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6,2018

대왕고래 유전체 완전히 밝혀져

수염고래의 진화 과정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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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을 만들려면 설계도가 있어야한다. 주먹구구식으로 지으면 제대로 된 건축물이 되지 않는다. 생물도 마구잡이로 태어나지 않는다. 생물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설계도에 따라서 정교한 모습을 갖추고 세상에 나온다. 그 설계도는 유전자에 담겨있다.

독일과 스웨덴 과학자들이 지구에서 가장 큰 동물인 대왕고래(흰긴수염고래)를 비롯하여 수염고래 종류 3마리의 게놈(genome)을 완전히 해독하였다고 2018년 4월 5일자 사이언스 데일리가 보도하였다. 이로써 대왕고래와 그 친척뻘 고래들의 진화 과정을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게놈은 한 생물이 가지고 있는 모든 유전정보를 말한다.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를 합해서 만든 말로 유전체라고도 하며, 영어식 발음으로는 지놈이라 한다.  염색체는 세포 안에 있으며, 현미경 관찰시 염색약을 쓰면 잘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모든 유전자는 이 염색체 안에 들어있다.

지리적 장벽 없이도 종 분화가

생물이 새로운 종으로 분화하려면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형태와 습성의 차이가 점점 커져야 한다. 이러한 것을 이소적 종분화(異所的種分化, allopatric speciation)라고 한다. 멀리 떨어져 고립되어 독특한 환경을 가지고 있는 섬에서 생물 종이 분화되는 경우는 흔하다. 다윈 진화론의 배경이 된 갈라파고스제도에 사는 핀치(finch) 새에서 보기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유전자 분석 결과 놀랍게도 수염고래들은 지리적 장벽이 없는데도 다른 종으로 분화하였다. 이러한 현상을 동소적 종분화(同所的種分化, sympatric speciation)라고 하며, 지리적으로 격리되지 않은 지역에서 일어나는 종 분화 현상을 말한다. 동소적 종분화는 동물 경우에는 매우 드문 현상이다.

대왕고래는 지구에서 가장 큰 동물이다. 몸길이는 30미터나 나가고, 몸무게도 180톤까지 나간다.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였던 지질학적 시대까지 모두 포함하더라도, 대왕고래는 멸종해버린 공룡보다 더 큰 몸집을 가지고 있다. 80년대 남획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졌으나, 지금은 포경을 금지하여 개체군이 점차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추세다.

대왕고래는 먼 거리를 회유하기 때문에 전 세계 바다에 지리적인 장벽이 없다. 하지만 몇몇 수염고래 종류는 서로 다른 지역에 살면서 분화하였다. 유전자 분석 결과 유사 종 사이에 유전적인 장벽은 없었다. 이것은 과거에 다른 종간에 유전자가 이미 서로 섞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왕고래와 긴수염고래 사이에 잡종이 생긴다. 암말과 수탕나귀 사이에 종간 잡종인 노새가 생기듯이. 유전적으로 대왕고래와 긴수염고래의 차이는 사람과 고릴라만큼 차이가 있다.

복잡한 진화 과정

유전자가 섞여 종의 분화가 일어나는 일은 드물다. 지리적 격리나 유전적인 격리로 말미암아 유전자가 교환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종간에 번식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연구팀은 대왕고래를 포함하여 수염고래 종류들이 이미 분화된 종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짝짓기 하여 잡종이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분석한 개체가 고작 1~2 마리라서 최근 유전적으로 섞인 증거를 추적하지는 못하였다.

수염고래과(Balaenopteridae)에 들어가는 종류로는 대왕고래 (Balaenoptera musculus), 긴수염고래(B. physalus), 밍크고래(B. acutorostrata), 브라이드고래(B. brydei), 혹등고래(Megaptera novaeangliae) 등 10여 종이 있다. 수염고래의 진화 과정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현재까지 혹등고래가 수염고래과에 속하는 종류 가운데는 가장 연관성이 먼 것으로 분류된다.

동물분류학상 같은 과에 들어가지만 속은 다르다. 외형을 보더라도 혹등고래는 지느러미가 다른 수염고래 종류보다 훨씬 커서 차이가 많아 보인다. 한편 외모가 수염고래 종류와 다르게 보이는 귀신고래는 유전체 분석을 해보면 수염고래 종류와 유사한 것으로 나온다. 이들은 육지 가까운 바다의 바닥에서 갑각류를 잡아먹는 것으로 새로운 생태적 지위를 차지하면서 연관관계가 멀어졌다.

요즘은 범죄 수사나 친자 확인 등 유전자 분석 기술이 다양하게 활용된다. 연구팀은 생물학적인 과정과 생물다양성을 더 잘 이해하는데 유전체 분석이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유전체를 분석하면 지난 수백만 년 동안 고래 개체군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도 알 수 있다.

  •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UST 교수다른 기사 보기
  • 저작권자 2018.04.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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