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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객원기자
2014-06-18

기적을 만드는 재활 로봇의 세계 월드컵 시축한 하반신 마비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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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아레나 데 상파울루 경기장에서 성대하게 막을 올린 '2014 브라질 월드컵'은 개막식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 화제의 주인공은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가 아닌 29세의 평범한 브라질 청년 줄리아누 핀투(Juliano Pinto)였다.

'통합과 희망'을 모토로 하는 브라질 월드컵의 이상을 위해 개막식에 초청받은 줄리아누는 축구는커녕 일어서는 것조차 불가능한 하반신 마비환자다. 그런 그가 마치 휠체어를 박차고 일어나서 킥오프를 했다. 전 세계 축구팬들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 눈앞에서 벌어진 것에 놀랐다.

줄리아누를 일으켜 세운 것은 기적이 아닌 과학이었다. 브라질 출신의 미겔 니코렐리스(Miguel Nicolelis) 미국 듀크대 교수가 만든 로봇 슈트가 비결이다. 이 장비에 달린 헬멧은 뇌파를 감지하는 장치가 달려 있어 주인이 명령을 내리면 등에 달린 컴퓨터가 뇌파의 명령을 해석한 후 로봇 다리에 다시 구동명령을 내린다. 이로써 장애인 핀토가 일어서서 공을 찰 수 있었던 것이다.

군사용으로 개발되고 있는 외골격 로봇 ⓒ ScienceTimes
군사용으로 개발되고 있는 외골격 로봇 ⓒ ScienceTimes

핀토와 같은 장애인들의 고통은 일반인들의 생각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동량이 부족한 척추장애인의 경우 폐활량이 정상인에 비해 약 26.9퍼센트로 떨어진다. 만약에 1초 동안 힘을 들여도 그가 불어낼 수 있는 호흡량은 정상인의 3분의1인 약 33.5퍼센트에 불과하다.

이는 각종 합병증과 심혈관질환의 원인이 된다. 일상생활에 대한 고통은 더 크다. 홀로 세면장에 가서 목욕이나 얼굴 세안을 할 수도 없고, 식사 및 신문을 보는 등의 간단한 행위도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오늘날 과학의 발전은 장애인들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다. 로봇 슈트(robot suit)와 외골격 로봇(robot exoskeleton)처럼 장애인들의 팔과 다리가 되어주는 ‘재활 로봇(rehabilitation robot)’이 바로 그것이다.

피부에 전극 부착, 뇌파 신호 받아

미국 기업 이그젝트 다이내믹스(Exact dynamics)는 재활 로봇 ‘마누스(MANUS)’를 탄생시켰다. 마누스는 24V DC를 동력원으로 하는 재활 로봇으로 7자유도로 움직이는 길이 80센티미터, 무게 13킬로그램의 로봇 팔이다. 최대 2킬로그램의 하중을 들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한다.

사용자의 식탁 앞에 장착된 이 로봇을 구동시키려면 조이스틱을 움직여야 한다. 그 신호에 따라 로봇의 관절 부위에 장착된 적외선 센서와 구동기가 입력된 프로그램에 의해 정해진 동작을 반복, 수행한다. 이를 통해 장애인은 신문 보기, 숟가락을 들어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로봇은 하반신 마비의 장애인을 일으켜 세우는 기적까지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뇌파를 이용한 ‘근전도 신호(electromyographic signal)’ 기술이 필요하다.

지난해 9월 27일 국내 종편 MBN은 한쪽 다리를 잃은 한 남성이 길거리를 천천히 걷는 장면을 소개해 화제가 됐다. 그 남성은 미국인 잭 보티씨로 4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한 쪽 다리를 잃은 장애인이다. 그럼에도 방송 장면에는 그의 걷는 모습이 소개돼 화된 것.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는 미국 시카고 재활연구소(RIC)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 덕분이다. 이 연구소는 절단된 다리 피부에 전극을 부착, 전자신호를 받는 실험을 진행해 결국 성공했다. 이른바 ‘뇌파로 걷는 로봇 다리’를 탄생시킨 것.

등에 장착된 컴퓨터가 구동명령을 내린다.  ⓒ연합신문
등에 장착된 컴퓨터가 구동명령을 내린다. ⓒ연합뉴스

 
시카고 재활연구소 관계자는 “사람에게 로봇 다리를 부착하면 뇌가 다리를 펴고, 무릎을 굽혀야겠다고 생각하면 컴퓨터가 이를 감지해 실행한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바로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이다. 이는 일어서서 걷고 싶은 장애인에게 용기와 희망을 갖게 하는 기술로 알려져 있다.
인간 헤라클레스를 탄생시킨다

외골격 로봇 또는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은 장애인이 자신의 몸에 부착시킨다. 사용자의 뇌가 근육에 생성되는 근전도 신호를 생성하면 컴퓨터는 이를 해석해 수족을 대신하는 보철 장치를 움직일 제어 명령으로 바꾼다.

전문가들은 “근전도 신호의 장점은 근육에서 일어나는 전기 신호만 있으면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이 웨어러블 외골격 로봇은 재활 로봇의 차원을 넘어서 군사용으로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뇌의 운동피질은 신경 충격을 발생시켜 척수를 통해 각 신경에 연속적으로 전달한다. 이 신호는 착용자의 동작 의도로서 근육으로 퍼져나가는데 이 신호를 컴퓨터가 해석해 외골격 로봇의 고출력 액추에이터 구동신호로 증폭해 보내면 팔과 다리 및 인체의 각 부위의 근력을 지원해 무거운 중량을 들 수 있고 가파른 고개를 얼마든지 가볍게 올라갈 있게 된다.

장애인이 아닌 정상인이 이 로봇을 걸치게 되면 괴력의 사나이 ‘헐크’가 될 수 있고, 군사적으로 슈퍼 병사의 탄생을 가능케 해준다. 실제로, 지난 2009년 미 군수업체 록히드 마틴社가 선보인 외골격 로봇 헐크(HULC)는 병사들의 근력을 대폭 향상시켜 24킬로그램의 이 로봇을 병사가 등에 걸치고, 90킬로그램 이상의 짐을 지고도 시속 16킬로미터로 이동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동력원인 배터리는 한 번 충전으로 48시간 동안 작동했다.

복잡한 생체 신호를 로봇의 알고리즘으로 완전히 바꾸는 데는 아직 시간적 장벽이 가로놓여 있지만 장애인을 일으키는 기적의 과학으로 그 미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3@empal.com
저작권자 2014-06-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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