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민간 차원의 협력을 통해 과학기술 수준의 격차를 하루 빨리 줄여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통일 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박찬모 평양과학기술대학(이하 평양과기대) 명예총장은 서로간 기술 격차가 너무 커다 보면, 통일 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한 교류의 필요성은 커져가고 있지만, 아직 화해의 물꼬는 터지지 않았다. 지난 2012년 5.24 조치 이후 남북교류협력과 관계된 인적.물적 교류가 모두 중단된 상태다.

올해 팔순을 맞이한 노(老)과학자 박찬모 박사는 그럼에도 남북과학기술협력을 위한 열정이 여전하다.
그는 민간 교류를 통해 그 실마리를 찾고 있다. 박 명예총장은 지난 7월 30일 한미한인과학자학술대회(UKC)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 시민권을 가진 젊은 과학자들이 조국의 통일을 위해 평양과기대에서 자원봉사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1년 가운데 6개월을 평양과기대에서 무보수로 강의한다. 함께 봉사하던 포스텍 제자들이5.24 조치 후 평양에 더 이상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빨리 남북한간 화해의 물꼬가 터여야 제가 평양에 갈 일이 없어 좀 편해질 텐데요.” 노 교수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박 총장은 서울대 화공과 졸업 후 메릴랜드대와 KAIST 교수를 거쳐 포스텍 4대 총장을 역임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청와대 과학기술특별보좌관과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을 거쳤다. 통일IT포럼 회장으로 남북한 IT교류의 길을 텄고, 김진경 총장과 함께 평양과학기술대학 설립을 주도했다.
남북한과 미국을 넘나들며 은퇴없는 삶을 살고 있는 박 명예총장은 "언젠가 통일이 되면 과학기술이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사이언스타임즈’와 가진 일문일답.
- 지난 해 소니해킹 사건 이후 북한의 해킹에 대해 관심과 의심의 눈초리가 많은데…
한국에서는 수시로 터져나오는 해킹 사고를 대부분 북한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농협 해킹 사태부터 최근의 한수원 원전 해킹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사이버 해킹을 북한이 저질렀다고 결론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니사의 해킹도 언론에서 북한의 소행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평양과기대에서 해킹은 가르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도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다.
- 해킹에 대한 IT학자로서 견해는.
모든 나라들이 그렇듯, 북한도 사이버 전쟁에 대해 연구할 가능성은 있다. 북한에는 평양과기대와 함흥컴퓨터기술대학이 있다. 평양과기대 출신들은 주로 대학과 연구소로, 그리고 함흥기술대 출신들은 군대로 많이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평양과기대는 어떤 학교인가.
학생들은 북한 최고의 수재들이다. 지난해 처음 졸업생을 배출했다, 사상 최초의 남북합작 대학으로 지난 2010년 설립됐다. 북한의 수재들만 입학할 수 있다. 교수진도 우수해 미국, 캐나다, 영국 등에서 인정받은 박사 학위 소지자들이다.
- 북한과 한국의 기술 격차는.
자본이 필요한 하드웨어는 북한 쪽이 확실히 뒤쳐져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분야는 선진국과 견줘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북한은 애니메이션과 기계번역, 의학 관련 소프트웨어에 치중하고 있다. 학생들도 열심이다. 북한 소학교의 수학교육 시간은 한국의 초등학교의 2배다. 중학교 역시 1.5배는 될 것이다. 북한은 이 정도로 수학 교육에 신경을 쓴다.
- 북한의 인터넷 상황은 어떤가.
북한 내 자체적으로 구축된 국내망(인트라넷)을 사용한다. 일반인들은 제약이 많다고 들었다. 하지만 평양과기대는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학교에 30대 정도 컴퓨터가 비치돼 있는데 대학원생과 교수들은 자유로이 이용 가능하다. 다른 대학들은 인트라넷만 사용하고 있는데, 조만간 인터넷 이용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은 휴대폰을 이용해 인터넷을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과학기술자들에겐 후하게 대접한다. 평양에 미래과학자 거리가 따로 있을 정도다. 또 과학자들에게는 큰 아파트를 줄 정도로 전폭 지원하고 있다.
- 평양에서 휴대폰 사용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평양과기대, 김일성대학, 김책공대 등에선 사용할 수 있다. IT전산망이 많이 제한돼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각 대학과 연구소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 김정은 체제의 북한 분위기는.
정치적으로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외국인들에게 무척 개방적이다. 과거와 비교해 볼 때, 지금 북한은 외국인들에게 천국이다. 아마도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해외유학을 경험해서 그런 것 같다.
- 앞으로 목표는.
남북 간에 더욱 활발한 과학기술 교류가 있기를 바란다. 미국 과학기술계는 현재 정부 입장과는 별도로 북한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고, 오는 10월에 제3차 대회도 준비 중이다.
- 한미과학기술자 학술대회와의 인연은.
지난 1971년 재미과기협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초대 총무간사로도 일했다. 나만큼 많이 협회에 참석한 사람도 없을 것 같다. 대회가 이렇게 크게 성장하고, 한미 과학기술자간에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 미국(애틀란타) = 권영일 통신원
- 저작권자 2015-08-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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