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적서의 위‧변조로 인한 각 원전설비와 국방부 무기 등의 신뢰성 문제가 이슈화 된 바 있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부품의 성적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곳곳에서는 성적서의 신뢰성에 대해 높은 의구심을 가졌다.
국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성적서 시스템을 구축할 수는 없을까. 박종선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KRISS) 표준보급센터는 이러한 고민을 토대로 측정기기 및 부품에 대한 교정‧시험 성적서를 온라인으로 발급하고 성적서의 진위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하기 시작했다.
기존 검사의 번거로움을 대체하다
우리 산업현장에서는 다양한 계측기기가 사용된다. 이러한 기기는 발전기 등에 사용되는 특정 부품의 강도를 정확하게 측정함으로써 보다 안전한 사회가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교정이란 산업현장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계측기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국민생활뿐 아니라 나아가 전 사회적인 안전망과 직결된 만큼 기업은 공인 교정‧시험 기관을 통해 교정과 시험 성적서를 발급받도록 돼 있다. 추후 계약을 통해 물품을 납품할 시, 성적서를 증빙자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자료가 위조될 경우다. 오프라인으로 출력된 성적서를 일부 업체에서 위조 혹은 변조해 계약을 성사시키고 물품을 납품할 경우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손쉽게 위‧변조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필요성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KRISS 표준보급센터는 새로운 개념의 교정‧시험 성적서 시스템을 만들었다. 누구나 원본 확인번호만 KRISS의 관련 홈페이지에 입력하면 비교가 가능하므로 위조의 가능성을 없앨 수 있다.
"이 시스템을 구축한 목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올 해 한참 이슈가 됐던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내용이 그것입니다. 성적서 위‧변조에 대해 문제가 발생한 거죠. 저희에게도 이를 검사해 달라는 의뢰가 종종 들어옵니다. 또 다른 목적은 고객들의 편의를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성적서의 위조 혹은 변조 여부 검사를 의뢰하기 위해 성적서를 종이로 출력해 오는 게 일반이에요. 헌데 그 시간이 지연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성적서가 나오기까지 일련의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죠. 택배로 받는 분들은 택배를 받는 시간 만큼 또 기다려야 하고요. 이러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시스템을 만들게 됐습니다."
KRISS 표준보급센터에서 구축한 해당 시스템은 24시간 언제든지 성적서가 필요하면 직접 온라인을 통해 신청할 수 있고 최종 결제를 완료하면 바로 그 결과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온라인으로 성적서 발급이 24시간 가능하기 때문에 업체, 즉 고객 입장에서는 현장을 직접 방문한다거나 우편으로 성적서를 기다려야 했던 불편함도 없앨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고객들이 공문을 들고 찾아오기 때문에 저희도 교정을 위해서는 일일이 비교하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수작업이었다고 말할 수 있죠. 헌데 수치가 아주 높거나 혹은 그래프가 복잡하면 사실상 하나하나 비교하고 대조하는 게 힘들 수 있어요. 이번에 이슈화된 어떤 위‧변조된 성적서도 그래프를 살짝 건드렸다고 하더라고요. 이처럼 기존 문서와 위조된 문서를 대조하는 게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원본 확인번호 열 여섯 자리만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KRISS는 온라인 성적서 출력단계에서부터 원본 확인까지 다양한 방법을 이용했다. 화면을 캡처하는 것도 불가능하도록 했으며 문서보안 기능뿐 아니라 고밀도 2D 바코드 기술(성적서의 내용을 작은 바코드에 삽입)을 활용해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였다.
24시간 언제든 위‧변조 확인할 수 있어
현재 KRISS에서 교정‧시험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품목은 약 800개 이상이 넘고 있다. 매년 발급하는 교정‧시험 성적서 수만 해도 약 1만 5천 건에 이른다. 이처럼 방대한 양의 문서를 보다 효과적으로 비교 및 대조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시스템을 하루 빨리 구축할 필요가 있던 셈이다.
그렇다면 시스템 구축 후, 고객기업의 반응은 어떨까. "사실 모두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웃음) 아무래도 새로운 시스템이다보니 편리하겠다고 보는 경우도 있지만 조금 연세가 있는 고객의 경우 불편해 하는 경우도 꽤 있어요. 또 하나는, 예전에는 업계 관행상 성적서 위‧변조에 대한 대금을 지불하지 않더라도 저희가 성적서를 급히 검수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위‧변조 여부를 급히 알아야 하는 경우라면 시간을 맞춰주는 게 먼저니까요. 하지만 이번에는 결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성적서를 볼 수 없으니 조금 까다로워졌다고 생각하시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장기적으로 안착된다면 이전보다 훨씬 안전하고 신뢰성 높은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새로운 서비스를 구축한 지 한 달이 채 안됐다. 그런 만큼 프로그램 사용에 대한 문의 전화도 자주 오고, 적응이 어렵다고 토로(?) 하는 고객들도 종종 있다. 이에 대해 박종선 센터장은 "바뀐 프로그램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적응현상으로 보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업무량이 증가하겠지만, 조금씩 적응되면 매우 편리한 시스템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이야기 했다.
이어 그는 “KRISS의 온라인 교정·시험 성적서 발급 시스템은 해외 선진 표준기관에서도 시작하지 못한 성과”라며 “KRISS 온라인 시스템을 통하면 성적서의 위·변조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안전한 거래문화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더 나아가 해외 다른 국가에도 이 시스템을 소개할 계획이 있습니다. 세계 최초의 성과이기 때문에 각국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거든요. 해당 국가에서 원한다면 우리의 성적서 시스템에 공인인증을 입혀 활용 할 수 있게 할 생각입니다. 현재 주기적으로 미팅을 하고 있어요. 반응은 좋아요. IT 서비스가 앞서 나간다고 하더군요. 특히 인도네시아 쪽에서 가장 관심이 많습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12-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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