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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객원기자
2014-07-21

구리 나노와이어로 ITO를 대체하다 [인터뷰] 한승용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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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전극은 다양한 전자장치에 활용되기 때문에 첨단 기기가 보편화된 지금, 매우 중요한 위치에 서 있다. 차후에도 대면적 에너지저장장치와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등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명전극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투명전극 소자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ITO(Indium Tin Oxide)로 이는 가시광선 영역에서 높은 투과성을 갖고 있음에도 저항이 낮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세라믹을 기반으로 하는 물질인 만큼 인장력에 약할 뿐 아니라 인듐의 희귀성으로 인해 가격이 상승할 수 있는 우려가 한계로 지적되곤 했다.

상온서 구리나노와이어 산화 억제기술 개발

한승용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 ⓒ 황정은
한승용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 ⓒ 황정은

희귀한 인듐을 사용하는 만큼 많은 연구진은 ITO를 대체하기 위한 다양한 투명전극을 개발 중에 있다. 대표적으로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금속 그리드, 금속 나노와이어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만 이 중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것은 금속 나노와이어 기반의 그물망 구조  투명전극이다.

국내 연구진이 상온에서 레이저를 이용해 구리 나노와이어의 산화를 억제하는 방법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고승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와 양민양 카이스트 기계항공공학부 교수가 주도하고 한승용 카이스트 연구원과 홍석준 서울대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에서 구리 나노와이어를 이용한 열처리 기술이 만들어졌다.

앞서도 언급했듯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것은 금속 나노와이어 기반의 투명전극이지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금, 은 등의 귀금속은 가격단가가 높고 합성과정이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때문에 두 물질로 연구할 경우 단순히 ITO의 성능 개선만을 목표로 한 채 가격경쟁력은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구리의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 매장량이 풍부할 뿐 아니라 원자재 가격이 낮아 상용화 될 경우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이 늘 걸림돌이 됐는데, 바로 산화 문제다. 이 때문에 구리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산화 문제를 극복하려면 별도의 장비가 필요하고 공정시간도 길어진다는 부담이 작용했던 것이다. 이러한 단점으로 인해 현재까지 구리 나노와이어를 공기 중에서 가공(열처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ITO는 터치스크린과 휴대폰에 사용되는 액정 등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물질이에요. 하지만 인듐의 희소성으로 인해 가격이 계속 높아지고 있었죠. 저희팀은 가느다란 나노와이어 형태로 만든 구리를 그물망처럼 엮는 방법을 사용했어요. 그물망처럼 엮으면 투명전극으로 활용할 수 있는 높은 투명한 전도성 막(membrane)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이들 나노와이어가 서로 겹치는 부분에서 저항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를 낮추기 위해 열처리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즉, 구리가 산화되면서 전도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었죠."

이에 연구팀은 레이저의 광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해 구리 나노와이어들 간 겹치는 접합부분만을 선택적으로 가열하는 열처리 방법을 개발했다. 기존의 열처리는 짧게는 수 초, 길게는 수 분 동안 기판 전체에 열을 가하는 방식으로 수 초 이내 구리가 산화되면서 전도성을 잃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성능뿐 아니라 가격적 측면에서도 1/1000 정도 저렴하게 만들 수 있게 됐다.

"산화현상이란 결국 녹이 스는 거잖아요. 산화가 되는 원리를 보면 열을 받거나 수분이 많은 환경에서 일어나게 됩니다. 때문에 구리 나노와이어를 가공 할 때는 수분과 열이 없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해요. 예를 들면 진공 혹은 아르곤 가스 등 비활성 가스가 있는 챔버 내에서 연구가 진행돼야 하죠. 하지만 구리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가격을 낮추기 위한 일환인데, 진공환경을 조성하는 데 다시 가격이 올라가게 돼요. 구리의 저렴한 장점이 장비설치에서 감쇄되는 거죠. 저희 연구는 레이저만을 이용해 상온에서 진공장치나 챔버 필요 없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즉 광 에너지를 전기장으로 바꾸는 플라즈모닉 이펙트 현상을 이용한 거죠. 순간적으로 떨어진 나노와이어를 녹여 붙이는 기술입니다."

원천기술 보유 위한 연구 원해

플라즈모닉 레이저 소결로 만든 투명전극을 적용한 구리 나노와이어 터치패널스크린. ⓒ 한국연구재단
플라즈모닉 레이저 소결로 만든 투명전극을 적용한 구리 나노와이어 터치패널스크린. ⓒ 한국연구재단

한승용 연구원이 구리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한다고 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열이면 열, '일찌감치 포기해라' 라는 만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산화문제가 극심해 모두가 꺼리는 연구를 굳이 진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주위에서 선배고 동기고 은나노로 연구하는 게 어떻겠냐며 저를 설득했죠. 하지만 연구라는 것이 본래 한계를 극복하려는 게 주된 목적이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안 된다고 할 때 저는 오히려 거기에 주목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한계를 극복할 방법을 찾던 도중 레이저를 알게 됐죠. 어느 날 문득, 레이저를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정말 되는 거예요. 결국 지금까지 오게 됐죠."

한승용 연구원에 따르면 구리는 본래 전도성이 좋은 물질이지만 산화가 진행되면 물질 조성 자체가 바뀌면서 반도체가 된다. 즉, 전도성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전도성을 더욱 잃게 되는데, 레이저를 이용해 순간적으로 결합시키면 상온에서도 수분과 열에 상관없이 산화현상을 억제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연구를 하다보면 다른 그룹의 연구 논문을 살펴보게 되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보니 플라즈모닉 이펙트 현상에 대한 연구논문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하지만 구리에서는 연구결과가 없었죠. 은나노에서는 이미 진행된 바가 많지만요.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은나노 와이어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 구리나노 와이어에서 안 될 이유가 없겠다 싶었죠."

여러 가지 난점이 많았지만 가장 힘든 난관은 주변의 선입견과 편견이었다. 구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구리=산화' 로 연결되면서 연구를 진행하는 그 역시 중도에 포기할까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은나노를 대체하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많은 의문을 품더라고요. 금속 나노와이어는 은나노, 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다보니 제 연구계획을 다들 의아해 했죠. 실제로 연구를 정리하려고 했어요. 이번 연구가 총 3년 반에 걸쳐 진행됐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좋은 논문이 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가득 찼죠. 그 때 고승환 교수님을 찾아가 고민을 토로했어요. 하지만 오히려 교수님께서 제 생각을 바로잡아주셨죠. 충분히 될 수 있다면서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해 주셨어요. 국내에서 아무도 하지 않는 연구인만큼 끝까지 진행해서 좋은 결과를 얻자고 말씀하셨죠."

이번 연구결과는 무엇보다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이 가장 큰 의의로 거론된다. 한승용 연구원은 "모든 공학자의 꿈은 자신의 연구가 프로토타입 혹은 양산체제를 거쳐 실 산업현장에 적용되는 것"이라며 "하지만 현실의 연구는 그저 연구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산업현장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연구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논문이 나온 이후에도 몇 군데 업체로부터 연락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학계와 산업계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나노기술은 우리의 실생활에 아주 밀접하게 다가왔다고 생각해요.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폰이죠. ITO를 대체하는 투명 전극도 결국 휴대폰과 스마트폰, PC와 TV 등에 적용됩니다. 더 나아가면 태양전지와 OLED 등에도 적용 할 수 있어요."

국내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싶다는 한승용 연구원. 그는 앞으로 국내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원천기술을 보유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노력하고 싶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전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4-07-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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