, 연구 시작 시점에서 혈압, 혈당량,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이들이 40~50대에 정신적 기능이 퇴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고혈압과 고혈당 및 고 콜레스테롤이었다. 이들은 모두 동맥경화의 원인이 된다. 연구팀의 크리스틴 야페 박사는 심장 건강이 나쁘면 뇌로의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어 두뇌 기능이 퇴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흡연과 당뇨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쳐
그렇다면 심장 또는 두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콜레스테롤, 흡연, 당뇨병 등은 모두 심장 질환을 부르는 요인이다. 이들로 인해 심장 건강이 갑자기 나빠졌다면, 두뇌 역시 갑자기 나빠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네덜란드의 한 연구팀이 '뇌졸중'(Stroke) 저널을 통해 발표한 연구 결과이다. 연구팀은 35세에서 82세 사이 성인 3778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에 대해 인지기능 및 기억력에 대한 테스트를 실시하였다.
심장 건강에 좋지 않은 요인들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이들은 가장 적게 갖고 있는 이들에 비해 인지 기능 테스트에서 50% 더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여기서 인지기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바로 흡연과 당뇨병이었다.
흡연의 경우, 하루에 담배를 1~15개비 피우는 사람들은 비흡연자들에 비해 점수가 2.41점이 낮았다. 16개비 이상 피우는 이들은 3.43점 더 낮은 점수가 나왔다. 이를 통해 흡연이 두뇌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 저작권자 2014-04-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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