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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희 객원기자
2017-06-16

극저온서 구동, ‘꿈의 배터리’ 개발 전기자동차와 우주탐사 등에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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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전지가 영하 60℃의 극저온에서도 우수한 성능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전해질 화학분야의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됐다. 현재 쓰이는 리튬전지는 영하 20℃ 이하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 공학팀이 개발한 이 새로운 전해질은 전기화학적 축전기의 저온 한계가 영하 40℃인데 비해 영하 80℃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다. 이 전해질 기술은 또 배터리가 극저온에서도 작동이 가능토록 하지만 실온에서도 높은 성능을 유지하게 한다. 이와 함께 에너지 밀도를 증가시키고 리튬 배터리와 전기화학 축전기의 안정성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15일자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이 같은 ‘꿈의 배터리’가 개발됨에 따라 겨울이 길고 추운 지역에서는 전기자동차를 단 한 번 충전해 오래 사용할 수 있고, 기온이 낮은 높은 상공에 띄우는 드론이나 기상기구, 인공위성, 행성 탐사차 및 우주항공 기기 같은 장비를 극한의 추위에서 운용하는 데도 훨씬 용이하게 됐다.

내한성 강한 액화가스에 착안

연구팀이 개발한 배터리와 전기화학 축전기는 전류를 흐르게 하는 전해질이 적당한 온도에서 액화되는 액화가스용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현재 사용되는 표준 리튬전지보다 내한성이 훨씬 강해 잘 얼지 않는다. 새 배터리 전해질은 액화 플루오로메탄 가스(liquefied fluoromethane gas)로 만들었고, 전기화학적 축전기 전해액은 액화 디플루오로메탄 가스로 제조했다.

이번 논문의 시니어저자이자 UC샌디에이고대 나노공학 교수인 셜리 멩(Shirley Meng) 교수는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탄소 건전지에서 벗어나는 탈탄소화는 에너지 저장기술의 혁신에 달려있고, 더 나은 배터리는 비용 대비 성능이 좋은 전기자동차를 만드는데 필요하다”며, “배터리와 초고용량 축전기 및 둘의 융합체가 작동하는 온도 범위가 넓어지면 이 같은 전기화학적 에너지 저장기술을 더 많은 새로운 시장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그와 관련한 유망한 경로를 보여주며, 이 비전통적인 접근방식의 성공이 과학자와 연구자들에게 이 분야의 미지 영역을 탐구하도록 자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멩 교수는 UC샌디에이고대 ‘에너지 저장 및 변환 연구소’를 이끌며 ‘지속 가능한 전력과 에너지 센터’ 이사를 맡고 있다.

액화가스로 만든 새로운 전해질을 사용한 리튬 배터리와 축전기는 극저온에서도 구동이 가능하다.  Credit: David Baillot/UC San Diego Jacobs School of Engineering
액화가스로 만든 새로운 전해질을 사용한 리튬 배터리와 축전기는 극저온에서도 구동이 가능하다. Credit: David Baillot/UC San Diego Jacobs School of Engineering

차세대 전지 개발은 전해질이 핵심”

논문 제1저자이자 멩 교수 연구실 박사후 과정 연구원인 사이러스 러스톰지(Cyrus Rustomji) 박사는 “일반적으로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의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전해질이 1차적인 걸림돌로 여겨지고 있다”며, “액체 기반 전해질은 철저하게 연구돼 현재 많은 이들이 고체 전해질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우리는 그 반대로 위험을 무릅쓰고 가스 기반 전해질의 사용을 탐구해 왔다”고 밝혔다.

전기화학 에너지 저장장치용 가스 기반 전해질을 연구한 팀은 UC샌대에이고대 연구원들이 처음이다.

미래에 이 기술은 우주 탐사를 하는 우주선의 전력 공급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 러스톰지 박사는 “화성 탐사차는 저온 사양이 필요하나 대부분의 기존 배터리들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 하고 있으나 우리가 개발한 새로운 배터리 기술은 비싸고 무거운 발열체를 추가히지 않고도 이런 사양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스가 기존의 액체 전해질이 동결되는 온도인 낮은 점도에서도 특히 잘 작동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점도가 낮으면 이온 이동성이 높아져 극한의 추위에서도 배터리 또는 축전기가 높은 전도성을 띨 수 있다”고 러스톰지는 말했다.

