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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기자
2011-05-06

광유전학과 장님 생쥐의 시력회복 망막세포의 빛 감지력 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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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치료는 원하는 유전자를 세포 안에 직접 넣어 잘못된 유전자의 기능을 대신하거나 잘못된 유전자를 대치하는 치료방법이다. 원하는 유전자를 세포 안에 집어넣기 위해서는 유전자를 세포 안으로 운반할 운반체가 필요하다.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다양한 질병을 야기하지만 한편으로 유전자 치료의 적합한 운반체이다.

바이러스 운반체의 원리는 유전공학적으로 바이러스가 인체에 해를 끼치는 병원성은 제거하면서 세포를 감염시키는 감염성은 그대로 남기는 것이다. 이렇게 유전공학적으로 조작한 바이러스에 원하는 유전자를 달아 세포에 감염시키면 바이러스가 세포를 감염시키는 원리를 통해 목표 유전자가 세포 내부로 전달되는 것이다.

광유전학(Optogenetics)은 빛에 민감한 유전자를 신경세포에 삽입해 빛의 파장에 따라 신경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기술이다. 빛에 민감한 유전자는 녹조류에 존재하는 채널로돕신이라는 유전자를 이용한다. 채널로돕신 유전자를 신경세포에 주입하는 방법은 유전자 치료에서 바이러스 운반체를 이용하는 것과 동일한 방법을 사용한다.

채널로돕신 유전자가 주입 된 세포 내에서 단백질로 발현되면 채널로돕신 단백질은 세포막에 위치해 채널을 형성한다. 채널로돕신은 빛에 따라 비추면 세포막에서 채널이 열리고 닫힌다. 즉 빛을 비추면 채널로돕신의 채널이 열리게 되고 열린 채널을 통해 세포 밖의 이온들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면서 신경세포의 활성을 야기한다.

광유전학, 시력회복에 응용

이렇게 빛에 따라 세포막의 채널을 열고 닫음으로써 신경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것이 광유전학의 원리이다. 광유전학 기술은 신경세포의 활성 조절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시력을 잃은 망막세포에 채널로돕신 유전자를 삽입하면 일정 수준의 시력을 회복시킬 수 있다. 최근 미국 남가주대(Universi쇼 of Southern California) 알란 호사저 (Alan Horsager) 연구팀은 광유전학 기술을 적용한 치료요법을 통해 장님 생쥐의 시력을 기초적인 수준에서 회복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분자치료(Molecular Therapy)’ 최신호에 게재됐다.

장님 생쥐의 시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연구팀은 광유전학 기술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채널로돕신 유전자를 눈에 전달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한 바이러스 운반체를 사용했다. 채널로돕신 유전자는 망막 세포에서 단백질로 발현되면 세포막에 일종의 채널을 형성한다.

이 채널은 빛에 노출되면 문이 열린다. 문이 열리면 세포 안으로 양이온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세포 내부로 양이온들이 들어오면 이 양이온들은 전기적 신호를 야기하며 이 신호는 망막의 다른 세포로 전달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시신경망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연구에서 채널로돕신 단백질은 약 10개월가량 활성상태를 보였다. 이는 연구팀의 치료요법이 장기적으로도 사용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또한 치료요법은 염증반응 등 특별한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

최근 유전적으로 시력을 상실한 환자를 대상으로 시력회복을 위한 유전자 치료는 소기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기존 유전자 치료에 비해 호사저 교수팀의 치료요법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왜냐하면 연구팀의 광유전학을 기반으로 한 연구팀의 새로운 치료요법은 망막의 빛 감지력 회복을 목표로 하기 있기 때문이다.

채널로돕신 유전자는 망막 세포 중에서 이극세포(bipolar cells)라고 불리는 특정한 세포만을 활성화시키도록 유전공학적으로 조작됐다. 건강한 눈에서 이극세포는 인접한 광수용체세포(photoreceptor cells)가 빛을 감지할 때 활성화된다. 즉 광수용체세포를 거쳐 이극세포가 반응하는 것이다.

때문에 광수용체세포가 죽어 시력을 상실한 환자들의 경우 이극세포가 직접 빛에 반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이에 연구팀은 이극세포가 죽은 광수용체세포를 대신해 빛에 직접 반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향후 몰두할 계획이다.

광유전학을 적용한 연구팀의 치료요법은 개념적으로 망막 보철과 비슷하다. 망막 보철에서 삽입된 전극은 카메라에 잡힌 빛에 반응해 망막을 자극한다. 유럽에서는 최근에 이러한 종류의 망막 보철 임상 사용이 허가된 바 있다.

망막 보철은 전극을 통해 동시에 많은 망막세포들을 자극시킨다. 연구팀은 이렇게 많은 세포들을 자극하는 것보다는 각각의 망막 세포의 빛 감지력을 회복시키는 것이 보다 더 정확히 사물을 볼 수 있게 해준다고 지적했다.

개개 망막 세포의 빛 감지력 회복, 시력 수준 높혀

호사저 교수는 “망막은 매우 얇고 작은 뇌의 조직이지만 극히 복잡한 조직”이라며 “만약 우리가 조직을 다루려고 한다면 우리는 매우 정밀한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중미로(water maze) 실험에서 조명을 비추었을 때 치료받은 생쥐들은 치료받지 않는 생쥐들에 비해 훨씬 빨리 탈출 경로를 찾았다. 매우 밝은 빛을 비추었을 때 치료받은 생쥐들은 거의 정상 생쥐들과 동일하게 행동했다.

이 같은 실험결과는 희망적이기는 하지만 생쥐들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사물을 보는지는 아직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수중미로 실험은 매우 정밀한 감지보다 어렴풋한 수준으로 빛을 인식해도 좋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

호사저 교수는 “만약 사람을 대상으로 똑같은 치료를 했을 때 그 사람은 문 밖으로 걸어나가 일정 수준에서 빛을 감지하고 주변 환경을 더듬더듬 거릴 수 있는 수준일 것”이라고 시력 감도의 수준을 예상했다.

연구팀은 임상실험에 앞서 보다 정밀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테면 보다 더 뛰어난 빛 감지도를 갖고 있는 단백질이 있는지, 이 단백질을 망막의 목표 세포 이외의 다른 세포에는 작용하지 않게 할 수 있는지 등이 향후 연구의 주요과제이다.

빛에 따라 특정 세포는 활성하면서 또 다른 어떤 세포는 활성화시키지 않는 것은 이론적으로 망막이 하는 정상적인 기능과 유사하다. 빛 신호는 뇌에 전달되기 이전에 시신경망에서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정상적으로 망막이 시신호를 처리하는 방법을 모방하면 할수록 시력의 감도는 점점 더 좋아질 수밖에 없다.

이성규 객원기자
henry95@daum.net
저작권자 2011-05-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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