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랜드의 활화산에 열에너지를 공급하는 지구 맨틀의 열점(hotspot)이 가까운 곳에 있는 그린란드의 얼음 해빙 속도 측정을 오도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21일자에 보고된 연구에 따르면 열점이 그린란드 밑의 맨틀 암석을 유연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그린란드 빙상의 얼음 소실 계산을 왜곡해 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해마다 200억톤이 계산에서 빠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공저자인 마이클 베비스(Michael Bevis) 미국 오하이오대 석학교수(지구역학)는 이 계산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추정한 2003년부터 2013년 사이의 얼음 소실량은 2500 기가톤이 아니라 거의 2700 기가톤에 가까우며, 이는 7.6%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베비스 교수는 “이런 차이점의 수정은 크게 지나치지 않는 보정”이라며, “그 정도로는 그린란드 전체 얼음 소실 총량 추정치를 변화시키지 않으나 어떤 장소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고 또 일어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해빙에 따른 해수면 상승 이해하는 중요한 연구”
덴마크공대 국립 우주 연구소[the National Space Institute at the Technical University of Denmark (DTU Space)] 슈파캇 칸(Shfaqat A. Khan) 박사가 주도하고 다국적 연구진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그린란드 빙상 아래의 지구 활동을 심도 있게 탐구함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이 지역 얼음 소실 측정을 개선하고 기후 변화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는 성과를 올렸다.
미국 버펄로대 지질학자 베이아터 시사토우(Beata Csatho)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표 아래의 지질학적 프로세스가 얼음 소실, 궁극적으로는 해수면 상승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더욱 잘 이해하는 중요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며, “빙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그 아래 암석층과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를 깊이 알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융기 과정을 세밀하게 포착하기 위해 암반층에 고정된 GPS기지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사용했다. 분석 결과 이전의 연구들이 과거와 현재의 얼음 소실을 과소평가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그린란드, 맨틀 안으로 가라앉다 얼음 녹으며 다시 상승 중
그린란드가 위치한 곳의 지각은 현재 북서쪽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으며, 4천만년 전에 현재 아이슬랜드 지표 아래의 부분적으로 용융된 암석이 있는 열 기둥 부위를 통과했다는 게 베비스 교수의 설명이다.
마지막 빙하기 동안에 그린란드의 빙상은 지금보다 훨씬 컸다. 워낙 무겁다 보니 부드러운 맨틀 안으로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으나 빙하기 말 빙상의 많은 부분이 녹자 무게가 줄어들면서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 현재 그린란드는 지표 아래 맨틀 암괴류의 대류 현상이 지속되면서 계속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빙하기 후 반동(postglacial rebound)이라 불리는 이 같은 융기 현상은 지표면 상승에 따른 변화로 얼마나 많은 빙상이 줄어들었는가를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기반암 상승에 의해 얼마나 많은 융기 변화가 일어났는가를 계산해야 한다.
“현재 상태는 과거의 마지막 빙하기 말기 상황과 유사”
베비스 교수는 그린란드 아래에 맨틀의 흐름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중력 발견과 기후 실험’[the Gravity Recovery and Climate Experiment (GRACE)] 위성들이 2002년 세계 곳곳의 중력 신호를 측정하기 시작했을 때 과학자들은 지각 아래 물질덩이(mass)의 흐름에서 지표에 있는 빙상 덩이의 변화를 분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베비스 교수는 “GRACE 위성은 지구 물질 덩이와 기간을 측정했으나 얼음과 암석 덩이 사이의 차이점을 밝혀낼 수가 없어 총 물질덩이의 변화에서 얼음덩이의 변화를 추정하기 위해 지구 안 모든 물질덩이 흐름을 반영하는 모델이 필요했다”며, “만약 그 모델이 오류를 나타낸다면 GRACE 위성으로부터 추정된 얼음덩이 변화량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암괴류 모델은 연구자들이 맨틀의 점도에 관해 모은 자료들에 토대를 두고 있다. 원래의 모델은 매우 전형적인 맨틀 점도를 상정하고 있으나 아이슬랜드의 열점과 인접해 있는 그린란드의 상황은 그와는 매우 다른 양상을 나타냈다.
전체 얼음 소실에서 7.6%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그린란드 GPS 네트워크(GNET, the Greenland GPS Network)팀이 빙상의 어떤 곳들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 했기 때문이다. 새로 얻어진 결과들은 지금의 얼음 소실 패턴이 마지막 빙하기 말기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나타내준다.

세계 도처의 해빙 현상 측정에 도움
베비스 교수는 “이 같은 결과는 매우 중요한 세부적 사실로서 우리는 세계에서 두번 째로 크고 가장 불안정한 빙상에서의 얼음 소실에 대한 공간적 패턴을 정밀화하고 이 패턴이 전개되는 양상을 학습함으로써 얼음 소실 과정에 대한 이해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며, “이는 해수면 상승에 대해 더 나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 예측을 가능케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GPS를 이용해 그린란드 해안을 따라 지각 상승 여부를 측정했다. 이를 통해 동쪽 해안의 인접한 두 지점에서 표준모델이 예측한 것보다 더 빨리 지각이 상승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에 따르면 빙상의 남동지역은 연간 12mm의 예기치 않게 빠른 융기율을 나타냈는데 이는 맨틀이 더 뜨거워지면서 점도는 낮아지고 이로 인해 탄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나타내 준다. 시사토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매우 흥미로운 탐구로서 빙상의 중요한 융기 과정을 이해하는 새롭고도 색다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베비스 교수는 “아이슬랜드 열점 경로 위에 있는 두 지점에서 변칙적인 지각상승률이 나타날지는 예상하지 못 했었다”며, “처음에 이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고 나중에 그 관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발견이 세계 도처의 해빙 현상을 측정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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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9-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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