두 가지 가스후보 물질에 초점 맞춰

연구팀은 가능성 있는 가스 후보물질을 탐색하면서 두 가지 새로운 전해질에 초점을 맞췄다. 하나는 액화 플루오로메탄, 다른 하나는 액화 디플루오로메탄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이 전해질들은 탁월한 저온 성능 외에도 독특한 안전상의 이점을 지니고 있다. 배터리가 위험한 화학반응을 일으킬 정도로 뜨거워지면서 가열되는 열 충격을 완화시킴으로써 실내온도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도 자가 발열을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전해질이 고온에서 염분을 용해하는 능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배터리가 전도성을 잃고 작동을 멈추기 때문이다.

러스톰지는 이것이 “배터리가 과열되는 것을 막는 자연 종료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장점은 종료 후 원상태로 되돌아온다는 점이다. “배터리가 뜨거워지면 곧 작동을 멈추지만 냉각되면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다”며, “기존의 배터리에서는 드문 일”이라는 것.

이와 함께 자동차 사고가 나서 배터리가 부서져 전기가 단락되면 전해질 가스가 배터리 셀에서 빠져나와 전해질 전도도가 떨어지게 되므로 열 충격 반응을 방지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액체 전해질로는 피하기 어려운 문제다.

내한성 전해질을 개발한 사이러스 러스톰지 박사(오른쪽)와 연구팀 일원인 양유첸 양(Yangyuchen Yang) 연구원. Credit: David Baillot/UC San Diego Jacobs School of Engineering
내한성 전해질을 개발한 사이러스 러스톰지 박사(오른쪽)와 연구팀 일원인 양유첸 양(Yangyuchen Yang) 연구원. Credit: David Baillot/UC San Diego Jacobs School of Engineering

새 전해질, 리튬 금속 전극과 호환돼

멩 교수와 러스톰지 박사팀은 이번 연구로 리튬 금속 전극과 잘 맞는 전해질 개발의 꿈을 이루는 데도 한발짝 다가섰다. 리튬은 기존의 전극보다 더 많은 전하를 저장할 수 있고 더 가볍기 때문에 최적의 전극 재료로 간주되고 있다. 문제는 리튬 금속이 종래의 액체 전해질과는 비효율적 반응을 한다는 점이었다. 이 화학반응으로 인해 리튬 금속의 전기력과 양을 나타내는 쿨롱 효율이 낮아져 배터리 작동이 멈추기 전에 충전과 방전 횟수를 제한해야 한다.

리튬 금속 전극과 함께 종래의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또다른 문제점은 반복된 충전과 방전을 하면 리튬이 전극의 특정지점에 쌓일 수 있다는 점. 이는 배터리 일부를 관통할 수 있는 나뭇가지 같은 바늘형 구조물을 키워 배터리가 단락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연구팀은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했다. 먼저 저점도 전해질을 사용하고 다음으로 전극에 높은 기계적 압력을 가한다. 이어 리튬 금속 표면에 이상적인 화학적 구성을 만들기 위해 플루오로화된 전해질 첨가제를 사용했다. 새로 개발된 액화가스 전해질은 이 같은 세 가지 특성을 모두 하나로 결합했다.

전극 상에 형성된 계면은 나뭇가지 같은 구조물이 없는 고도로 균일한 표면으로 97% 이상의 높은 쿨롱 효율과 향상된 전지 전도성을 보였다. 이것은 전해질이 리튬 금속과 전통적인 캐소드 물질 모두에서 고성능을 나타낸 첫 사례로서 배터리 전체의 에너지 밀도를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고 연구원들은 말했다.

벤처기업 통해 상용화 모색

연구원들은 앞으로 배터리와 전기화학적 축전기 모두의 에너지 밀도와 충전 가능 횟수를 향상시키고 더 낮은 영하 100℃에서까지도 작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배터리는 목성과 토성 탐험 우주선에 전력을 공급하는 새로운 기술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러스톰지 박사는 UC샌디에이고 연구팀을 기반으로 ‘South 8 Technologies’라는 벤처기업을 통해 이 기술의 상용화를 모색하고 있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7-06-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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