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지난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진정한 웨어러블(wearable) 디바이스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의료 분야에서 그 가치를 실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조만간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심박수를 측정하거나, 혈액의 화학성분을 조사하는 과정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며 “그렇게 되면 모든 데이터를 의료진이 함께 공유하게 되므로, 병원 방문 이전에 치료에 필요한 만반의 준비가 갖춰지게 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슈미트 회장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이제 의료분야로 까지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군인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역할로 까지 진화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군인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피스오알지(phys.org)는 미 버팔로대의 과학자들이 군인들의 안전을 위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이들이 추구하는 연구개발 목표는 군인들이 전투에서 이기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군인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링크)
버팔로대 연구진이 개발하고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피부에 부착하는 패치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피부에 부착된 채 심전도와 맥박수, 그리고 호흡 등의 정보를 수집한다. 이를 통해 군인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나 ‘혹시 위급한 상황에 놓인 것은 아닌지’, 그리고 ‘병사들이 사망한 것은 아닌지’ 등을 실시간으로 알아낼 수 있다.
그렇게 군인 개개인의 건강상태를 수집하다가 스트레스 지수나 피로도, 회복력에 대한 수치가 위험한 정도에 이르게 되면, 이를 패치 시스템이 인지하여 경고 신호를 본인은 물론 군인의 상관과 본부로 전송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개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패치 형태로 제작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게 때문이다. 현대전에서 군인들은 엄청난 무게의 장비를 들고 다니면서 전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가볍고 편안하게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는 장치로 패치만큼 적합한 형태가 없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패치와 센서로 이루어진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두발목과 한쪽 팔에 장착한다. 이 위치에 장착하는 이유는 무선으로 전송할 심전도 데이터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심박수 같은 정보들을 취합하여 본부의 의무대로 전송하기에 적합한 부위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버팔로 공대의 앨버트 타이터스(Albert Titus) 교수는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압축 기술을 총동원하여 초경량이자, 무선 통신이 가능한 디바이스를 만들 수 있었다”라고 전하며 “이를 통해 마치 병원의 각종 측정 장비들을 몸에 부착한 것처럼 환자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신체적 능력을 회복시켜
이번 프로젝트는 미 해군연구소가 운영 중인 ‘중소기업기술이전 프로그램’을 통해서 15만 달러의 연구비 지원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중소기업과 연구기관이 군사적 및 상업적인 애플리케이션으로 이용될 수 있는 기술을 발전시키자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그 중에서 패치형 웨어러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기관은 버팔로대 생물의료공학연구소이고, 중소기업은 센션트사이언스(Sentient Science)사다. 이 회사는 센서와 소프트웨어 개발하고 있는 회사로서, 실시간으로 의료 데이터와 생리학적인 데이터를 컴퓨터 모델과 결합하는 웨어러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패치형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입수한 데이터가 컴퓨터 네트워크에 입력되면, 센션트사이언스가 개발한 시스템인 '디지털클론 라이브 소프트웨어(Digital Clone Live Software)'와 결합하게 된다. 이 시스템에는 지형과 날씨 등 환경적인 정보들뿐만 아니라, 군인들의 활동 수준과 같은 일들을 고려하는 복잡한 알고리즘을 포함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 시스템은 데이터를 분석하여 군인들의 개인적인 건강 상태에 대한 경고 신호를 전송해 준다. 물론 필요하다면, 현장에 있는 응급 의료시설에 대한 정보도 제공해 줄 수 있다.
이와 같은 기능에 대해 센션트사이언스의 매니저인 제니퍼 해거티(Jennifer Haggerty)는 “이러한 아이디어가 군인들의 인지적 능력과 신체적 능력을 향상시켜줄 것”이라고 예상하며 “그렇게 되면 군인들의 회복력은 향상될 것이고, 반면에 신체적 부상과 정신적 부상 등은 감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이터스 교수도 “산을 오르며 45킬로그램(kg)의 짐을 들고 가거나, 폭탄을 피해야 될 때, 군인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설명하며 “우리가 개발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군인들이 이처럼 고되고 위험한 상황을 만났을 때, 신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측정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민간용으로도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심장에 문제가 있는 환자를 모니터링 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다. 협심증이나 심각한 부정맥이 있어서 급작스럽게 심장이 정지될 우려가 있는 환자에게 심전도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장착한다면, 입원은 물론 퇴원 후에도 지속적인 응급 상황 관리가 매우 편리해지는 것이다.
한편 국내 연구진도 이와 유사한 개념의 패치형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개발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 소속의 김대형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파킨슨병 등 운동장애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징후를 분석하여 치료까지 하는 패치형 웨어러블 나노소자를 개발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디바이스에 탑재되어 있는 다양한 전자소자는 피부와 비슷하게 25퍼센트(%) 가량 늘어날 수 있어서 피부에 붙여도 가볍고 편하다. 또한 패치형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손목 부위에 붙여도 손목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내장된 센서가 운동장애 패턴을 상시 측정하면, 메모리 소자에 측정 결과가 저장된다. 그러면 히터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피부에 투여하는 약물의 양을 온도로 조절한다. 온도를 높이면 약물 투여량이 늘어나고, 낮추면 줄어든다.
이번 연구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김대형 교수는 “우리 연구진이 개발한 패치형 웨어러블 나노소자는 파킨슨병이나 수전증, 그리고 간질 등 데이터를 정량적으로 측정하여 실시간으로 진단해야 하는 운동장애 질환 치료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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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4-11-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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