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25,2018

관심받고 싶어 거짓말을 자주 한다면?

21세기는 신드롬 시대(25) 뮌하우젠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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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는 친어머니에게 속아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낸 한 20대 여성의 사연이 공개되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이 여성은 7살 무렵 어머니로부터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뒤, 어머니의 강요로 침대에서만 수 년 간을 생활했다. 그러는 사이 어머니는 딸이 암환자라고 거짓으로 언론에 공개한 뒤, 대중들로부터 수 만 달러를 기부 받아 이를 가로챘다.

최근 들어 관심받기 위해 거짓말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 free image

최근 들어 관심받기 위해 거짓말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 free image

하지만 아이의 머리가 계속 자라는 것을 수상히 여긴 이웃들의 제보로 수사가 시작됐고, 결국 어머니가 언론은 물론 자신의 딸까지 속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동안의 범행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체포된 어머니는 딸을 이용하여 수 만 달러의 기부금을 가로챈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뮌하우젠 증후군(münchausen syndrome)’이라는 질환을 앓고 있기 때문에 그 같은 행동을 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대중들을 더욱 분노케 만들었다.

관심과 동정을 이끌어 내기 위한 정신질환

아이들은 학교에 가기 싫을 때 종종 아프다는 핑계를 댈 때가 있다. 일종의 꾀병이지만, 그런 핑계를 대는 이유가 단순히 학교에 가기 싫어서가 아니라 부모나 교사, 또는 친구들로부터 관심과 동정을 받기 위해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처럼 실제로는 아프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이를 마치 진짜인 것처럼 언론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알린 뒤 관심과 동정을 이끌어 내는 정신질환을 ‘뮌하우젠 증후군’이라 부른다.

지난 1951년 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리처드 애셔(Richard Asher)’가 의학저널에 처음으로 같은 증세를 가진 사람들의 행동양식을 기술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꾀병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관심 받기를 갈망하는 정신질환일 수도 있다 ⓒ metroparent

꾀병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관심 받기를 갈망하는 정신질환일 수도 있다 ⓒ metroparent

‘뮌하우젠’이란 병명은 18세기 독일의 군인이자 관료였던 뮌하우젠 남작에게서 따왔다. 군인이자 모험가였던 그는 자신이 겪은 경험과 사건을 허황된 이야기로 풀어내기를 좋아했다. 단순히 이야기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이를 정리하여 ‘뮌하우젠 남작의 놀라운 이야기’라는 책까지 발간하면서 그의 이름은 그 때부터 허풍과 과장을 표현하는 상징이 되었다.

애셔 박사는 허풍과 과장이 심한 환자들을 만나다 보니 마치 뮌하우젠 남작의 허황된 주장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을 깨닫고는 아예 그의 이름을 빌려 병명으로 삼았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주위 사람 들 중에는 유독 ‘엄살이 심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라고 말하며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참을 수 있는데도 당장 죽을 것처럼 난리를 치거나, 전혀 아프지 않음에도 일부러 관심을 받고 싶어 꾀병을 부리는 경우 역시 뮌하우젠 증후군 현상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이버 세상으로까지 확대되는 증후군 현상

뮌하우젠 증후군 증상을 정신과적 측면에서 접근해 보면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심리적인 괴로움을 토로하는 것이고, 둘째는 신체적 질병이나 장애 등을 언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는 심리적 징후와 신체적 증상이 함께 오는 것을 의미한다.

뮌하우젠 증후군의 증상이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과 비슷하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현실과 거리가 먼 허구의 세계를 믿는다거나 자신이 상상한 것을 믿고 그것에 대해서 거짓말을 계속하는 점만 놓고 본다면 증상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두 증후군의 명확한 차이는 자신이 얻게 되는 이득이 있느냐 또는 없느냐에 따라 갈리게 된다. 뮌하우젠 증후군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어떤 경제적 이득이나 법적 이득보다는 타인과 자신의 관계를 친밀하게 하기 위해 거짓말이나 헛소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에 리플리 증후군 환자들은 지극히 자기 자신의 이득이나 만족을 위해 상대방을 속인다. 자신이 만든 상상의 세계가 흔들리는 것이 두려워 또 다른 거짓말을 하거나 심지어는 절도 및 사기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따라서 앞에서 사례로 들었던 가짜 암을 앓았던 소녀의 어머니는 뮌하우젠 증후군 환자가 아니라 리플리 증후군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딸의 치료를 위해 대중이 기부한 돈을 자신이 개인적으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뮌하우젠 증후군 환자들은 타인과의 관계를 친밀하게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뮌하우젠 증후군 환자들은 타인과의 관계를 친밀하게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 wikihow

그렇다고 상대방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는다 해서 뮌하우젠 증후군이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IT 산업이 점점 발달하면서 최근 들어서는 ‘디지털 뮌하우젠 증후군’이라는 파생어까지 생겨나 주목을 끌고 있다.

디지털 뮌하우젠 증후군이란 타인의 관심을 끄는 방법을 사이버 세상으로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방문하는 사이트의 게시판이나 SNS 등을 이용하여 과장된 내용을 공개한 뒤 네티즌들의 관심과 동정을 받는 행위를 즐기는 것을 가리킨다.

또한 핵가족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신이 아닌 타인을 대상으로 관심을 받는 이른바 ‘대리(代理) 뮌하우젠 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은 자신의 유일한 혈육이나 애완동물 등을 고의로 다치게 한 뒤에 극진히 간호하는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주면서 동정을 받는 것을 선호하는 사이코패스 기질을 갖고 있어서 주의를 요한다.

뮌하우젠 증후군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알려진 부분이 없다. 다만 어려서 부모가 없거나 부모로부터 배척을 당했던 아픈 과거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정신과학회의 관계자는 “과거 심한 병을 앓았거나 냉정하게 버림을 받았다가 간호사나 친구의 도움으로 회복했던 경험을 가진 사람 중에 혹시 거짓말이나 과장된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뮌하우젠 증후군 환자가 아닌지를 판단해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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