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2,2018

도롱뇽 조직재생 비밀은 적혈구?

강석기의 과학에세이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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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녀석이 뭘 그런 것 같고 그러니?”

거의 40년이 다 돼 가지만 필자는 어느 날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본 장면이 생생하다. 나이 차가 꽤 있던(아마 스무 살 전후였을 것이다) 친구의 형은 한 손을 붕대로 감싼 채 방 한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낙담한 모습이었다. 사고로 새끼손가락 끝 마디가 절단됐다고 한다.

이처럼 기억이 선명한 건 필자가 네 살 무렵 손가락을 크게 다친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의사가 필자 손가락이 너무 작아 꿰매는 데 애를 먹으며 어머니께 “하마터면 잘릴 뻔 했다”고 하더란다.

과장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도 손바닥 방향으로 보면 왼손 가운뎃손가락 첫마디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3cm 길이의 흉터(손가락이 자라면서 길어졌다)가 선명하다.

사실 한 세대 전만 해도 농가나 특히 한약방에서 작두를 많이 썼고 그 결과 작두에 손가락이 잘린 사람이 드물지 않았다. 이처럼 신체 일부가 절단되면 다시는 재생이 안 되기 때문에 딱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모든 동물에서 이처럼 신체 절단이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인 건 아니다. 도마뱀은 위기에 몰리면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데, 잘린 자리에서 다시 꼬리가 난다.

가장 놀라운 건 양서류인 도롱뇽으로 발가락은 물론이고 다리가 잘려도 통째로 다시 난다. 사람으로서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많은 과학자들이 도롱뇽의 조직재생 비밀을 밝히기 위해 뛰어들었다.

도롱뇽으로는 드물게 일본붉은배영원은 성체가 주로 육상에서 생활한다. 일본 쓰쿠바대 연구자들은 일본붉은배영원에서 조직재생 과정에 적혈구가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쓰쿠바대

도롱뇽으로는 드물게 일본붉은배영원은 성체가 주로 육상에서 생활한다. 일본 쓰쿠바대 연구자들은 일본붉은배영원에서 조직재생 과정에 적혈구가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쓰쿠바대

도롱뇽에만 있는 유전자 발현돼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5월 10일자에는 도롱뇽 영원(蠑蚖)의 조직재생 과정에서 적혈구가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힌 논문이 실렸다.

일본 쓰쿠바대 연구자들은 도롱뇽으로는 드물게 성체가 주로 육상에서 생활하는 일본붉은배영원(Japanese fire-bellied newt)을 대상으로 조직재생 과정을 살펴봤다.

다리가 절단된 부위에 적혈구 수십 개와 백혈구의 하나인 단핵구(monocyte) 한두 개로 이뤄진 덩어리가 몰려와 자리를 잡았다.

연구자들은 이 적혈구에서 특정 유전자가 많이 발현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이 유전자는 도롱뇽 외의 다른 동물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이 유전자에 Newtic1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어떻게 게놈이 없는 적혈구에서 유전자가 발현될 수 있을까.

골수에서 조혈모세포가 적혈구로 분화하는 과정에서 세포핵이 사라진다. 따라서 적혈구에는 게놈이 없고 유전자 발현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건 포유류의 얘기이고 양서류의 적혈구에는 세포핵이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양서류 적혈구는 산소운반 외에도 다른 역할을 있을 거라는 추측이 있었다.

흥미롭게도 혈액에 있는 모든 적혈구가 아니라 덩어리를 이루는 적혈구에서만 에서 Newtic1 유전자가 발현됐다. 연구자들은 아직 Newtic1의 기능을 밝히지 못했지만 적혈구가 뭉치는 데 관여하거나 역으로 뭉쳤을 때 나온 신호를 받아 발현돼 다른 기능을 할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붉은배영원 다리의 절단 부위에 적혈구 수십 개(붉은 테두리가 있는 세포)와 단핵구 한두 개(가운데 녹색 점을 포함한 세포)로 이뤄진 덩어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적혈구에서는 도룡뇽에만 있는 유전자 Newtic1이 발현되고 혈관생성에 필요한 단백질도 다량 존재한다.  ⓒ 사이언티픽 리포츠

일본붉은배영원 다리의 절단 부위에 적혈구 수십 개(붉은 테두리가 있는 세포)와 단핵구 한두 개(가운데 녹색 점을 포함한 세포)로 이뤄진 덩어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적혈구에서는 도룡뇽에만 있는 유전자 Newtic1이 발현되고 혈관생성에 필요한 단백질도 다량 존재한다. ⓒ 사이언티픽 리포츠

한편 절단 부위에 몰린 적혈구에는 혈관생성에 관여하는 TGFβ1과 BMP2 단백질이 고농도로 존재했다. 적혈구가 영원의 조직재생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함을 시사하는 발견이다.

사람의 적혈구에는 세포핵이 없고 게놈에는 Newtic1에 해당하는 유전자가 없다는 사실은 포유류 진화에서 조직재생 능력을 희생해서라도 얻어야 했던 중요한 뭔가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거래 뒤에 다시 과학의 힘을 빌어 도룡뇽에서 조직재생 비밀을 훔치려 하는 인류의 욕망이 과연 성취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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