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고병원성(HP)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전국을 휩쓸고 있으며, 구제역(FMD)도 국내 최대 축산농가 밀집지역인 홍성지역에까지 퍼져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동물전염병의 근본적인 예방을 위해서는 우리 풍토에 맞는 백신 개발과 방역시스템의 전면적인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난 12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사)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 위한국민연합(이하 과실연) 제88차 포럼에서 ‘동물전염병 전국 확산에 대한 근본적인 예방은 없는가?’라는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AI청정화 위해서는 최적화된 질병관리 필요
이날 ‘조류독감의 발생 현황과 원인 및 근본적인 예방대책’에 대해 발제를 맡은 장형관 전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2014년 HPAI 발생은 지난 4차례의 HPAI 발생 케이스보다 바이러스의 유입원인이 철새라는 더 정확한 정황이 확보되고 있기 때문에 철새 도래지 인근에는 축산농가 신설을 허가해주지 않는 등 AI 방역관리지구 지정 및 관리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장 교수는 “2014년 1월 17일 전북 고창의 종오리농장에서 첫 발견된 이후 HPAI가 재발생을 거듭하고 있는 까닭은 최근에 오리 사육 농가가 급증했는데도 계속해서 양계중심의 방역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라며 오리농장 중심의 사육시스템 점검과 사육환경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즉 오리농장에서는 여름철과 겨울철에서는 거의 매일 왕겨를 보충하고 있으며 봄철과 가을철에는 최소한 3~4일에 한번은 왕겨를 살포해야 하는데, 이것이 다른 축사에 질병이 빠르게 확산되는 주요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처럼 오리사육의 특징적 형태를 살펴서 그에 맞는 HPAI 차단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아울러 “부실한 사후관리로 인해 AI바이러스 잔존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인원, 장비, 매몰방법, 축분, 기구 등에 대한 표준화된 사후관리 절차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HPAI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표준화된 사후관리 매뉴얼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AI 청정화를 위해서는 “철새에 대한 적극적인 예찰체계 구축은 물론 국제공조로 알림시스템, IT활용체계 정착이 필요할 뿐 아니라 사육하는 가금류의 종류나 시설별로 최적화된 질병관리 및 방역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방역에 소홀한 농가에게 보상비를 차등 지급하는 등 살처분 보상금 지급기준을 구체화하며 방역총괄 정책 기능 강화와 현장 방역 체계 정비 등 방역체계 재정비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장 교수는 “국내 가금산업의 양적 팽창으로 가금질병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데, 가금전문수의사는 전국적으로 42명에 불과해 수의사 1인당 농가 96호, 367백만 수를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AI 등 가금질병 컨트롤이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가금질병 전문 인력 양성은 물론 예방과 치료를 위한 핵심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주요 연구거점 마련과 부처합동 또는 외국과 공동연구 R&D를 강화할 필요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예방약과 진단법 개발이 구제역 방역의 핵심
이어 ‘구제역 발생현황과 원인 및 근본적인 예방대책’에 대해 발제한 박최규 경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구제역은 발굽과 구강의 점막에 물집이 형성되어 먹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 질병이지만, 다 자란 가축에게는 치명적이지 않은데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가축질병으로 꼽는 이유는 국가 간 모든 동, 축산물 무역의 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축산수출국에게는 구제역이 경제적으로 매우 위험한 질병이지만, 우리나라는 축산수출국도 아닌데 왜 구제역을 중요질병으로 관리해야 하는 걸까. 그것은 만약 우리나라가 구제역 청정국 단계에서 발생국 단계로 떨어진다면 주변의 구제역 발생국들의 축산물 수입 강요를 막아낼 명분을 잃게 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구제역의 근본적인 예방대책에 대해 박 교수는 “오염원을 완벽하게 제거하지 않는 한 구제역 상재화를 막을 수 없는데, 현재는 보상금 차등지급과 매몰비용 농가부담 등이 축산농가의 자발적인 신고를 가로막고 있다”며 “유입원인에 대한 과학적인 위험도 분석과 이에 근거한 국가 검역정책 보완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현행 NSP항체검사로는 감염축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백신 예방접종에도 항체양성율이 10%에 불과하며 백신 접종 부작용만 많아 양돈농가들이 백신 접종을 기피하고 있다”며 “돼지오제스키병은 감별백신과 진단키드로 근절단계에 들어갔고, 돼지열병 또한 효과적인 예방약 개발이 청정화 기반이 되었듯이 구제역도 부작용 없는 고효능 백신과 진단법을 개발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좋은 백신과 진단법이 개발되면 방역은 저절로 해결된다는 것.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매년 2000억 원을 매몰하고 있는데, 200억을 투자해 백신 개발을 하지 못하겠느냐”며 “개방적이고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로 고효능 국산 구제역 백신 개발에 온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뿐만 아니라 “비전문가들이 방역 보직을 담당한데다가 경험자들의 잦은 보직 이동으로 초기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쳐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방역은 전담방역전문가가 맡는 게 최선이며 방역조직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고 인력과 조직을 확대하는 구제역 방역시스템의 재정립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가장 근본적 대책은 ‘동물복지형 녹색축산’ 실현
마지막 순서로 ‘동물전염병 예방대책에 대한 생명적, 환경적 고찰’에 대해 발제한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는 “2010년에서 2011년 발생한 구제역으로 돼지는 사육두수의 33.6%, 소는 4.5%가 매몰되었는데, 절대면적이 적은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대량 살처분은 매몰된 사체로 인한 다양한 환경오염 발생을 감안했을 때 살처분에 의존하는 방역대책이 전면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즉 구제역 발생시 감염된 가축의 살처분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예방적 목적의 살처분은 중단하고 백신을 투여하는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박 교수도 구제역 백신생산의 국내 기반을 갖추고 체계적인 연구개발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 차원의 백신센터 수립도 필요하지만 이보다 앞서 정부 출연연과 대학 및 민간 제약기업이 협력하여 보다 조속한 백신 생산 기반 마련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박 교수는 “구제역 역학 조사와 관리방안 등이 용이하도록 구제역 관련 연구개발을 확대하여 산학연 연계구조를 통해 구제역 예방과 방역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상시적인 예찰과 초기 대응시기, 확산시기 등에 따란 상황별 매뉴얼을 확립해 대응 실패로 인해 구제역 발병이 확산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대책으로 박 교수는 “현재의 밀식형 축산을 점진적으로 포기하고 친환경적이며 지속가능하고 동물 복지를 고려한 동물복지형 녹색축산을 실현할 수 있도록 다양하 측면에서의 제도 개선과 지원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밖에도 이날 포럼에서는 김경민 국회 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 조사관과 김용상 농립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 역학조사 과장, 김범대 한국화학연구원 신물질연구 본부장 등이 패널로 참석해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종합적인 대책을 모색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 김순강 객원기자
- pureriver@hanmail.net
- 저작권자 2015-03-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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