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3,2017

“구글 번역기도 젠더혁신 대상”

아·태 젠더서밋 오늘 개막, 26일 기자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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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사용하던 구글 번역기에도 편향된 젠더 의식(zender는 생물학적 성을 뜻하는 sex와 달리 사회문화적인 성을 의미한다)은 존재한다. 구글 번역기는 단지 단어를 해석해주기 때문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론다 슈빙어(Londa Schiebinger) 스탠포드대학교 석좌교수는 구글 번역기 자체가 남성 대명사 중심으로 되어 있다고 말했다.

26일 ’2015 아·태젠더 서밋’(27~28일)을 앞두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론다 슈빙어 교수는 “무의식적으로 편향된 젠더 의식이 현재 사회에서 기계적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례는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된다”라고 하면서 구글 번역기의 예를 들었다.

론다 슈빙어 교수의 말을 통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론다 슈빙어 교수는 또 다른 예로 골다공증 관련 연구를 들었다. 일반적으로 골다공증은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고 생각하지만, 75세 이상 노인에게서는 남성도 같은 비율로 나타난다. 여성이 아닌 남성이 차별을 받는 상황이다.

론다 슈빙어 교수는 젠더혁신을 통해 단순히 성·젠더 차원에서만 차이를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회문화적, 지역적 차이까지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 이슬기 / ScienceTimes

론다 슈빙어 교수는 젠더혁신을 통해 단순히 성·젠더 차원에서만 차이를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회문화적, 지역적 차이까지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 이슬기 / ScienceTimes

젠더를 고려하지 않아 불편을 주는 사례는 또 있다. 자동차의 머리받침대 위치이다. 아스트리드 린더(Astrid Linder) 스웨덴 국립도로교통연구소(VTI) 소장은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자동차 머리받침대 위치 때문에, 실제로 차 충돌 사고를 보면 여성이 목뼈 부상을 입을 확률이 2배 높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를 만들기 전, 충돌실험을 준비한다. 하지만 충돌실험에 사용되는 더미는 ‘사람’(Human being)을 나타내지만, 모양은 남성의 모양이다. 무의식적으로 남성 중심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결국 안전보호 시스템 설정에 있어 남성을 표준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여성에게서 더 크게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문제로 새로운 자동차 충돌 실험을 진행하게 됐다. 아스트리드 린더 소장은 “여성 연구자의 비율을 높여 성별의 균형을 잡은 다음 시행된 연구에서는 새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여성연구자의 비율을 높이는 것을 단순히 여성 과학자의 지위 신장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아스트리드 린더 소장은 좌석 안전보호 시스템을 설정하는데 있어 엔지니어들은  남성을 표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 이슬기 / ScienceTimes

아스트리드 린더 소장은 좌석 안전보호 시스템을 설정하는데 있어 엔지니어들은 남성을 표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 이슬기 / ScienceTimes

그렇다면 연구에 있어 여성 연구자의 참여를 높이고, 성·젠더를 이해하는 것은 왜 중요할까. 오슬로-아케르스후스 응용과학대학의 커트 라이스 총장은 “여성과 남성이라는 구조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차원에서 과학기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젠더혁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커트 라이스 총장에 따르면 남성 과학자의 경우, 여성 과학자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성별의 비율을 봐도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더 나은 과학의 질을 추구하기 위해 남성과 여성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집단 지성을 올리기 위해서도 젠더혁신은 필요하다. 엘리자베스 폴리처(Elizabeth Pollitzer) 포샤(Pirtia, UK) 소장은 “젠더 베이스가 기본이 되면 집단 지성이 올라가게 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하면서 “이를 통해 다른 시선으로 문제를 확인하고, 새로운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된다”라고 말했다.

젠더혁신은 과학기술계가 남성편향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과학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더 나은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 동일성을 추구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생각이 과학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할 수 있다.

커트 라이스(Curt Rice) 오슬로-아케르스후스 응용과학대학(Oslo and Akershus University College of Applied Sciences) 총장은 젠더혁신이 사회적 정의에서 남성과 여성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 이슬기 / ScienceTimes

커트 라이스(Curt Rice) 오슬로-아케르스후스 응용과학대학(Oslo and Akershus University College of Applied Sciences) 총장은 젠더혁신이 사회적 정의에서 남성과 여성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 이슬기 / ScienceTimes

이미 젠더혁신은 시작되었고, 그에 따른 결과물도 발표되고 있다. 헬레나 왕(Helena Hui Wang) 더 란셋(The Lancet) 아시아 편집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젠더 혁신과 젠더 이슈를 담은 논문이 란셋을 통해 많이 출판되었다”라고 밝혔다.

세계 3대 의학 저널 중 하나인 더 란셋은 실제로 웹사이트를 통해 성별 특성을 모든 의학 연구 단계에 포함시키고, 성별·종족별 데이터 분석을 하도록 권고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젠더 이슈를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앞으로 아시아, 특히 한국에서 가장 도전적인 젠더혁신 관련 과제는 무엇일까. 이혜숙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전 세계 인구의 60%를 차지하지만 연구 수준은 천차만별이다”라고 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핵심 연구에 있어 젠더의 역할과 영향을 생각하고,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젠더혁신의 목적은 결국 과학기술의 향상에 있으며, 삶의 질을 높이는데 있다. 여성의 권리 향상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어떻게 젠더혁신을 이끌어갈지에 대해 논의하는 ’2015 아·태젠더서밋’은 27일과 28일 양일간 서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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