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손으로 직접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손맛’을 느끼는 활동이 유행이다. 만년필로 시집을 베껴쓰는 ‘필사’, 글자의 모양을 예쁘게 꾸미는 ‘캘리그래피’, 빈칸에 채색을 해 그림을 완성하는 ‘컬러링’ 등이 이른바 힐링 아이템으로 인기를 끈다.
영상 기술의 발달로 화면만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던 시청자들이 변하고 있다. 자신의 몸을 이용해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하고 터치스크린 대신에 전통적인 도구를 손에 쥐며 직접적인 신체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사회 곳곳에서 ‘복고’가 유행하고 있다.
기술의 반격도 만만찮다. 태블릿과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색을 칠하고 그림을 그리는 애플리케이션이 속속 개발되어왔다. 종이에 글씨를 쓰면 실시간으로 디지털 기기에 저장해주는 볼펜도 판매되는 상황이다.
이번에는 그림을 가르쳐주는 로봇팔도 등장했다. 사람의 팔에 끼우면 관절 모터가 작동해 강제로 손을 움직이게 한다. 팔에 힘을 뺀 채 로봇의 움직임에 몸을 맡기면 도형이나 그림을 그려주는 외골격 방식이다.
코펜하겐 인터랙션 디자인 대학원(CIID)에서 내놓은 ‘티처(Teacher)’는 인간의 활동을 대신하지 않고 오히려 신체활동을 도와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기술이 정교화되면 미술, 음악, 체육 분야에서 교육 기자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인간 대체하는 인공지능의 등장 우려하는 과학자들
‘터미네이터’를 비롯한 많은 영화에서는 기계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역할이 줄어드는 부정적인 미래를 상정한다. 애니메이션 ‘월-E’에서는 컴퓨터에 모든 것을 맡기고 신체활동을 줄인 탓에 비만 상태로 살아가는 인간들이 등장한다.
컴퓨터가 단순한 기계의 차원을 넘고 인간의 두뇌 수준을 따라잡기 시작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찬반 논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세계적인 과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박사는 “한 번 개발이 시작되면 빠른 속도로 스스로 진화할 것”이라며 “인공지능의 논리적인 진화 입장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의 에릭 호비츠(Eric Horvitz) 수석연구원은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의식을 가질 수는 있지만 그로 인한 혜택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라고 반박했다. 구글을 창업한 래리 페이지(Larry Page) CEO는 “경제적으로 인간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인공지능의 적극적인 개발을 찬성했다.
반면에 우주선과 전기자동차 등 최신 기술을 주도하는 엘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회장은 “인공지능은 핵무기 개발보다 위험하다”며 “악마를 불러들이는 행위”라고 섬뜩한 경고를 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인간을 이롭게 하는 인공지능만을 개발하는 미래생활연구소(FLI)에 1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하고 기술고문으로 활동 중인 빌 게이츠(Bill Gates)도 호킹 박사와 머스크 회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수십 년 내에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초지능(super intelligence)’ 수준으로까지 발전하지 않도록 인간이 관리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기계와 인간은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일까. 게이츠 고문은 “최신 기술이 인간의 지능을 떨어뜨린다고 볼 수 없다”며 오히려 사람들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고 평가했다. 또한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로봇은 인간에게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이송하는 로봇이나 과일을 수확하는 로봇 등은 인공지능과는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결론이다.
컴퓨터나 기계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말자는 움직임도 등장하고 있다. 최신 DSLR 카메라 대신에 사람이 직접 초점을 맞추고 빛의 양을 조절하는 수동 카메라의 판매율이 늘고 있다. 버튼만 누르면 앞으로 뒤로 빨리 이동하는 CD나 MP3 파일 대신에 손으로 바늘을 들어 움직여야 다음 곡을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을 다시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필사, 캘리그래피, 컬러링북처럼 사람이 손으로 직접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 취미도 유행처럼 번지는 상황이다. 그런데 연습을 거듭해도 좀처럼 실력이 나아지지 않아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는 이런 사람들도 기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람의 팔을 직접 움직여가며 그림을 가르쳐주는 로봇팔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인간의 신체활동 도와주는 신개념 웨어러블 기기
디자이너 겸 공학자로 활동해온 사우라브 다타(Saurabh Datta)는 코펜하겐 인터랙션 디자인 대학원(CIID)의 졸업작품으로 ‘티처(Teacher)’라는 이름의 로봇팔을 내놓았다. 사람의 몸에 부착하는 ‘엑소스켈레톤(exoskeleton)’ 즉 외골격 방식의 기계장치다.
어깨와 손목에 장치를 연결하고 팔에 힘을 뺀 채 손에 연필을 쥐고 있으면 자동으로 움직이며 도형을 그리게 한다. 이른바 ‘강제 피드백(forced haptic feedback)’ 기능이다. 사람이 로봇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사람의 팔을 통제하고 움직이게 한다는 의미다.
센서나 화면을 탑재해서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시청각적 자극만을 주는 현재의 웨어러블 기기와는 사뭇 다른 방식이다. 미술, 음악, 체육 등 반복 훈련에 의해 실력이 나아지는 특정 행동을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타 연구원은 강제적으로 손을 움직이게 한다는 뜻의 ‘포스트 핑거(Forced Finger)’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의 신체활동을 돕는 로봇팔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왔다.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거나 기본적인 도형을 그리는 등 단순한 기능에서 시작해 점점 발전하고 있다. 전체 개발 과정은 프로젝트 홈페이지(http://www.dattasaurabh.com/Portfolio/Final-Project-CIID-2014)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개발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계가 자신의 팔을 조종하는 강제 동작 피드백에 불편함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로봇과의 연결부위를 팔 전체가 아닌 어깨와 손목 정도로 제한한 것도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서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동작 특성을 학습하는 기능도 탑재했다. 쓰면 쓸수록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그림을 가르쳐주는 식이다. 기계가 인간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방식에 맞춰서 동작하는 인간 중심 디자인(human centered-design)을 고민한 결과다.
티처의 쓰임새는 단순히 교육 기자재의 역할에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계와 인간이 서로의 동작에 영향을 주고 또 받는 피드백 시스템을 연구하면 다른 분야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무인자동차에게 운전을 맡겼다가도 위험한 순간에 사람이 개입을 하면 자연스럽게 조종 권한을 넘겨줄 수 있을 것이다. 기계가 사람을 지배한다는 우려도 줄일 것으로 보인다.
- 임동욱 객원편집위원
- im.dong.uk@gmail.com
- 저작권자 2015-03-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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