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17,2018

귀에 꽂는 컴퓨터 ‘히어러블’

웨어러블 시장의 차기 주자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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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를 건너던 한 젊은 남성이 갑자기 오른쪽 귀를 손가락으로 톡톡 친다. 곧 이어 그는 ‘OO에게 전화해줘’라고 말한 뒤 상대방과 대화를 나눈다. 잠시 후 커피숍으로 들어간 그 남성은 손목에 차고 있는 스마트워치를 확인한 뒤 고개를 좌우로 혹은 위아래로 흔들어 전화를 끊거나 받는다. 그 남성이 그런 행동을 하는 건 귀에 히어러블을 꽂고 있기 때문이다.

히어러블이란 ‘히어(hear)’와 ‘웨어러블(wearable)’의 합성어로서, 귀에 꽂는 스마트 기기를 말한다. 웨어러블이란 개념이 들어간 까닭은 단순한 스피커 개념의 이어폰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남자가 차고 있던 히어러블의 경우 150여 개 이상의 소형 부품으로 이뤄져 있어 귀에 끼는 작은 컴퓨터로 불리는 제품이다.

또한 20개 이상의 센서가 있어 귀를 위아래 혹은 좌우로 흔드는 등의 세심한 제스처를 인식할 수 있다. 그 제품의 경우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면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고, 좌우로 흔들면 걸려온 전화가 끊긴다. 주머니 속의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마치 컴퓨터의 자판이나 마우스처럼 마음대로 스마트폰을 조종할 수 있는 것이다.

귀에 꽂는 작은 컴퓨터 히어러블이 기존 웨어러블 시장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 위키피디아(Nicolas Sadoc)

귀에 꽂는 작은 컴퓨터 히어러블이 기존 웨어러블 시장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 위키피디아(Nicolas Sadoc)

스마트폰과 음악 플레이어를 선 없이 연결하는 히어러블이 인기를 끌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대부분의 스마트폰 사용자는 유선 아날로그 이어폰 대신 가상비서 역할을 척척 해내는 히어러블을 귀에 꽂고 다닐 것으로 전망된다.

한쪽 귀에만 장착하는 블루투스 헤드폰은 이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좌우 스피커를 연결하는 코드마저 없앤 ‘완전 와이어리스 스테레오(TWS : Truly Wireless Stereo)’ 이어폰이 급증한 배경 중 하나는 애플사가 아이폰7부터 이어폰용 미니잭을 제거한 에어팟을 출시하면서부터다.

작고 가벼워 착용할 때 부담 없어

2016년 9월 케이블이 없는 에어팟이 공개되자 분실과 도난 우려가 높으며 아이들이 삼킬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 한때 조롱이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에어팟으로 인해 지능이 없는 유선 이어폰보다는 귀에 꽂는 컴퓨터인 히어러블의 진면목이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에어팟의 가장 큰 특징은 가상비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인데, 두 번 두드리기만 해도 애플의 AI 기반 음성 비서 서비스인 시리를 활성화해 음성 명령으로 음악 재생을 조작하거나 배터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에어팟에는 귀에 꽂는 동작을 인식할 수 있는 가속도계가 장착돼 있어 사용자가 말을 할 경우 주변의 소음을 걸러내 주변이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작은 목소리로 상대방과 통화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

현재 많은 기업들은 주춤세를 보이고 있는 웨어러블 시장을 히어러블이 살릴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귀로 이용하는 히어러블의 경우 기존 웨어러블 단말기가 가진 과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히어러블은 어느 웨어러블 기기보다 작고 가벼워서 사용자가 착용할 때 몸의 부담이 적습니다. VR 고글의 경우 약 500g에 달하는 무게로 인해 장시간 머리에 장착하기가 어렵습니다. AR 글래스 역시 대다수 제품이 수십g에 달해 안경보다 몇 배나 무겁습니다. 하지만 TWS 이어폰의 대다수는 수g으로 가벼워서 장착해도 신체적 부담을 적을 뿐더러 착용한 채 거리를 걷는 것에 대한 사회적 저항감이 적은 편이다.

또한 히어러블은 밴드형 웨어러블보다 혈류와 심장박동 등을 측정하기 쉬워 헬스케어용으로도 가능성이 열려 있다. 손목에 차는 밴드형 단말기의 경우 혈류량을 손목으로 측정하므로 약간 추워지거나 손목을 조금 흔들기만 해도 정확한 데이터 취득이 어렵다. 하지만 귀는 그런 오차가 적으며 뇌와 가까워 이용자의 건강에 중요한 데이터를 얻기에 용이하다.

실시간 통역 기능으로 자유롭게 대화

응용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히어러블의 장점 중 하나로 꼽힌다. 즉,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통한 주변 소음의 차단과 동시통역기능, 외부 소리를 임의의 비율로 이어폰의 소리에 겹치는 기능 등 소리의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의 실현이 가능하다.

또한 히어러블을 이용하면 공장 및 병원 등에서 이용자의 상세한 위치정보를 토대로 작업원과 간호사 등의 동선을 파악해 실시간 인원 배치의 최적화가 가능하다. 이어폰과의 대화만으로 열차 및 비행기 티켓의 구입도 가능하며, 탑승시에는 외이(外耳) 형상을 통해 본인 인증으로 티켓을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에서는 졸음운전 여부 등 운전자의 상태를 체크하는 데 사용할 수 있으며, 외국 여행시 히어러블이 관광 가이드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네이버가 개발한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 ‘마스(MARS)’는 올해 1월에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 ‘CES 2018’에서 헤드폰 분야 최고 제품에 수여되는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이 제품은 AI 플랫폼 ‘클로바’와 연동해 전화통화 및 음악감상은 물론 파파고 서비스 기반의 동시통역 기능을 지원해 10개 언어로 자유롭게 대화를 할 수 있다.

구글의 스마트폰 픽셀2에 연동되는 블루투스 이어폰 ‘픽셀버드’는 40개 언어를 실시간으로 번역해 사용자에게 들려준다. 또한 탑재된 터치패드를 이용해 음악재생, 음량조절은 물론 구글 AI 서비스인 ‘어시스턴트’를 실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본 기업 JVC는 프로의 연주를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자신의 악기를 연주해 프로와의 가상 세션을 즐길 수 있는 아마추어 뮤지션용 히어러블을 개발했으며, NEC는 지문 대신 귀의 내부 형상으로 본인을 인증할 수 있는 무선 이어폰 제품을 올해 출시할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지난해 5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2022년까지 전 세계 히어러블 시장이 연평균 101.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2016년 40만대에 그친 히어러블 출하량이 2022년에는 2330만대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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