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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황정은 객원기자
2015-01-13

기록 경신 중인 고효율 태양전지 [인터뷰] 석상일 한국화학연구원 그린화학소재연구본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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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에서 제안되고 구현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태양광 파장에 따른 응답도와 기존 인증 소자의 응답도 비교. ⓒ 한국연구재단
본 연구에서 제안되고 구현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태양광 파장에 따른 응답도와 기존 인증 소자의 응답도 비교. ⓒ 한국연구재단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 개발이 시급한 가운데 오래전부터 인류의 염원이 된 것은 태양전지다. 무한한 청정에너지인 태양에너지를 사용하는 만큼 이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돼 왔으며 연구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열쇠는 결국 에너지 변환 효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가에 달려있었다.

하지만 효율을 높이 끌어올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효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해도 이를 위한 비용이 많이 들어 결국 전체적인 비용에서 이점은 없는 셈이었다. 현재 약 90% 이상 사용되고 있는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의 경우도 효율은 높지만, 높은 장치비와 복잡한 제조 공정에서 다량의 에너지가 필요해 결국 매우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했다. 낮은 가격으로 제작이 가능한 유기 및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여전히 낮은 효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효율 20.1%,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록

석상일 박사 ⓒ 한국연구재단
석상일 박사 ⓒ 한국연구재단

국내 연구진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효율을 기록한 태양전지 기술을 개발했다. 석상일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 그린화학소재연구본부 박사팀이 무기물과 유기물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소재 합성을 통해 효율이 높고 저가로 제조 가능한 태양전지 기술을 만든 것이다. 일명 '무·유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로, 연구팀은 저렴한 무기물과 유기물을 결합해 페로브스카이트 결정 구조를 가지면서도 화학적으로 쉽게 합성되는 소재를 이용, 고효율의 태양전지를 제조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에 게재될 정도로 그 성과를 높이 인정받았다.

연구팀이 개발한 것은 태양전지 플랫폼 구조와 균일한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제조 공정을 기반으로 한 고효율의 태양전지 제조가 가능한 페로브스카이트 소재 기술이다. 태양광을 흡수하는 파장 대역을 늘리면서 결정구조의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이번에 개발했다.

석상일 박사팀은 해당 연구를 통해 효율 18.4%의 태양전지를 제조했다. 논문 투고 중 추가연구를 통해, 미국 재생에너지연구소(NREL)가 공인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효율차트에는서 가장 높은 20.1%로 효율이 공식 등재됐다. 이번 연구 전에도 공식 인증 효율 기준으로 16.2%와 17.9 %의 세계 최고 효율을 지닌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발표한바가 있다.

해당 성과를 내기 전 석상일 박사팀은 2013년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 지에 무‧유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플랫폼 구조 기술(광전변환 효율: 12.0 %)을 보고한 바 있으며 2014년에는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 지에 극도로 균일한 무‧유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박막 제조 용액 공정 기술(광전변환 효율: 16.4 %, 공식 인증 효율: 16.2%)을 보고한 바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룬 쾌거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본 연구를 통하여 개발한 태양전지는 무기물과 유기물이 혼합된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를 갖는 물질을 이용한 저가의 화학소재를 저온에서 코팅하는 방법으로 태양전지를 손쉽게 제조할 수 있다. 또한, 복잡한 공정과 고가의 장비를 통해 제조되는 기존 실리콘 단결정계 태양전지나 박막형 태양전지에 필적하는 효율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저가이며 고효율인 태양전지 제조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저희 연구팀은 염료감응 태양전지와 유기태양전지 및 박막태양전지의 장단점을 분석해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처음부터 융합형 연구를 진행한 셈이죠. 일반적으로 많은 경우 현존하는 기술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의 연구를 많이 진행하는데, 저희는 아주 다른 맥락 속에서 새로운 해결점을 찾고자 했습니다. 새로운 태양전지의 시발점을 세워보자 싶었던 거죠. 그러다보니 저희가 갖고 있는 지식과 맥락 속에서 저희만의 연구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차별화된 연구 접근법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얻고 이 지식을 심화시켜 실제 태양전지로 구현할 수 있었던 거죠."

