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가 어려운 것은 암세포가 치료에 반응하는 듯하다가 다시 되살아나 번성하기 때문이다.
미국 신시내티 어린이병원 연구진은 화학요법에 저항성이 있는 암세포의 ‘아킬레스 건’인 신호 단백질 두 개를 확인해 화학요법 적용시 이 단백질을 차단하면 혈액암인 백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3월 20일자 의학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암 복합치료에서 신호 단백질인 c-Fos와 Dusp1을 차단하면 치료 저항성 백혈병과 고형 암 등 여러 키나아제 유도 암들을 치료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논문 제1저자인 모하매드 아잠(Mohammad Azam) 박사(실험 혈액학 및 암 생물학부)는 FLT3 유전자에 의해 촉진되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EGFR과 PDGFR 유전자가 촉진하는 폐암, HER2 유전자에 의한 유방암 및 BCR-ABL 촉진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 등이 치료 대상 암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5년 내에 암 치료 사고방식 바뀔 것”
아잠 박사는 “앞으로 5년 이내에 이번 연구 자료가 암 발달과 표적 치료에 대한 기존의 사고방식을 바꿀 것”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키나아제 유도 암들의 잠재적인 아킬레스 건을 확인해 냈고, 우리는 단순한 치료가 아닌 완벽한 치유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세포의 약점은 백혈병과 고형 암 모두에서 암세포 생성에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세포 내의 공통 통과지점(신호전달 마디)이다. 이 신호전달 마디는 신호 단백질인 c-Fos와 Dusp1에 의해 형성된다고 한다. 연구팀은 쥐의 백혈병 세포와 환자가 기증한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 세포의 유전자 발현 분석을 통해 c-Fos와 Dusp1을 확인했다.
CML은 융합 유전자인 BCR-ABL에 의해 형성되는 티로신 키나아제라는 효소가 촉진하는 혈액암이다. 이 융합 유전자는 유전자 BCR(염색체 22번)과 ABL(염색체 9번)이 포함된 전좌된(translocated) 염색체가 만들어낸다. 인간 CML 세포 분석 결과, BCR-ABL-positive 화학요법 저항성 세포에서 c-FOS와 DUSP1 수치가 매우 높게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안 보이다 살아나는 암 잠복 세포
암세포는 종종 키나아제 유도 만성 골수성 백혈병에서의 BCR-ABL과 같은 돌연변이 유전자에 의존한다. 대부분의 화학요법은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 분자 경로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작용하는데, 만성골수성 백혈병 치료는 처음에 이마티닙(imatinib)이라는 화학요법 치료제를 쓴다. 그러나 치료 효과가 일시적이어서 다시 재발한곤 한다.
아잠 박사팀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일으킨 쥐 모델에서 티로신 키나아제 신호와, 인터류킨 IL3및 IL6와 같은 세포 팽창을 지원하는 성장인자 단백질이 융합해 c-Fos와 Dusp1 수준을 극적으로 상승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분자들은 함께 작용하여 암 줄기세포를 생존하게 하고 질환을 최소한으로라도 유지시킨다. 이 휴면세포들은 최초의 화학요법이 가해진 후 추가적인 유전적 변이를 획득해 수면 아래로 잠복하면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린다.
아잠 박사는 Dusp1과 c-Fos가 암 줄기세포를 죽이는 데 필요한 독성 역치를 증가시켜 암 줄기 세포가 생존하도록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의 이마티닙 화학요법이 남아있는 암 줄기세포를 제거하지 못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사들은 독성 역치를 조절하는 Dusp1과 c-Fos 단백질을 치료 목표로 삼지 않기 때문에 화학 요법의 복용량을 증가시킬 수가 없다.

c-Fos와 Dusp1 신호 단백질이 타겟
연구진은 c-Fos와 Dusp1를 확인한 후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을 가진 쥐 모델과 인체 CML세포, 인체 백혈병 세포를 이식한 쥐 모델에서 다양한 치료법을 실험했다. 이와 함께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B-ALL) 치료법도 시험했다.
치료 조합에는 1) 티로신 키나아제 저해제인 이마티닙 단독요법, 2) c-Fos와 Dusp1 저해제만의 단독요법, 3) c-Fos와 Dusp1 분자저해제와 함께 이마티닙을 결합한 요법을 사용했다.
의구심을 보였던 것처럼, 이마티닙 단독 투여시 처음에는 CML 진행이 중단됐지만 백혈병 잔여 세포가 계속 나타나면서 재발했다. 이어 c-Fos 및 Dusp1 억제제 단독 투여에서는 대다수 쥐에서 CML 진행이 유의하게 느려지고 생존 기간이 길어졌지만 제대로 치료가 되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1개월 간 c-Fos 및 Dusp1 억제제와 이마티닙 복합치료를 시행하자 90%의 쥐들에게서 백혈병 잔류 세포가 나타나지 않고 완치되었다.
임상 적용 위한 추가 연구 필요
아잠 박사팀은 c-Fos 및 Dusp1만을 삭제하는 단독 치료와 관련해 흥미로운 발견을 했다. 이 치료는 신호 단백질 발현을 제거하고 쥐 모델에서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을 차단하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번 연구가 실험실 쥐 모델에서 수행됐기 때문에 직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임상에서의 치료 전략을 시험하기 위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특정 유형의 폐암과 유방암 및 급성 백혈병을 비롯한 여러 키나아제 촉진 암의 치료 타겟으로 c-Fos 및 Dusp1을 시험하면서 이번 연구의 후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7-03-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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