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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7-03-21

꿀벌 집단폐사 해결책은? 감정 기복에서 원인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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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적으로 많은 벌들이 집단 소멸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20일  인터넷 포럼 ‘빅 싱크(Big Think)’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후 미국에 있는 벌집 42%에서 벌들이 한꺼번에 죽는 벌집군집붕괴현상(CCD)이 일어났다.

이밖에 브라질, 아프리카, 아시아 곳곳에서 집단 소멸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중이다.  CCD(colony collapse disorder)란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 무리가 돌아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벌집에 남아 있는 여왕벌과 애벌레가 떼로 죽는 현상을 말한다.

CCD가 문제되는 것은 생태계에서 꿀벌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꿀을 따면서 꽃 수술에 있는 꽃가루를 암술로 옮겨 열매를 맺도록 해주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작물 가운데 63%가 꿀벌의 도움을 받는다.

농업현장, 꿀벌 실종으로 위기상황 직면   

특히 아몬드는 꿀벌 없이는 농사 자체가 불가능하고, 사과와 블루베리도 꿀벌 의존도가 90%에 이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원인을 추적해왔다. 그리고 집단 폐사 원인으로 기생충, 바이러스, 농약, 기상 악화, 휴대전화 전파, 살충제 등을 거론해왔다.

꿀벌이 지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능력도 지니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꿀벌 집단폐사의 원인을 추적하는데 새로운 단서로 주목받고 있다.   ⓒ honeybee center
꿀벌이 지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능력도 지니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꿀벌 집단폐사의 원인을 추적하는데 새로운 단서로 주목받고 있다. ⓒ honeybee center

그러나 정확히 확인된 내용은 아직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급한 나머지 꿀벌을 살리기 위한 법령을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시행할 수 없었다.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 하버드대 연구팀이 기술적인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꿀벌처럼 수분(受粉)이 가능한 초소형 로봇을 개발해 농작물에 투입하고 있다. 로봇의 이름은 ‘로보비(robobee)'.  80mg의 초소형 로봇이다.

이 로봇은 초당 120회의 날갯짓을 하고 약 10cm 이상 비행이 가능하다. 날개를 상하로 움직일 수 있으며 회전도 할 수 있다. 개발된 배터리 중 로보비에 탑재할 만한 작은 크기의 배터리가 없기 때문에 몸체에 전선을 달아 전기를 보급한다.

몸체에는 세라믹 가닥으로 이루어진 0.1g 미만의 액추에이터(actuator)가 들어 있으며 탄소섬유 소재의 날개가 달려 있다. 날개와 몸체를 연결하는 관절은 플라스틱 경첩이며 몸체 앞쪽에 제어시스템이 있다.

당초 이 로봇이 개발된 것은 정찰 혹은 재난 지역에서의 수색 및 구조, 의료 장비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금 농업 현장에서 꿀벌을 대체할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꿀벌처럼 수많은 ‘로보비’를 투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결과적으로 이 비용이 식품 가격으로 전가되고, 소비자들이 비싼 식품을 사다먹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근로자들의 임금을 삭감해야 하는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 대처해 대형 식품업체 치리오스(Cheerios)는 ‘#BringBacktheBees’란 타이틀로 꿀벌 살리기 켐페인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종묘회사와 협력해 1억개의 야생화 씨앗 대중에게 공급했다.

대중의 도움을 받아 꿀벌 서식지를 늘려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 방식 역시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중으로부터 호응을 받기 위해서는 대중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데 아직까지 뜨거운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꿀벌의 감정 연구로 집단폐사 원인 추적   

이런 분위기 속에서 꿀벌과 관련된 새로운 연구 결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무척추 동물인 곤충의 경우 감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벌의 경우 감정을 지니고 있으며 집단 폐사 원인이 이 감정 기복과 관련이 있다는 추정이 이어지고 있다.

퀸메리 런던대학의 생물학자 클린트 페리(Clint Perry)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벌은 자신의 행동 패턴을 뚜렷하게 인지하는 것은 물론 미래를 예측하고 행동하는 등 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감정(emotion)과 기분(mood)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구팀은 24마리의 호박벌을 선택해 절반은 설탕이 담겨 있는 파란 색 원통에, 절반은 물이 들어 있는 녹색 원통 안에 살게 했다. 그리고 파란색과 녹색이 혼합된 세 번째 실린더를 준비했다. 파란 색과 녹색 원통과 연결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지켜보았다.

그 결과 설탕이 들어 있는 원통에 있던 벌들은 즉시 새로운 원통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녹색 원통에 있던 벌들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벌들이 과거 경험에 따라 낙관적일 수도 있으며 비관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논문 작성팀장인 라르스 치티카(Lars Chittka) 교수는 “포식자인 거미 형상을 이용한 실험에서도 벌들이 사람처럼 감성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는 “벌들이 지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감정울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동물의 행동에 있어 감정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감정 상태에 따라 행동의 성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뉴캐슬대학 연구 결과에서 꿀벌들은 긴급 상황에 대처해 겁먹은 상황을 연출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과학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은 벌들의 움직임을 감정 차원에서 연구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최근 빈발하고 있는 꿀벌 집단폐사의 원인을 추적해 그 원인을 찾아내고 사라진 꿀벌들을 다시 복귀하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7-03-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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