무‧유기하이브리드 태양전지에 집중…첫 효율 0.1%에 불과

새로운 차원의 태양전지를 만들고 싶어 무‧유기 하이브리드 소재와 구조에 주목했지만 처음부터 연구결과가 쉽게 도출된 것은 아니었다. 연구를 시작한 2006년에는 해당 태양전지의 효율이 불과 0.1%에 불과했다. 석상일 박사는 "당시 연구를 진행하며 너무 고민을 많이 해 머리카락이 많이 빠질 정도 였다"며 연구 초기를 회상하기도 했다.

"사실 다른 곳에서는 '유‧무기' 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저희는 '무‧유기 하이브리드 태양전지' 라고 일컫고 있어요. '무기'를 앞에 쓰고 있죠. 저의 개인적인 연구의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보통명사로 사용하는 페로브스카이트라는 단어도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오래전부터 무‧유기 하이브리드 태양전지를 연구한 팀이에요. 사실 태양전지 연구를 진행하기 전까지 연구 주제를 약 세 번 정도 바꿨지만, 모두 무‧유기 하이브리드 소재를 바탕으로 한 연구였습니다. 저는 순수 무기물을 이용한 전자재료를 전공한 연구자인데 여기에 유기물을 접목하면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게 용이한 만큼 다양한 분야로 응용의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무기물 및 유기물 하이브리드 소재'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무‧유기 하이브리드 소재 자체만으로는 사용할 수 있는 용도가 매우 제한 적이었다. 즉, 여기에 적절한 기능을 부여해야 했다. 처음에는 금속 내부식성 코팅제나 플라스틱 표면의 내스크래치용 코팅제 혹은 저온 캡슐화 소재로 활용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유기 하이브리드 소재의 활용 폭을 광‧전기적 특성을 부여하는 쪽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광통신이 중요한 연구주제로 떠올랐기 때문에 여기에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대도 오래가지 않았어요. 2000년대 중반에 막을 내렸죠. 그러다보니 연구과제에 다시 한 번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도한 것이 2006년 무‧유기 하이브리드 태양전지였어요. 이후 지금까지 연구가 진행돼 온 것이죠."

다른 연구자들의 태양전지 연구 과정을 살펴보니 대부분이 염료감응 태양전지 혹은 유기태양전지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경로를 그대로 따라가다 보면 결코 차별성 있는 연구결과는 내놓지 못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후발주자로 연구를 시작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분야를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석상일 박사는 무기물과 유기물을 융합하는 새로운 구조의 태양전지를 구상했다.

"지금에서야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효율이 좀처럼 나오질 않으니까요. 주위의 만류도 많았어요. 사실 어떻게 보면 연구과제가 중간에 멈출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그 정도로 초기 3년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그러한 선택을 하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석상일 박사팀의 이번 연구는 무‧유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고효율 화를 위해 요구되는 태양전지 플랫폼기술을 제안하고, 이러한 플랫폼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는 공정 기술을 개발, 새로운 소재를 설계‧구현해 세계 최고 효율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자 및 소재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무엇보단 기존 상용화된 단결정 실리콘 태양전지나 박막형 태양전지의 광전 변환 효율에 상당히 근접한 결과로써 차세대 태양전지를 실질적‧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조성의 설계를 통한 물질의 광전기적 특성 제어 및 소자의 특성을 제어하는 방법은 관련 분야의 학문 발전에도 큰 활용이 기대된다는 게 학계의 평가이기도 하다.

"앞으로 본 연구의 결과가 상용화로 이어지도록 관련 기술의 심화연구에 더욱 매진하고 싶습니다. 연구소는 이러한 연구를 수행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과 시스템을 제공하기에 향후 좋은 연구 결과를 기대하여도 좋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결국 현실에서 사용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세상을 이롭게 하는 연구를 계속 진행할 것입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5-01-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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