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AI) 피해가 사상 최대치를 넘어 섰다. 살처분 된 닭과 오리가 3000만 마리를 넘어서면서 피해금액만 1조 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막대한 규모의 피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피해에 대한 해결방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피해의 책임을 철새에게 돌린 채, 한숨만 쉬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이처럼 답답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해 보고자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하 과실연)’이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으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금까지의 조류독감 방역 작업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진단하고 보다 근본적인 방역예방 대책을 논의하는 오픈포럼을 9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한 것.
조류독감 문제의 해결위한 단기대책과 중장기대책
발제자로 나선 서울대 수의학과의 박용호 교수는 ‘국내 고병원성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특성 및 방역 발전 방향’에 대해 발표하면서 “매년 반복되는 조류독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대책과 중장기대책을 병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가 주장하는 단기대책은 ‘관리기관의 확대’와 ‘전담 연구기관의 신설’, 그리고 ‘전담 인력의 보강’이 핵심이다.
관리기관의 확대와 관련하여 박 교수는 방역센터 설치의 확대를 주장하면서 “현재 전국적으로 총 5개소가 운영 중인 방역센터를 도별로 1개소씩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고, 운영인원도 현행 인력의 두 배인 10명 정도로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제안했다.
또한 전담 연구조직 신설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그는 “가금류 및 야생조류를 감염시키는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신속한 유전정보 분석을 통해 대응 능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담인력의 보강과 관련해서는 방역 인력도 중요하지만, 국경검역 강화를 위한 인력의 보강이 더 시급함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조류독감 상시 발생국인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에서 오는 여행객들이 바이러스를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라고 지적하며 “적절한 대처를 위해서는 검역 탐지견을 다루는 인력과 같은 전문요원들을 보강해야한다”라고 조언했다.
반면에 중장기대책과 관련해서는 국가차원의 통합관리 시스템 마련을 주문하면서, 시스템을 총괄 할 수 있는 가칭 ‘동식물방역청’의 신설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조류독감 같은 국가 재난형 질병 사태는 현장에 실질적인 방역정책이 실행될 수 있도록 검역본부의 책임과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현재의 농림축산검역본부를 동식물방역청으로 개편하여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연구기능강화로 국민보건에 대한 선제적 예방조치를 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축 관련 전염병들 외에 소나무재선충과 같은 식물 분야의 병해충 등도 동식물방역청이 총괄하여 방제토록 하는 것이 하는 것이 주요 업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입식 휴지기 및 링 백신 등 대응방안 필요
대책이 수립되면 그에 따른 대응방안도 마련되어져야 하는 법이다. 박 교수도 단기 및 중장기대책을 발표하면서 △농가 입식(入植) 휴지기의 시행 △비특이면역증강제(NIS)의 사료 첨가 △링(ring) 백신 접종계획 등 모두 세 가지의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농가 입식 휴지기’란 가축을 한꺼번에 들여 키웠다가 이를 한꺼번에 출하하는 ‘올 인-올 아웃(all in-all out)’ 제도를 말한다. 농장을 모두 비운 상태에서 소독과 일정기간의 휴지기를 거치기 때문에 농장에 내재해 있는 질병인자들을 깨끗이 제거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입식 휴지기는 농장이라는 일정 공간 내에서 바이러스 같은 전염 원인들의 순환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밝히며 그동안 입식 휴지기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이 바로 휴지기 기간 중의 경영손실이었는데, ‘질병에 의한 손실이 더 크다’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입식 휴지기의 도입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음으로 ‘비특이면역증강제’의 사료 첨가 방안은 백신을 접종해도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는 백신의 항체가(抗體價)를 올려 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효과가 입증된 면역증강물질을 선별하여 이를 사료에 첨가하면 임상증상이 호전되고, 장기에 들어있는 바이러스의 배출량이 감소되며, 항체의 증강 및 면역세포의 증가 등이 나타나게 되므로 백신의 항체가도 향상되는 것이다.
마지막 방안인 링 백신 접종계획에서 ‘링 백신’이란 접종 방식의 일종을 말한다. 조류독감이 발생한 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10㎞의 원(ring)을 그린 뒤 밖에서부터 안쪽으로 백신을 접종해 들어가기 때문에 링 백신 방식이라 부르는 것이다.
박 교수는 “오염이 많이 된 지역으로부터 다른 지역으로 2차감염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바로 링 백신”이라고 소개하며 “결국 조류독감의 확산속도를 줄어들게 만들어 방역에 시간을 벌고자 할 때 이 방법을 사용한다”라고 말했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박 교수는 “조류독감도 국가 재난인 만큼, 동식물방역청 같은 기관이 설립된다면 현재의 농림축산식품부보다 재난전담 조직인 국민안전처의 산하기관으로 설립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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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1-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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