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2,2017

대중과 물리학의 교두보 역할 ‘톡톡’

[인터뷰]박인규 한국물리학회 대중화 위원회 위원장(서울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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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라는 학문은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다. 학문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쉽게 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리는 일상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바탕이 되는 상대성이론은 물리학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대중이 물리학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한국물리학회 대중화 위원회’이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시립대 박인규 교수는 위원회를 두고 ‘어벤져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물리학을 일반인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있다는 의미에서였다.

지난 3월 출범한 ‘한국물리학회 대중화 위원회’는 학자, 언론인, 출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한국사회 내에서 물리학을 어떻게 대중화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모임이다. ‘한국물리학회 어벤저스’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이 모임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것일까.

박인규 교수는 “지난 1월 한국물리학회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되었다”고 말했다. 위원장을 시작하면서 박인규 교수가 내세운 원칙이 있는데 바로 ‘자율적인 운영’이었고, 이를 전제로 위원회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한국물리학회 대중화위원회 위원들. 위원회는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오철우 한겨례 기자, 윤복원 조지아 공과대학 교수, 김시준 EBS PD, 한성봉 동아시아 출판사장, 김상옥 부산대교수, 오원근 충북대 교수, 국형태 가천대 교수로 이루어져 있다. ⓒ 박인규 교수 제공

한국물리학회 대중화위원회 위원들. 위원회는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오철우 한겨례 기자, 윤복원 조지아 공과대학 교수, 김시준 EBS PD, 한성봉 동아시아 출판사장, 김상옥 부산대교수, 오원근 충북대 교수, 국형태 가천대 교수로 이루어져 있다. ⓒ 박인규

처음부터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두고 위원회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박인규 교수는 “무엇을 할지, 어떤 것을 낼지 이야기 하지 말자고 이야기 했다. 각자 아이디어를 내면서 이번학기 모임 동안 ‘방황을 하자’라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방황을 하자’라고 이야기 했지만, 모든 이야기는 결국 하나로 귀결되었다. ‘물리학을 어떻게 대중에게 전달할 것인가’였다. 3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회의에서 결정된 가장 큰 주제는 바로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물리 컨텐츠가 필요하다’라는 것이었다.

박인규 교수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 잡지가 외국에는 많이 있는데, 그렇지 않은 한국의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학회나 단체에서 만드는 홍보 잡지만 존재할 뿐, 이렇다할 과학대중잡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른들을 대상으로 과학잡지가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성인을 위한 물리 대중화 컨텐츠를 만들자”

그렇다면 굳이 왜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물리 대중화 컨텐츠를 만들고자 했을까. 박인규 교수는 기존의 물리 대중화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쉬운 과학’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을 먼저 꼽았다. ‘쉬운 물리’를 대상으로 하는 컨텐츠는 이미 많이 존재하고 있다.

물리학 대중화 위원회는 굳이 같은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컨텐츠는 이미 충분하기 때문에, 차별화를 두기 위해 성인을 대상으로 ‘물리 대중화’를 위한 컨텐츠를 만들자고 뜻을 모으게 되었다.

박인규 교수는 “과학을 꿈꿨던 성인들이 나중에 고등학교를 지나면서 순수과학에 대한 꿈을 잃는 경우가 있다. 혹은 과학 전공을 해도 다른 전공에 대한 학구심의 수요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성인을 위한 물리 대중화 컨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물리학회 대중화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인규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 이슬기/ ScienceTimes

한국물리학회 대중화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인규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 이슬기/ ScienceTimes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도 한 몫 하고 있어

물리학에 대해, 더 나아가 과학기술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바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했기 때문이다. 박인규 교수는 “지난 20세기, 100년 동안 사회를 지배해온 것은 철학자, 사회학자 등에 의한 인문학적 기반의 시선이었다”라고 말했다.

과거 경제학자들은 2차 대전이 종전되면 대공황이 온다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세계는 번영을 이루고 있다. 과거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해석하지 못하지만, 신주류 경제학자들은 달랐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외부의 압력’으로 세상에 변화했다고 해석했다. 여기서 ‘보이지 않는 외부의 압력’은 바로 ‘과학기술’이다.

박인규 교수는 이에 대해 “지난 100년은 원자력 발전을 통한 에너지 공급, 반도체의 발견, 트랜지스터의 발견, 직접회로, 컴퓨터의 시대, 컴퓨터를 통한 인터넷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모든 것이 100년 동안 벌어진 일이다.”라고 했다. 즉, 과학 기술이 생활의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는 의미이다.

대중과 동떨어지게 된 이유에 대한 자기 성찰

대중화 위원회는 대중과 물리학이 동떨어지게 된 이유가 바로 자신들에게 있다는 성찰을 하기도 했다. 현재 학자는 연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업적이 교육만이 아니라 ‘연구’로서 실적도 많이 따지기 때문이다. 사회적 책무를 교육과 업무에 두다보니, 지식을 대중화하고 이웃과 함께 나누는 생각을 등한시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박인규 교수는 “대중화 위원회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계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 집단으로서 대중들을 비전문가로 인식하면서 지식을 알려주어 계몽을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쉬운 컨텐츠로 대중에게 접근하겠다는 의미이다.

“과학적인 해답을 지식채널에서 찾다가 없으니까 비과학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것이 비과학의 루트이다.”라고 하면서 “사람들이 비과학으로 넘어가기 전에 과학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라고 그는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인규 교수는 “물리학의 대중화는 결국 계몽이 아닌, 우리의 필요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한다. ‘우리의 의무’라는 생각을 가지고 물리학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물리학 대중화를 바라보는 위원회의 시각을 알 수 있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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